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남도의 설산 명소

12월 중순이 다가오며 호남 평야 위에 홀로 솟은 한 산이 하얀 설경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기암괴석 사이사이에 눈꽃이 피어나고, 나뭇가지마다 상고대가 하얗게 번지면서 산 전체가 수묵화처럼 변하는 순간이다.
‘달이 뜨는 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곳은 소백산맥의 지맥이 평지에 돌출된 독특한 지형으로, 산 전체가 ‘수석의 전시장’이라 불릴 만큼 기묘한 암석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백제 왕인 박사와 신라 말 도선 국사의 탄생지이며, 국보 마애여래좌상을 품은 무위사와 해탈문의 도갑사가 자리해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명성을 얻은 산이기도 하다.
월출산

월출산의 첫 번째 명소는 단연 지상 120m 높이에 설치된 52m 길이의 구름다리다. 바람폭포 삼거리에서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구간은 겨울철에도 출입이 가능하며, 다리 위에 서면 월출산 특유의 기암괴석이 만든 수직 절벽과 험준한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겨울철에는 암석 봉우리마다 하얀 눈이 쌓이고 상고대가 피어나면서,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해지는 셈이다.
천황봉 정상(810.7m)은 평평한 암반으로 이루어져 약 300여 명이 동시에 올라설 수 있을 만큼 넓다. 이곳에서는 영암 평야와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이 한눈에 들어오며,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무등산과 서해까지 조망할 수 있다.
얼어붙은 바람폭포와 암석 능선 설경

겨울 월출산의 진가는 바람폭포 구간에서 드러난다. 여름철 시원한 물줄기를 자랑하던 폭포가 겨울 추위에 꽁꽁 얼어붙으면서 거대한 빙벽으로 변신하는데, 햇살을 받은 얼음 기둥이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모습은 마치 자연이 빚은 얼음 조각품 같다.
이 과정에서 폭포 주변 바위와 나뭇가지에도 성에가 하얗게 번지면서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이 완성되는 셈이다. 구정봉과 사자봉으로 이어지는 암석 능선 또한 겨울이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 사이사이에 눈이 쌓이고, 능선을 따라 이어진 소나무 가지마다 눈꽃이 피어나면서 거친 산세가 부드러운 선으로 변한다. 반면 천황봉 정상의 평평한 암반은 바람에 눈이 쓸려나가 검은 바위가 그대로 드러나는데, 이 대비가 만들어내는 흑백 풍경이 월출산 설경의 백미로 꼽힌다.
12월 26일부터 결빙 구간 통제

겨울철 월출산 탐방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결빙으로 인한 구간 통제다.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는 2025년 12월 26일부터 2026년 3월 31일까지 급경사 구간의 결빙 및 낙석 위험으로 인해 일부 탐방로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통제되는 구간은 구름다리 종점부에서 사자봉을 거쳐 경포대 능선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1.2km 구간과, 천황사지에서 구름다리 팔각정까지의 1.0km 급경사 계단 구간이다.
하지만 바람폭포 삼거리를 경유하는 우회 코스를 이용하면 구름다리 접근이 가능하다. 천황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바람폭포 삼거리를 지나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겨울철 얼어붙은 바람폭포의 빙벽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월출산(전라남도 영암군 영암읍 천황사로 280-43)은 입장료가 무료이며, 천황사 주차장, 도갑사 주차장, 경포대 주차장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동절기 입산 가능 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2시까지이다.
겨울 산행 시에는 아이젠과 스패츠가 필수며, 정상부는 강풍이 불기 때문에 방한복과 윈드브레이커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기상 특보 발령 시에는 전면 통제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061-473-5210)로 문의해 당일 개방 여부를 확인하길 권한다.

월출산은 거친 바위 능선과 하얀 눈이 만든 남도의 설경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드문 명소다.
얼어붙은 바람폭포를 지나 구름다리에 올라서면, 120m 상공에서 바라보는 호남 평야의 겨울 풍경이 가슴 속 깊이 각인된다.
올겨울 고즈넉한 산사의 고요함과 기암괴석이 빚은 설경을 동시에 만나고 싶다면, 통제 구간을 미리 확인하고 안전 장비를 갖춘 뒤 이곳으로 향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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