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통도사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만나는 인생 단풍

가을이 깊어지면 마음은 붉고 노란빛 단풍으로 물든 숲을 향한다. 하지만 이름난 단풍 명소들은 인파와 비싼 입장료, 주차 전쟁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 일쑤다.
만약 대한민국 3대 사찰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곳을, 입장료 한 푼 없이 거닐며 절정의 단풍과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면 어떨까.
놀랍게도 이것은 가정이 아닌 현실이다. 양산시 통도사는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국민의 문화유산’이 되었다. 본격적인 가을,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와 형형색색의 단풍이 어우러진 통도사의 매력을 심층적으로 탐색한다.
양산 통도사

통도사는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로 108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가을 단풍을 제대로 즐기려면, 경내로 차를 몰고 바로 들어가는 대신 입구의 산책로부터 걷기를 추천한다.
이곳이 바로 통도사 단풍의 핵심 스팟, ‘무풍한송로’다. ‘춤추는 바람과 차가운 소나무의 길’이라는 이름처럼, 계곡을 따라 수백 년 된 소나무와 고목들이 어우러진 숲길이다.
가을이면 통도사는 일제히 붉고 노란빛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장관의 단풍 절경을 연출한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새소리를 배경으로 오색 단풍 터널을 걷는 경험은 그 자체로 완벽한 힐링이다.
특히 이 코스의 시작점에는 ‘외부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경내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면 사찰 중심부까지 편하게 갈 수 있지만(중소형 기준 4,000원), 단풍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외부 무료 주차장에 차를 대고 ‘무풍한송로’를 따라 10~15분가량 걸어 올라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불상이 없는 대웅전, ‘불보사찰’의 가을 단풍

단풍길을 따라 경내에 들어서면, 통도사가 왜 다른 사찰과 구별되는지 깨닫게 된다. 이곳은 우리나라 3대 사찰(삼보사찰) 중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모신 ‘불보(佛寶)사찰’이다.
‘통도사(通度寺)’라는 이름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첫째, 사찰이 자리한 영축산의 산세가 석가모니가 법을 설파했던 인도의 ‘영취산’과 그 모습이 통하기 때문이며, 둘째, 승려가 되고자 하는 모든 이가 이곳의 금강계단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모든 진리를 ‘회통’하여 일체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통도사는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6개 사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울긋불긋한 단풍 사이로 보이는 고색창연한 전각과 석탑들은 단순한 풍경이 아닌, 1,300년 넘게 이어져 온 한국 불교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다.
실용 정보 및 템플스테이 팁

통도사는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운영시간은 오전 6시 30분 부터 저녁 17시 30분까지 운영하며, 새벽 예불(04:00) 동참도 가능하다.
경내에 보물 청동은입사향완 등 26점이 소장되어 있는 ‘성보박물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니 방문 시 참고해야 한다. 사찰 내부는 매우 넓고 화장실, 찻집, 간단한 간식거리와 한식을 파는 식당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다만, 모든 방문객이 유념해야 할 점은 ‘반려동물 출입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단풍 구경을 반려동물과 함께할 계획이었다면 참고해야 한다.

만약 이 가을을 더욱 깊이 체험하고 싶다면 템플스테이를 고려해볼 만하다. 특히 통도사 템플스테이는 진신사리가 모셔진 ‘보궁(금강계단)’에서 직접 명상을 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입장료 부담까지 사라진 지금, 통도사는 가을 단풍 여행의 가장 완벽한 목적지 중 하나가 되었다.
수백 년 된 숲길을 걸으며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불보사찰’의 성스러운 기운 속에서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와 단풍의 절경을 만끽해 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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