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섬,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하늘과 호수가 만나는 무료 가을 산책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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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한반도섬
푸른 호수 위 떠오른 가을 최고의 풍경

양구 한반도섬
양구 한반도섬 / 사진=양구관광

대한민국의 지리적 정중앙, ‘국토의 배꼽’이라 불리는 강원특별자치도 양구의 파로호 위에 실제 한반도와 똑 닮은 섬이 떠 있다.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동쪽의 독도부터 서쪽의 백령도까지 섬세하게 구현된 이곳에서는 단 한 시간이면 꿈에 그리던 국토 종주가 가능하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이 비현실적인 풍경이 한때는 쓰레기와 폐수로 신음하던 버려진 땅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파괴와 치유의 대서사를 품은 위대한 증거다.

쓰레기장이 국토의 심장으로

양구 한반도섬 파로호
양구 한반도섬 파로호 / 사진=여행을 말하다 DB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한반도섬의 공식 명칭은 파로호 인공습지이며, 그 주소는 강원특별자치도 양구군 양구읍 한반도섬길 76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곳은 화천댐 최상류 지역의 거대한 나대지로, 불법 경작지에서 흘러나온 농약과 비료,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로 인해 심각한 수질 오염과 생태계 파괴가 자행되던 곳이었다. 경관 훼손은 물론, 한강 상류의 수질을 위협하는 골칫덩이로 여겨졌다.

양구 한반도섬 전경
양구 한반도섬 전경 / 사진=양구관광

이 죽음의 땅에 기적을 불어넣은 것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에 걸쳐 진행된 대규모 생태 복원 프로젝트였다. 양구의 서천과 한전천이 합류하는 하류에 저류보를 설치해 안정적인 수면 공간을 확보하고, 그 위에 국내 최대 규모인 163만㎡에 달하는 인공습지를 조성했다.

이 거대한 습지는 수생식물을 통해 오염물질을 자연적으로 걸러내는 ‘생태 필터’ 역할을 하며, 다양한 야생 동식물의 안식처로 거듭났다. 그 중심에 국토 정중앙이라는 상징성을 담아 한반도 모양의 섬을 띄운 것이다. 이는 인간이 파괴한 자연을 인간의 노력으로 되살린, 그야말로 현대판 연금술에 가까운 위업이었다.

가을에 가장 완벽해지는 풍경

한반도섬 데크길
한반도섬 데크길 / 사진=양구관광

한반도섬은 사계절 내내 열려 있지만, 그 매력이 절정에 달하는 계절은 단연 가을이다. 티 없이 맑고 높은 가을 하늘과 그 아래 거울처럼 모든 것을 비추는 파로호의 잔잔한 수면이 만나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시원하게 뻗은 나무 데크길을 따라 섬으로 걸어 들어가는 동안, 방문객은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신비로운 감각에 휩싸인다.

“푸르름이 쏟아진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하늘과 호수, 그리고 공기까지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한 공간은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정화하는 힘을 가졌다.

양구 한반도섬 데크길
양구 한반도섬 데크길 / 사진=여행을 말하다 DB

섬 내부는 실제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백두산 천지를 시작으로 태백산맥을 따라 걸어 남쪽의 한라산 백록담까지 ‘종주’할 수 있다.

동해 쪽에는 태극기가 꽂힌 독도와 울릉도가 어엿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 감탄하게 된다. 섬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약 한 시간이 소요되며, 이는 한반도 전체를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여행자를 위한 완벽한 조건

한반도섬
한반도섬 / 사진=양구관광

이토록 경이로운 공간을 경험하는 데에는 어떠한 제약도 없다. 한반도섬연중무휴, 24시간 상시 개방된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으며, 섬의 동쪽과 서쪽에 마련된 넓은 전용 주차장 역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언제든 마음이 동할 때 찾아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연과 하나 될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한다.

양구 한반도섬은 이제 단순한 인공섬이 아니다. 국토 정중앙에서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은 죽어가던 땅을 되살려낸 희망의 증거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가꾸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생태 자산이다.

이번 가을, 지도 위에서만 보던 대한민국을 직접 두 발로 걸으며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특별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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