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5천만 년 전 지구 속으로 떠난다”… 한여름에도 15도 유지하는 피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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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도 서늘한 울진 성류굴

성류굴 실내
성류굴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시원한 그늘 한 점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인공적인 에어컨 바람이 아닌, 태고의 신비가 깃든 자연의 냉장고 속으로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2억 5천만 년이라는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빚어낸 경이로운 풍경과 민족의 아픈 역사까지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 바로 경북 울진의 성류굴이다.

화려한 모습에 ‘지하금강(地下金剛)’이라 불리지만, 그 이름 뒤에는 우리가 몰랐던 깊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단순한 동굴 탐험을 넘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특별한 여정이 지금 시작된다.

“물 한 방울이 빚은 2억 5천만 년의 예술”

울진 성류굴 내부
성류굴 / 사진=성류굴

공식 명칭 울진 성류굴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 성류굴로 225에 위치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석회암 동굴이다. 1963년 5월 7일, 그 지질학적·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155호로 지정되었다.

문화재청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동굴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무려 2억 5천만 년 전으로, 공룡이 지구에 처음 등장하던 시기와 맞먹는다. 총 길이는 약 870m에 달하며, 이 중 약 270m 구간이 일반에 개방되어 있다.

울진 성류굴 실내
성류굴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동굴에 들어서는 순간, 바깥세상의 열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연중 15~17℃의 서늘한 기온이 온몸을 감싸며, 눈앞에는 물방울이 수억 년 동안 만들어낸 자연의 조각품들이 펼쳐진다. 천장에서 고드름처럼 자라나는 종유석, 바닥에서 죽순처럼 솟아오른 석순, 그리고 이 둘이 만나 기둥을 이룬 석주가 거대한 지하 궁전을 장식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곳을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경이로운 풍경은 ‘성스러운 부처가 머물던 굴’이라는 성류굴(聖留窟) 이름의 유래를 짐작하게 한다.

화려함 뒤에 숨은 비극, 임진왜란의 피난처

성류굴 입구
성류굴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그러나 이 신비로운 동굴은 마냥 아름다운 이야기만 품고 있지는 않다. 성류굴은 임진왜란 당시 인근 주민들의 피난처로 사용되었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왜군이 쳐들어오자 약 500명의 주민이 이곳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이를 알아챈 왜군이 동굴의 입구를 거대한 바위로 막아버렸고, 안에 갇힌 주민들은 안타깝게도 모두 굶어 죽고 말았다. 훗날 동굴에서 수많은 유골이 발견되면서 이 비극적인 역사가 세상에 알려졌다.

성류굴 200% 즐기기

울진 성류굴
성류굴 /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장용

성류굴 탐방을 계획한다면 몇 가지 알아둘 점이 있다. 운영 시간은 하절기(3~10월) 기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표는 오후 5시에 마감된다. 동절기(11~2월)에는 오후 5시까지로 1시간 단축 운영된다. 정기 휴무일은 매주 월요일이지만, 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에는 다음 평일에 쉬므로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군인 3,000원, 어린이 2,500원이며 30인 이상 단체는 할인이 적용된다. 주차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동굴 내부는 서늘하고 습도가 높아 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반드시 편안하고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고 방문객들은 입을 모은다.

성류굴
성류굴 / 사진=성류굴

또한, “한여름에도 얇은 겉옷 하나쯤은 챙기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잊지 말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굴 생성물을 절대 손으로 만지지 않는 것이다. 1cm가 자라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소중한 자연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찬란한 자연의 신비와 가슴 아픈 역사의 교훈이 공존하는 울진 성류굴. 올여름, 단순한 피서를 넘어 시간을 여행하는 지적이고 의미 있는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이곳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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