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메타세쿼이아길은 처음이에요”… 기암괴석까지 품은 가을 산책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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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선바위공원
기암괴석 곁 붉은 나무길

선바위공원 가을 전경
선바위공원 가을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미숙

가을이 깊어지면 울산의 심장, 태화강 국가정원은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화려한 국화와 억새 군락은 명불허전이지만, 때로는 인파의 함성에서 벗어나 고요히 가을의 색과 소리에 집중하고 싶을 때가 있다. 바로 그럴 때, 울산 토박이들이나 알음알음 찾아간다는 비밀의 장소가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129-1 위치한 선바위공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대신, 붉게 타오르는 메타세쿼이아 숲과 사철 푸른 대나무숲, 그리고 아득한 전설을 품은 기암괴석으로 아는 사람만 아는 깊은 가을을 선사한다.

붉은 단풍과 초록 잔디의 하모니

선바위공원 가을 메타세쿼이아
선바위공원 가을 메타세쿼이아 / 사진=울산여행 홍보단 김수연

선바위공원 가을 여행의 시작과 끝은 단연 메타세쿼이아 숲이다. 공원 안쪽, ‘도담도담 숲체험원’에서 두동면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거짓말처럼 하늘을 향해 붉게 뻗은 나무들의 행렬이 나타난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군락지에 비하면 규모는 아담하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붉게 물든 나뭇잎과 발밑의 파릇파릇한 잔디가 빚어내는 강렬한 색의 대비는 그 어떤 팔레트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걸작이다.

선바위공원 메타세쿼이아
선바위공원 메타세쿼이아 / 사진=울주 공식블로그 장유진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한적함에 있다. 주말에도 전세를 낸 듯 여유롭게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일렬로 늘어선 나무 사이를 천천히 걷거나, 붉은 낙엽이 쌓인 길 위에 잠시 멈춰 서서 가을 햇살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다.

자전거 라이더들조차 페달을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 들게 만드는 풍경.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가을의 서정시가 바로 이곳에 있다.

가을의 소란을 잠재우는 푸른 위로

선바위공원 대나무
선바위공원 대나무 / 사진=울주 공식블로그 김민하

붉은빛의 향연에 마음이 물들었다면, 이제는 차분한 초록빛의 위로를 받을 차례다. 메타세쿼이아 숲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대나무숲은 가을의 소란스러움을 잠시 잊게 하는 고요한 사색의 공간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솟은 대나무들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으면, 바람에 대나무 잎이 스치는 소리만이 귓가를 간질인다.

숲 중간에는 너른 공터가 있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에도, 돗자리를 펴고 조용한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도심의 소음과 분주함에 지쳤다면, 이곳에서 잠시 신발을 벗고 흙의 감촉을 느끼며 깊은 숨을 쉬어보자. 사계절 내내 변치 않는 푸르름으로, 대나무숲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지친 방문객을 말없이 안아준다.

백룡의 전설을 품은 공원의 심장

선바위공원 선바위
선바위공원 선바위 / 사진=울주 공식블로그 조수정

이 모든 풍경을 묵묵히 굽어보는 공원의 주인이 있다. 바로 ‘선바위’다. 태화강의 푸른 물줄기 한가운데, 마치 거대한 조각품처럼 깎아지른 듯 우뚝 솟은 이 바위는 단순한 돌이 아니다. 오랜 세월 울산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울산광역시 기념물’이자, 아득한 전설을 품은 신성한 장소다.

전설에 따르면, 선바위 아래 깊은 물웅덩이 ‘백룡담’에는 백룡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마을에 가뭄이 들 때마다 이 백룡이 나타나 비를 내려주었다는 이야기는, 선바위의 비범한 풍모와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더한다.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든 강 건너편 숲을 배경으로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선바위의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 그 자체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쉽게 눈에 띄는 존재감으로, 공원을 산책하는 내내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입장료도, 주차료도 없는 이곳에서 가을의 모든 것을 누려보자. 메타세쿼이아 숲에서 인생 사진을 찍고, 대나무숲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은 뒤, 백룡의 전설이 깃든 선바위를 보며 마무리하는 1시간의 산책. 이것이야말로 복잡한 도시를 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성비 최고의 힐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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