의성 사촌리 가로숲
600년 세월을 품은 고즈넉한 숲길

분주한 일상과 인파로 가득한 여행지에 지쳤다면,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숲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경상북도 의성군에 자리한 의성 사촌리 가로숲은 화려한 볼거리 대신, 600년의 세월이 응축된 고목과 그 안에 깃든 선조들의 깊은 지혜를 선물하는 곳이다.
이곳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마을의 안녕을 위해 자연의 기운을 빌렸던 옛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나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인문학적 힐링’이 시작되는 특별한 공간이다.
의성 사촌리 가로숲

의성 사촌리 가로숲의 시작은 고려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동 김씨 입향조 김자첨이 이곳에 터를 잡으며 “서쪽이 허하면 마을에 큰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풍수지리 사상에 따라 마을 서쪽의 허한 기운을 막기 위해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는 겨울의 칼바람을 막는 방풍림의 역할뿐 아니라, 마을에 부족한 기운을 보완하고 나쁜 기운을 막는 ‘비보림’의 역할을 겸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통해 삶의 터전을 지키려 했던 선조들의 세계관이 1km가 넘는 숲길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셈이다.

1999년 4월 6일, 그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405호로 지정된 이 숲에는 팽나무, 느티나무, 회화나무 등 수령 200년에서 600년에 이르는 고목들이 장관을 이룬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깊고 시원한 그늘 아래를 걷다 보면, 왜 이곳이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비밀의 쉼터’로 불리는지 실감하게 된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만이 가득한 숲 한가운데 정자에 앉아 눈을 감으면, 복잡했던 마음이 절로 평온해진다.
사촌전통마을과 만취당을 거닐다

사촌리 가로숲의 진정한 매력은 숲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사촌전통마을과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숲길 산책을 마친 뒤 마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수백 년 역사의 고택들이 여전히 사람이 사는 온기를 품은 채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보물로 지정된 ‘만취당’이다. 조선 전기의 학자 김사원이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은 이 고택은 화려함 대신 단정하고 기품있는 멋을 자랑한다.

잘 다듬어진 마루에 걸터앉아 숲을 바라보면, 자연을 벗 삼아 학문을 논하던 옛 선비의 풍류가 느껴지는 듯하다. 이처럼 의성 사촌리 가로숲 여행은 숲의 생태적 가치와 마을의 역사적 가치를 동시에 탐험하는 깊이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일반적인 자연휴양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이 되는 것이다.
별다른 입장료도, 주차료도 없이 누구나 이 평화로운 시간을 누릴 수 있다.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리 352-5에 자리한 이 숲은 막바지 더위를 피해, 혹은 다가오는 가을의 정취를 미리 만나기 위해 떠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다. 600년의 시간이 지켜낸 숲속에서 진정한 쉼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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