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안 났을 때 가야 해요”… 입장료 무료에 850m 백사장이 아름다운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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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공원을 품은 울산 일산해수욕장

울산 일산해수욕장
울산 일산해수욕장 / 사진=울산시 공식블로그

회색빛 빌딩 숲을 잠시 등지자, 눈앞에 반달 모양의 곱고 희디흰 모래사장과 함께 쪽빛 바다가 거짓말처럼 펼쳐진다. 쨍한 여름 햇살 아래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이 파도 소리에 경쾌하게 섞여들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는 이곳은 도심이 품은 완벽한 오아시스다.

하지만 이곳은 여름 한철의 소란스러움이 전부가 아니다. 과거 신라의 왕들이 풍류를 즐겼던 역사의 무대이자, 저녁이면 화려한 도시의 불빛과 어우러져 낭만을 선사하는 사계절 휴식처이기도 하다.

울산 시민의 오랜 쉼터이자 여행자들의 새로운 목적지가 된 일산해수욕장의 깊고 다채로운 매력 속으로 온전히 빠져보자.

850m 비단결 백사장, 대왕암 절경을 품다

일산해수욕장
일산해수욕장 / 사진=울산시 공식블로그

울산광역시 동구 해수욕장10길 18에 자리한 일산해수욕장은 도시의 편리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총길이 850m, 폭 40~60m에 이르는 드넓은 백사장은 마치 비단을 펼쳐놓은 듯 입자가 곱고 부드럽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의 폭신한 감촉을 느끼며 걷는 ‘어싱(Earthing) 체험’만으로도 도시에 쌓인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린다.

무엇보다 이곳이 ‘가족 피서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는 바로 자연이 설계한 안전함 덕분이다. 해변에서 바다 쪽으로 꽤 멀리 걸어 들어가도 수심이 어른 무릎을 겨우 넘길 정도로 얕고, 해저 지형의 경사가 매우 완만해 어린아이들도 파도와 즐겁게 장난치며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울산 동구청이 설치한 3중 안전 그물망은 해파리나 위험 요소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심리적 안정감까지 더해주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한다.

신라의 왕이 사랑한 천혜의 전망대

일산해수욕장 시민
일산해수욕장 시민 / 사진=울산시 공식블로그

일산해수욕장의 가치는 수려한 풍광을 넘어 깊은 역사 속에서 더욱 빛난다. 해수욕장 한쪽 끝, 바다를 향해 솟아오른 듯한 바위 언덕인 어풍대(御風臺)는 그 이름에 담긴 뜻처럼 예사롭지 않은 역사를 품고 있다. 이곳은 한반도의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왕들이 해양 거점이던 울산을 찾아 수려한 경치를 감상하며 풍류를 즐겼던 장소로 전해진다.

어풍대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며 현대적인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어우러진 일산해수욕장의 전경, 울창한 해송과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대왕암공원, 그리고 앙증맞은 무인도 민섬이 한 폭의 장대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위대한 왕들이 바라보았던 바로 그 절경을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경치 감상을 넘어선, 시간을 여행하는 듯한 특별한 역사적 경험을 선사한다.

해수욕 즐기기 가이드

울산 일산해수욕장 모습
울산 일산해수욕장 모습 / 사진=울산시 공식블로그

이 모든 매력을 누리는 데 필요한 입장료는 ‘무료’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2025년 해수욕장 공식 개장 기간인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입욕이 허용되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 사이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에메랄드빛 바다에 몸을 던질 수 있다. 방문객의 편의를 위한 각종 유료 시설 또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준비되어 있다.

일산해수욕장 공영주차장은 평일 2시간, 주말과 공휴일에는 1시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인근 대왕암공원 타워주차장 역시 평일 2시간 무료(주말/공휴일 20분) 혜택이 있어 주차 부담이 적다.

울산 마스코트
울산 마스코트 / 사진=울산시 공식블로그

온 가족이 편안하게 짐을 풀고 싶다면 4시간 기준 20,000원에 널찍한 평상을 대여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15,000원에 테이블과 파라솔 세트를, 혹은 10,000원에 파라솔만 빌려 간편한 그늘을 만드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돗자리도 크기에 따라 7,000원에서 10,000원에 빌릴 수 있다.

깊은 물에 도전하고 싶다면 구명조끼(대 7,000원, 소 5,000원)와 튜브(대 7,000원, 소 5,000원)를 대여해 안전과 재미를 모두 챙길 수 있다.

물놀이 후에는 1,000원(대인 기준, 소인 500원)의 저렴한 요금으로 운영되는 샤워장에서 상쾌하게 몸을 씻을 수 있다. 단, 환경보호를 위해 샴푸와 비누 사용은 금지된다.

여름밤을 수놓는 낭만적인 별빛 산책

울산 일산해수욕장 백사장
울산 일산해수욕장 백사장 / 사진=울산시 공식블로그

해가 저물고 백사장을 달구던 열기가 식으면, 일산해수욕장은 낮과는 전혀 다른 매혹적인 얼굴을 드러낸다. 백사장 뒤편 ‘막구지기 별빛광장’을 중심으로 은은하고 아름다운 조명이 켜지면, 이곳은 도시에서 가장 낭만적인 산책로로 변신한다.

시원한 밤바다 바람을 맞으며 반짝이는 조명 아래를 거닐거나, 해변 벤치에 앉아 멀리 보이는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대왕암공원의 불빛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야경을 감상하는 시간. 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은 낮의 활기참과는 또 다른 깊은 위안과 휴식을 안겨준다.

일산해수욕장은 이제 단순히 물놀이만 즐기는 해변을 넘어섰다. 바로 옆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해안 산책로인 대왕암공원과 아찔한 스릴을 선사하는 출렁다리가 있어 완벽한 당일치기 여행 코스를 완성한다.

오전에 해수욕을 즐기고, 오후에는 대왕암의 절경을 탐방한 뒤, 저녁에는 낭만적인 야경을 감상하는 코스는 상상만으로도 완벽하다. 역사와 자연, 도시의 편의성이 이토록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이곳은 올여름, 가장 현명하고 만족스러운 최고의 휴가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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