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대아수목원
2,683종의 식물과 힐링 산책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주말,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온전한 휴식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만약 축구장 210개를 합친 거대한 숲 전체를 입장료와 주차비 걱정 없이 온전히 누릴 수 있다면 어떨까.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 있다. 흔한 유원지나 공원일 것이라는 예상은 금물이다. 이곳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살아있는 식물도감이라 불릴 만큼 방대한 생태 자원을 품고 있는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전라북도의 숨겨진 녹색 심장, 완주 대아수목원으로의 특별한 탐방을 시작한다.
대아수목원

대아수목원은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동상면 대아수목로 94-34에 자리한 공립 수목원이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입장료 및 주차요금 무료’라는 반가운 안내판이다.
사유림이나 민간 시설이 아닌, 전라북도 산림환경연구소가 직접 운영·관리하기에 가능한 파격적인 혜택이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의 차원을 넘어, 숲이 주는 치유와 배움의 기회를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제공하겠다는 공공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 규모와 내실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총면적 150ha, 약 45만 평에 달하는 이 광활한 대지에는 무려 2,683종의 식물이 뿌리내리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 및 특산식물 135종이 이곳에서 체계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목원은 하절기(3~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2월)에는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1월 1일과 설, 추석 당일을 제외하면 언제든 이 거대한 자연의 선물을 만끽할 수 있다.
테마별 정원부터 열대 식물원까지

대아수목원의 진정한 매력은 잘 가꾸어진 테마별 공간에서 드러난다. 방문자 센터를 지나면 가장 먼저 여행객을 맞는 ‘푸르미쉼터’는 목재 구조와 폴딩도어로 아늑함을 더한 실내 휴식 공간이다. 특히 지붕을 다양한 식물로 덮는 생태 공법을 적용해 건물 자체로도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화려한 색감과 향기를 자랑하는 장미원, 한국적 미학이 깃든 분재·조각원, 시원한 물소리가 마음을 정화하는 수생식물원 등 발길 닿는 곳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 지루할 틈이 없다.
핵심 시설들을 둘러보는 ‘집단시설지역 관람코스’는 약 2시간이 소요되어 가벼운 산책을 원하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안성맞춤이다.
목적 따라 고르는 맞춤형 산책로

대아수목원은 방문객의 취향과 체력을 고려한 5가지 공식 추천 코스를 제안한다. 어떤 코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목원의 전혀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집단시설지역 코스’ (약 2시간) 푸르미쉼터에서 시작해 산림문화전시관, 분재원, 장미원, 열대식물원, 수생식물원을 둘러보는 가장 대중적인 코스다.
대부분 평지로 이루어져 있고 유모차나 휠체어 이동이 편리해 어린아이나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다양한 테마 정원을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등산과 풍경을 동시에 ‘전망대 왕복 코스’ (약 3시간) 수목원 관람과 함께 가벼운 등산을 즐기고 싶다면 제1전망대 코스를 추천한다.
열대식물원을 지나 잘 닦인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대아저수지의 수려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다다른다. 왕복 1시간 30분 정도의 등산 코스에 핵심 시설 관람 시간을 더하면 약 3시간이 걸리며, 성취감과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고요한 숲길 산책 ‘순환임도 코스’ (약 2시간) 화려한 정원보다 고즈넉한 숲길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순환임도 코스가 정답이다. 잘 관리된 숲길을 따라 걸으며 새소리와 바람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진정한 삼림욕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 다른 코스에 비해 비교적 한적하여 사색과 명상의 시간을 갖기에 좋다.
드넓은 주차장과 휠체어·유모차 대여 서비스, 곳곳에 마련된 무장애 접근로는 누구나 차별 없이 숲을 누릴 수 있도록 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이 모든 것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아수목원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자연이 주는 위로와 배움을 모두에게 선물하는 귀중한 공공 자산이다. 이번 주말,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이 거대한 녹색 보물창고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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