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살 인줄 알았는데, 무려 1,317살?”… 85억 들여 새로 태어난 국내 최고령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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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첫 ‘반계리 은행나무 축제’
높이 33m·둘레 16m, 천연기념물 167호

반계리 은행나무
반계리 은행나무 / 사진=원주시공식블로그

가을 단풍은 흔하지만, 1,300년의 시간을 견딘 생명체가 주는 감동은 유일무이하다.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문막읍 반저리2길 42에 있는 반계리 은행나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오랫동안 ‘수령 800년’으로 알려졌던 이 고목의 진짜 나이가 지난해 국립산림과학원의 라이다 스캔과 디지털 생장정보를 통해 ‘1,317년 (±50년)’으로 공식 확인됐다. 이는 나무가 고려나 조선이 아닌, 삼국통일이 막 완성되던 7세기 통일신라시대에 싹을 틔웠음을 의미한다.

반계리 은행나무 풍경
반계리 은행나무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현진

이 위대한 발견과 함께, 수십 년간 제기됐던 방문객 불편 문제도 85억 원의 대규모 투자로 완벽히 해소됐다.

2025년 가을, ‘살아있는 유물’의 가치에 걸맞은 새 무대를 얻은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는 오는 11월 2일(일요일), 재개장 이후 첫 공식 축제를 열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1,317년의 전설을 품다

반계리 은행나무 전경
반계리 은행나무 전경 / 사진=원주시공식블로그

이 나무의 진정한 가치가 과학적으로 증명되자, 원주시는 그 위상에 걸맞은 환경 개선 사업에 착수했다. 총사업비 85억 원이 투입된 ‘반계리 은행나무 광장’ 조성 사업이 그것이다.

기존의 협소한 공간과 흙먼지 날리는 바닥, 만성적인 주차난은 이 천연기념물의 명성을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2025년 가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당초 2026년 2월 준공 예정이었던 공사는 방문객의 가을맞이를 위해 속도를 높여, 2025년 9월 29일 조기 준공을 완료했다.

새롭게 태어난 광장은 쾌적한 잔디광장과 야외무대를 갖췄다. 고질적인 주차난은 135대를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한 신규 무료 주차장으로 완벽히 해결됐다. 이제 방문객들은 주차 스트레스 없이, 오롯이 1,300년의 시간과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1월 2일, 재개장 기념 첫 ‘은행나무 축제’

반계리 은행나무 단풍
반계리 은행나무 단풍 / 사진=원주시공식블로그

과학적으로 나이를 되찾고, 85억 원의 새 무대까지 얻은 후 맞이하는 첫 가을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원주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25년 11월 2일(일요일), 반계리 은행나무 광장 일원에서 ‘2025 반계리 은행나무 축제’를 개최한다.

축제는 풍물 공연을 시작으로 난타, 무용, 그리고 원주시립교향악단 금관 앙상블 공연까지 다채로운 문화 행사로 채워진다.

또한 은행나무 기획사진전, 소원지 쓰기, 캘리그라피, 풍선아트 등 방문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 사진=원주시공식블로그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는 1964년 일찌감치 천연기념물 제167호로 지정되었다. 그 규모는 숫자로도 압도적이다. 높이는 아파트 10층과 맞먹는 약 32~33m, 성인 10명 이상이 팔을 벌려야 하는 가슴높이 둘레는 무려 16.27m에 달한다.

오랜 세월만큼이나 신비로운 전설도 깃들어 있다. 한 스님이 물을 마신 뒤 꽂아둔 지팡이가 자랐다는 설화와 성주 이씨 선조가 직접 심었다는 전통이 함께 전해진다.

또한 나무 속에 흰 뱀이 산다는 믿음이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는 지금도 마을을 지키는 신목(神木)으로 여겨진다. ‘은행나무의 단풍이 일시에 들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든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방문 전 ‘실시간 CCTV’ 확인은 필수

반계리 은행나무 축제
반계리 은행나무 축제 /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황성훈

가을 단풍 여행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특히 이 나무는 11월 초순에 절정을 맞이하는데, 가장 완벽한 황금빛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면 ‘실시간 CCTV’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에서 ‘반계리 은행나무’를 검색한 뒤, 인근 ‘반계IC’에 표시되는 CCTV 아이콘을 선택하면 된다. 해당 실시간 도로 정보 영상의 좌측 상단에 바로 이 은행나무가 포함되어 있어, 방문 전 잎의 색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반계리 은행나무 드론샷
반계리 은행나무 드론샷 /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황성훈

이 모든 경험을 누리는 데 드는 비용은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다. 24시간 개방되어 있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방문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자가용 이용 시 ‘반계리 은행나무 주차장’을,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55번 버스 탑승 후 문막2리 마을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1,317년의 전설은 과학으로 증명되었고, 수십 년의 불편함은 85억 원의 투자로 해소되었다. 이번 주말, 대한민국 최고령 은행나무의 공식적인 ‘대관식’에 참석해 살아있는 역사의 황금빛 숨결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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