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내내 절벽에서 단풍 쏟아져요”… 26만 명이 걸어본 가을 절경 무료 트레킹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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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물든 월류봉, 가을 절경의 정수
초강천 따라 걷는 월류봉 둘레길

영동 월류봉
영동 월류봉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을이 깊어질수록 충북 영동의 하늘 아래는 붉은 빛으로 물든다. 그 중심에는 ‘달이 머무는 봉우리’라 불리는 월류봉이 있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초강천이 휘감아 흐르고, 단풍과 강물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해발 400.7m의 봉우리에서부터 반야사에 이르는 월류봉 둘레길은 가을빛에 취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월류봉

월류봉 월류정
월류봉 월류정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류봉(月留峰)은 이름 그대로 달빛이 머물렀다는 전설을 간직한 봉우리다. 봉우리 아래로 흐르는 초강천의 잔잔한 수면은 바위 절벽을 붉게 비추며 달빛을 머금는다.

바람이 잠든 날이면 물 위로 단풍이 비치고, 해질녘에는 붉은 바위와 황금빛 강물이 뒤섞여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 해마다 사진가와 여행객이 몰려들고, 조선 시대 문인들이 풍류를 즐겼던 한천정사와 월류정에서는 지금도 달빛이 봉우리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월류봉
월류봉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류봉의 매력은 단순한 산세에 있지 않다. 여섯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선 기암절벽이 초강천을 감싸며 만들어내는 풍경은 계절마다 다른 색의 층위를 이룬다.

특히 10월 하순에서 11월 초, 절정의 단풍이 절벽과 계곡을 동시에 물들이며 가을의 절정이 완성된다. 붉은 단풍잎과 노란 은행나무, 그리고 초록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자연이 그린 색채의 향연이라 불릴 만하다.

전망대에 오르면 초강천이 굽이쳐 흐르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데크길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는 강변을 따라 붉은 선을 그리며 이어지고, 오후 햇살이 절벽을 비추면 물 위로 반사된 빛이 은은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달이 떠오르는 밤이면 이 모든 풍경이 은빛으로 바뀌어, ‘달조차 떠나지 못했다’는 전설이 실감난다.

세 가지 소리로 걷는 월류봉 둘레길

월류봉 둘레길
월류봉 둘레길 / 사진=영동군

월류봉의 둘레길은 단풍의 아름다움만큼이나 구성의 완성도가 높다. 총 8.4km의 코스는 대부분 평탄한 데크길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이 길은 세 가지 소리를 테마로 한 세 구간으로 나뉘며, 각각 다른 풍경과 감성을 선사한다.

여울소리길
여울소리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첫 번째는 ‘여울소리 길’이다. 월류봉 광장에서 원촌교를 지나 완정교까지 이어지는 2.7km 구간으로, 초강천의 물소리가 길 내내 동행한다.

다리 위에 서면 발아래로 맑은 물이 흐르고, 마을 주민들이 다슬기를 잡는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걷는 내내 물결의 잔잔한 울림이 마음을 비워내는 듯하다.

월류봉 둘레길 가을
월류봉 둘레길 가을 / 사진=영동군

두 번째 구간인 ‘산새소리 길’은 완정교에서 백화마을을 지나 우매리까지 이어진다. 총 3.2km의 이 구간에서는 농촌의 소박한 정취와 계절마다 다른 향기가 발걸음을 붙든다.

포도 향이 바람에 섞여 퍼지고, 숲속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온다. 산과 들이 어우러진 이 구간은 가장 자연스러운 ‘힐링 코스’로 꼽힌다.

월류봉 징검다리
월류봉 징검다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 번째 구간은 ‘풍경소리 길’이다. 우매리에서 징검다리를 건너 반야사로 이어지는 2.5km의 여정으로, 월류봉 둘레길의 하이라이트라 불린다.

이름처럼 이 길의 주인공은 ‘풍경소리’다. 편백나무 숲 사이를 걷다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내는 청아한 소리가 사찰의 풍경(風磬)과 겹쳐 들린다. 걷는 동안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자연이 들려주는 순수한 소리만이 마음을 맑게 한다.

월류봉 풍경
월류봉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길 끝에 자리한 반야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고찰이다. 경내에는 500년 된 배롱나무와 삼층석탑이 남아 있으며,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마당을 가득 채워 불빛처럼 반짝인다. 이곳은 산책길의 마지막 쉼터이자, 자연과 문화가 만나는 종착점이다. 반야사에서 올려다본 월류봉의 실루엣은 마치 시간 속에 멈춘 풍경처럼 고요하고 장엄하다.

편백숲 사이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피톤치드 향이 짙게 퍼지고, 숲 사이사이로 초강천의 물소리가 들린다. 봄에는 신록이 돋고, 여름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가을에는 단풍이 절정에 이른다. 계절마다 표정을 달리하는 풍경 덕분에 월류봉은 언제 찾아도 새로운 감동을 준다.

월류봉 전경
월류봉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류봉 둘레길의 또 다른 매력은 그 끝이 하나의 도(道)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착지 반야사에서 발걸음을 조금만 더 옮기면 경상북도 상주시 모동면으로 이어지는 ‘백화산 호국의 길’(7.5km)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 두 지역을 하나로 잇는 이 길은 경계를 넘어선 생태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이 덕분에 월류봉은 단순한 지역 명소를 넘어 전국 단위의 대표 가을 트레킹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26만 7천여 명이 방문하며 영동군 관광지 중 방문객 수 1위를 기록했다. 전체 관광객의 약 4분의 1이 월류봉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곳이 지역 관광의 중심임을 실감할 수 있다.

주차장과 화장실, 쉼터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별도의 입장료 없이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사계절 언제든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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