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슬도, 거문고 파도소리 품은 무인도

연초록 잎이 돋아나는 4월, 울산 동구 해안에는 봄바람과 함께 낮고 깊은 음률이 번진다. 파도가 사암 틈을 파고들 때마다 거문고 줄을 튕기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오며, 그 소리의 근원은 육지에서 43m 다리 하나를 건너야 닿는 작은 섬이다.
이 섬은 이름부터 특별하다. 파도 소리가 거문고 연주처럼 들린다 하여 ‘슬도(瑟島)’라 불리고, 돌맛조개가 뚫어놓은 구멍이 가득한 사암 표면 때문에 ‘곰보섬’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시루를 엎어놓은 듯한 외형에서 비롯된 ‘시루섬’이라는 이름도 따로 전해진다.
봄 햇살이 수평선 위로 번지는 이 계절, 세 가지 이름을 가진 섬은 입장료 한 푼 없이 방문객을 맞는다.
세 가지 이름을 품은 슬도의 입지와 유래

슬도(울산광역시 동구 방어동 948-2)는 울산 동구 해안에 자리한 작은 무인도다. 사암으로 구성된 섬 표면은 돌맛조개가 뚫어놓은 구멍으로 가득하며, 이 구멍들이 봄바람과 파도를 맞으며 거문고를 닮은 소리를 만들어낸다.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고 조개에 뚫린 바위는 섬 전체를 조각 작품처럼 빚어놓았다. 섬의 이름이 셋인 것처럼, 이곳을 찾는 이유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소리를 들으러 오는 이, 등대를 보러 오는 이,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오는 이가 한데 모이며, 봄철에는 맑은 공기 속에 산책을 즐기려는 방문객이 더해진다.
1950년대 무인등대와 랜드마크 조형물

섬의 상징은 1950년대 말 세워진 하얀 무인등대다. 수십 년의 세월을 견뎌온 이 등대는 봄빛을 받아 한층 선명하게 빛나며, 슬도의 사암 지형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육지와 섬을 잇는 43m 경관교량을 건너면 바로 등대 앞에 서게 되고,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동해는 4월의 청명한 하늘과 맞닿아 탁 트인 시원함을 선사한다.
교량 인근에는 새끼를 등에 업은 고래를 형상화한 11m 조형물도 자리하며, 드라마 ‘욕망의 불꽃'(2010)과 ‘메이퀸'(2012)의 촬영지로도 알려진 곳이다.
슬도아트와 봄철 해안 산책의 매력

섬 인근에는 복합문화공간 ‘슬도아트’가 자리한다. 기존 소리체험관을 리모델링한 이 공간은 1층 어린이체험관과 야외공연장, 2층 시각예술 전시장, 루프탑으로 구성된다.
봄철 루프탑에서는 연초록빛으로 물든 해안선과 슬도 전경이 한눈에 펼쳐지며, 야외공연장에서는 따뜻한 봄 날씨에 맞춘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슬도에서 출발하는 ‘슬도바닷길’은 대왕암공원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로, 도보 약 40분이 소요된다. 봄바람을 맞으며 해안선을 따라 걷는 이 길은 4월 방문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무료 입장과 연중무휴 운영 안내

슬도는 입장료 없이 연중무휴로 개방된다. 차량 이용 시 슬도공영주차장(울산광역시 동구 방어동 2-3)을 이용하면 되며, 대중교통으로는 울산 시내버스를 이용해 방어진 방면으로 이동한 뒤 해안로를 따라 도보로 접근할 수 있다.
거문고 소리를 품은 사암 섬과 하얀 등대, 봄 햇살 아래 펼쳐진 해안 산책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억에 새겨진다. 무료로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반갑다.
동해 바다가 봄빛으로 가장 맑아지는 4월, 슬도의 거문고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해안길을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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