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주차비 무료인데 안 갈 이유 없죠”… 부모님과 걷기 좋은 해안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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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조대 보트
양양 하조대 / 사진=양양관광

젊음과 서핑의 파도가 넘실대는 양양의 해변에서 불과 몇 걸음,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단순한 전망대가 아닌, 한 왕조의 설계가 시작된 역사의 절벽이자, 온 국민의 가슴에 새겨진 풍경의 원형, 하조대다.

짙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깎아지른 절벽과 노송이 빚어내는 풍경은 왜 이곳이 양양 8경 중 하나이자 국가 명승으로 지정되었는지 스스로 증명한다.

하조대(河趙臺)라는 이름에는 조선 왕조의 설계자들이 담겨 있다. 고려 말, 개국공신이 되는 하륜(河崙)과 조준(趙浚)이 이곳에 은거하며 새로운 왕조의 기틀을 논했다고 하여 두 사람의 성을 따 이름 붙여졌다.

하조대 정자
양양 하조대 / 사진=양양관광

6.25 전쟁으로 소실되었던 현재의 육각 정자는 1955년 이후 복원된 것이지만, 절벽 아래 새겨진 ‘하조대’ 암각 글씨는 시대를 초월한 역사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이곳에 서면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역사의 변곡점을 마주하는 듯한 장엄함이 밀려온다.

하조대의 상징은 단연 정자 옆 기암괴석 위에서 200년 넘게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소나무다.

양양 하조대 정자
양양 하조대 / 사진=양양관광

한때 TV 애국가 방송의 배경 화면을 장식하며 ‘애국송’이라는 별칭을 얻은 이 소나무는, 험준한 바위틈에 뿌리내린 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거친 파도와 푸른 동해를 배경으로 선 애국송의 모습은 하조대를 찾는 이들에게 가장 강렬한 기억을 선사하며, 이곳이 수많은 양양 가볼만한 곳 중에서도 특별한 이유가 된다.

애국송이 주는 묵직한 감동을 뒤로하고 잘 정비된 데크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풍경은 한순간에 바뀌어 청량한 그림이 펼쳐진다.

양양 하조대
양양 하조대 / 사진=양양관광

푸른 소나무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새하얀 등대는 ‘기사문 등대’라는 정식 명칭을 가졌다. 1962년부터 약 20km 밖의 바다까지 불을 밝히는 이 무인 등대는 짙푸른 동해, 울창한 송림과 어우러져 한 폭의 엽서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정자 쪽의 풍경이 장엄하고 역사적이라면, 등대 쪽 풍경은 맑고 평화로워 대조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양양 하조대 정자
양양 하조대 / 사진=양양관광

하조대는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복합적인 매력을 지닌 공간이다. 조선 건국의 역사를 품은 정자, 전 국민의 마음에 각인된 애국송, 그리고 동해의 푸르름을 배경으로 선 하얀 등대까지, 각기 다른 서사와 풍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둘레길은 경사가 완만하여 노약자나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양양 하조대 전경
양양 하조대 / 사진=양양관광

이곳은 젊음의 파도와 역사의 숨결이 공존하는 양양의 또 다른 얼굴이다. 서핑 보드 대신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은 이들에게, 하조대는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하조대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누구나 방문할 수 있으며, 하절기(4~9월)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개방된다. 바다를 가장 깊이 있게 만나는 방법, 그 해답은 하조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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