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너무 가까워서 더 놀랐다”… 입장료 없이 만나는 60m 폭포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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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위봉폭포, 사찰·산성까지 즐기는 여름 명소

위봉폭포
위봉폭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폭포는 눈으로만 보는 풍경이 아니다. 어떤 폭포는 귀로 들어야 그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60m 절벽을 타고 흐르는 장엄한 물소리 위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려던 예술가의 외침과 한 왕조의 운명을 지키려던 역사의 숨결이 함께 흐르는 곳.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깊은 산속에 숨겨진 보물, 완주 위봉폭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왕조의 운명과 명창의 목소리를 품은 물줄기

위봉산성 항공
위봉산성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성훈

완주 위봉폭포는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산6-1 일원에 자리한, 높이 60m의 장엄한 2단 폭포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넘어, 조선의 역사와 예술이 그 물줄기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폭포 바로 곁에는 위봉산성(사적 제471호)이 있는데, 이 성은 단순한 방어 시설이 아니었다.

조선 숙종 원년(1675년), 전쟁과 내란 같은 비상사태 시 경기전에 모셔진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 즉 ‘어진’과 왕실의 족보를 안전하게 피신시키기 위해 지어진 ‘왕실 최후의 보루’였다.

전체 둘레가 약 16km에 달했던 거대한 석성으로, 현재는 웅장한 아치형의 동문과 서문 등이 복원되어 그 위용을 짐작하게 한다.

위봉사
위봉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성훈

이 견고한 성벽 안에는 또 하나의 보물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 바로 고찰 위봉사다. 백제 시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이 사찰은 성을 쌓을 당시 승병(僧兵)들이 머물며 성을 지키고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특히 사찰의 중심 법당인 ‘보광명전’(보물 제608호)은 단아하면서도 정교한 건축미를 자랑하며, 대웅전 지붕에 청기와를 얹은 독특한 모습으로도 유명하다.

폭포의 물소리는 나라의 근간을 지키려던 선조들의 비장한 각오와 불심(佛心)까지 함께 품고 있었던 셈이다.

위봉산성
위봉산성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성훈

이 거대한 물소리는 한 예술가의 영혼을 깨우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조선 후기 8대 판소리 명창 중 한 명인 권삼득이 바로 이 폭포 아래서 피를 토하는 수련 끝에 경지에 올랐다는 ‘득음(得音)’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당시 명창들은 압도적인 폭포 소리를 뚫고 자신의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목청을 단련했다. 이는 자연의 위대함에 맞서 인간의 목소리가 예술로 승화되는 치열한 과정이었다. 위봉폭포의 굉음은 그래서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한 예술가의 혼이 담긴 처절한 외침처럼 들린다.

장엄한 물줄기와 사계절의 비경

완주 위봉폭포
위봉폭포 / 사진=ⓒ한국관광공사 황성훈

폭포 주변은 참나무, 단풍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사계절 내내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장마가 끝난 직후나 비가 온 다음 날 찾아가면 가장 힘찬 폭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는 거대한 빙벽으로 변해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위봉폭포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어 호젓하게 자연과 역사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로, 누구든 부담 없이 찾아와 위대한 자연과 역사의 울림에 귀 기울일 수 있다. 깊은 산속에서 장엄한 폭포를 마주하며 일상의 시름을 씻어내고 싶다면, 완주 위봉폭포가 그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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