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물결과 바다를 동시에 담는다”… 붉은 댑싸리와 팜파스까지 즐기는 가을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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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슬도
댑싸리·팜파스가 물드는 거문고의 섬

울산 댑싸리
슬도 댑싸리 / 사진=울산 공식블로그 김명훈

선선한 바람이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9월, 전국은 저마다의 색으로 물들 준비를 서두른다. 바로 이 시기, 울산 동쪽 끝자락의 작은 섬 울산 슬도의 숨겨진 언덕에서는 붉은 산호초와 은빛 깃털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 비경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예쁜 옷이나 카메라보다 더 중요한 준비물이 있다. 바로, 대부분의 여행자가 놓치는 ‘비밀의 주소’다.

여행의 성패를 좌우할 첫걸음

울산 슬도 댑싸리
슬도 댑싸리 / 사진=울산 공식블로그 김명훈

울산 슬도의 댑싸리와 팜파스 군락지를 찾아갈 때, 무심코 내비게이션에 ‘슬도’나 ‘방어진항 공영주차장’을 검색했다면 당신은 이미 긴 도보 여행을 예약한 셈이다.

진짜 명당은 그곳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열어 ‘울산광역시 동구 방어동 30-1’을 입력하자. 아파트 단지 옆, 도로변에 나타나는 비포장 공터가 바로 오늘의 목적지로 향하는 가장 빠르고 현명한 입구다.

울산 댑싸리 명소
슬도 댑싸리 / 사진=울산 공식블로그 김명훈

이곳에 주차하면, 가파른 언덕을 오를 필요 없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야를 가득 채우는 붉은 댑싸리의 물결과 마주하게 된다.

지대가 높은 덕분에 슬도와 방어진항의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것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이니, 아낀 시간과 체력으로 가을의 정취를 두 배로 만끽하면 된다.

붉은 댑싸리와 은빛 팜파스의 언덕

울산 슬도 팜파스그라스
슬도 댑싸리 / 사진=울산 공식블로그 김명훈

‘방어동 30-1’ 언덕은 가을을 위해 태어난 듯한 팔레트다. 여름내 푸르렀던 댑싸리(코키아)는 이제 막 붉은빛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고, 그 옆으로는 어른 키를 훌쩍 넘는 팜파스 그라스가 은빛과 백색의 깃털을 화려하게 피워냈다.

생각보다 넓게 조성된 댑싸리 군락지는 성급하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진을 허락한다. 오히려 한 걸음 떨어져 푸른 동해와 고즈넉한 방어진항을 배경으로 담을 때, 그 색의 대비는 더욱 선명해진다.

9월에서 10월 사이가 절정인 팜파스 군락지 사이로는 산책로가 나 있어, 바람에 서걱이는 은빛 물결을 따라 걷는 경험은 비현실적인 감각마저 선사한다. 아직 자라나는 어린 팜파스를 보호하기 위한 ‘출입 금지’ 팻말을 존중하는 것은 이 아름다움을 오래 즐기기 위한 모두의 약속이다.

파도가 연주하는 거문고, 슬도명파

울산 슬도 댑싸리 노을
슬도 댑싸리 노을 / 사진=울산 공식블로그 장원정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눈에 보이는 풍경 너머, 섬의 이름에 숨겨져 있다. 슬도(瑟島)의 ‘슬’은 현악기 ‘거문고’를 뜻한다. 섬 전체에 구멍이 숭숭 뚫린 화산암(공암) 사이로 파도가 드나들 때마다 내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를 연주하는 듯 구슬프고 신비롭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예로부터 ‘슬도명파’라 불리며 울산 12경 중 하나로 꼽혔을 만큼, 이곳의 파도 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닌 하나의 음악이다.

시각적인 화려함 뒤에 찾아오는 청각적 안식은, 슬도 여행을 그 어떤 가을 나들이보다 깊이 있는 체험으로 완성한다. 붉은 댑싸리와 은빛 팜파스로 눈을 채우고, 영원한 거문고 소리로 마음을 채우는 곳. 올가을, 오감을 만족시킬 완벽한 여행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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