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 평 정원이 전부 가을빛이에요”… 입장료 없이 즐기는 무료 정원 명소

입력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코스모스와 갈대가 빚어낸 도심 속 가을

태화강국가정원
태화강 국가정원 / 사진=울산 공식블로그 김은정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완연한 가을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모두가 비슷한 풍경을 SNS에 올릴 때, 조금 더 특별하고 깊이 있는 가을을 만나고 싶다면 망설임 없이 울산으로 향해야 한다.

그곳에는 단순한 꽃밭을 넘어, 겹겹이 쌓인 시간과 세계적 예술이 공존하는 생태의 보고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 태화강 국가정원이다. 이 정원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그 깊은 역사부터 파헤친다.

죽음의 강에서 국가정원으로

태화강국가정원 코스모스
태화강 국가정원 코스모스 / 사진=울산 공식블로그 김은정

태화강 국가정원의 공식 주소는 울산광역시 중구 태화강국가정원길 154 (태화동) 일원이다. 이 거대한 정원의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염되었던 태화강을 살리기 위한 시민들의 염원이 모여, 마침내 2013년 12월 19일 생태공원의 형태로 첫 문을 열었다.

이후 6년간 끊임없는 노력으로 식생을 가꾸고 부지를 넓힌 결과,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 7월 12일, 순천만에 이어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당당히 지정되었다. 약 83만㎡에 달하는 이 공간은 산업도시 울산의 기적적인 변화를 상징하는 살아있는 역사다.

2021년, 세계적 예술을 품다

태화강국가정원 가을 전경
태화강 국가정원 가을 전경 / 사진=울산 공식블로그 이상현

국가정원 지정 이후에도 이곳의 진화는 멈추지 않았다. 그 정점은 단연 세계적인 조경 거장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가 설계해 2021년 5월 공개한 ‘자연주의정원’이다. 이 정원은 화려함이 만개하는 순간만을 전시하는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식물의 씨앗부터 움트는 순간, 만개한 모습, 그리고 시들어가는 과정까지 전 생애 주기가 아름다움의 일부”라는 데 있다. 가을의 자연주의정원은 바로 이 철학의 정수를 보여주며, 정원의 예술적 깊이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

코스모스 강변길부터 십리대숲의 갈대까지

태화강국가정원 억새
태화강 국가정원 억새 / 사진=울산 공식블로그 허은선

깊은 역사와 예술을 품은 정원 위로, 가을은 어김없이 서정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삼호교 인근 산책로를 따라 약 1.4km에 걸쳐 조성된 코스모스 길은 가을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10월 중순을 넘어서면 십리대밭교 부근은 은빛 물결을 이루는 갈대 군락의 장관이 펼쳐진다. 빽빽한 대나무 숲으로 유명한 십리대숲과 어우러진 갈대밭은 도심 속 비경을 자아낸다.

2025 태화강 가을축제

태화강국가정원 안내도
태화강 국가정원 안내도 / 사진=태화강국가정원

이 모든 가을의 아름다움을 한 번에 만끽할 절호의 기회가 곧 찾아온다. 최종 확인된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올해 태화강 가을축제2025년 10월 24일(금)부터 10월 26일(일)까지 3일간 열린다.

이 기간에는 정원 곳곳에 특별한 야간 경관 조명이 설치되고, 다채로운 공연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낮에는 자연의 색을, 밤에는 빛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시기다.

방문 전 필독! 주차와 편의시설 완전 정복

태화강국가정원 가을 억새
태화강 국가정원 가을 억새 / 사진=울산 공식블로그 허은선

태화강 국가정원은 연중무휴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주차는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며, 요금은 최초 1시간 무료 후 30분당 500원(1일 최대 10,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주말에는 만차가 잦으므로 이른 시간 방문을 추천한다.

2013년 첫 삽을 떠 2019년 국가정원으로 완성되고, 2021년 세계적 예술을 더하며 끊임없이 성장해온 태화강 국가정원. 올가을, 그 위대한 서사가 담긴 땅이 선보이는 예술과 자연의 하모니 속으로 깊이 빠져보는 것을 제안한다. 단순한 눈요기를 넘어 진정한 쉼과 영감을 얻는 최고의 여행이 될 것이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