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추천 힐링 산책길

천천히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소나무 사이로 바다가 슬며시 얼굴을 드러낸다. 짙푸른 수평선과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진 동해의 풍경이 어느새 숨을 멈추게 한다.
강원도 양양을 찾는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바다를 천천히 감상할 수 있는 산책길이 있다. 바로 하조대다. 정자와 등대, 기암절벽이 이어지는 이곳은 양양 팔경 중 하나로,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조용하게 마주할 수 있는 명소다.
그저 걷기만 해도 마음이 정돈되는 길. 여름 바다를 진심으로 느끼고 싶다면 하조대가 제격이다.

하조대 산책의 시작은 소나무 숲 사이로 난 데크길에서부터다. 걷다 보면 바위에 ‘하조대’라 새겨진 암각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위로 단아한 팔각정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자 안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풍경은 말이 필요 없다. 절벽 아래로 부서지는 파도, 그 위를 꿋꿋하게 지키는 200년 된 소나무 한 그루. 모든 풍경이 고요하면서도 강렬하다. 오랜 시간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온 자연이 주는 위로가 있다.

정자를 뒤로하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계단을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과 하얀 등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기사문 등대’라 불리는 이 등대는 1962년에 세워졌으며, 약 20km 떨어진 바다에서도 식별 가능하다.
이곳의 묘미는 단연 풍경이다. 절벽에 붙은 데크길을 따라가다 보면, 등대를 배경으로 바다와 하늘, 소나무가 한 화면에 담긴다. 해안선 너머로 펼쳐지는 수평선과 잔잔한 파도 소리는 어느새 여행자의 마음을 정리해준다.

등대 아래로 내려가면 하조대 둘레길이 이어지는데, 투명 유리바닥이 설치된 전망대도 마련되어 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어, 가족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단 몇 걸음만 걸어도 바다가 가까워지고, 바람이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준다.

자연 그대로의 바위들과 절벽이 만들어낸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거칠지만 아름답고, 단단하지만 따뜻하다. 파도가 매만진 바위들은 유난히 결이 곱고,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는 매 순간 그 장면을 다시 새로이 만들어낸다.
하조대는 길지 않은 여정이지만, 그 안에서 얻는 감정은 깊고 다양하다. 정자의 고요함, 등대의 고독함, 절벽과 파도가 주는 시원함까지. 무엇보다도, 걷는 내내 동해가 함께 있어 더욱 특별하다.

날씨 좋은 날, 바다와 나무, 바위와 바람이 어우러지는 이 길 위에서 누구나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다. 양양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잠시라도 이곳에 머물러 보는 건 어떨까. 하조대는 그 자체로, 충분한 이유가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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