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해맞이공원
770km 트레일의 시작점

누구나 동해안 최고의 일출 명소를 꼽으라면 몇 군데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끔찍했던 화마의 기억을 품고 다시 일어나, 이제는 유네스코의 인정을 받은 지질학적 성소로 거듭난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곳은 단순히 떠오르는 해를 보는 장소를 넘어, 시간과 자연의 위대한 복원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상처가 어떻게 별이 되었는지, 그 경이로운 부활의 서사가 바로 이곳, 영덕에 있다.
영덕 해맞이공원

영덕 해맞이공원은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읍 영덕대게로 968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역사는 1997년, 지역을 할퀴고 간 끔찍한 대형 산불에서 시작된다.
당시 화재로 해안 절벽과 인근 산야는 생명을 잃은 황무지로 변했다. 그러나 영덕군은 절망의 땅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황폐해진 땅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2만 3천여 포기의 야생화와 900여 그루의 향토 수종 꽃나무를 심고, 바다로 이어지는 1,500여 개의 나무 계단을 놓아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다. 단순한 복구를 넘어, 아픔을 딛고 일어선 희망의 상징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국내를 넘어 세계의 인정을 받는 결실을 보았다. 2024년 11월 27일 환경부로부터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생태관광지역’으로 신규 지정되었고, 마침내 2025년 4월, 이곳을 포함한 경북 동해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공식적으로 등재되면서 영덕해맞이공원은 세계적인 지질 명소로 위상을 높였다.
강릉 정동진이나 포항 호미곶이 장엄한 일출로 유명하다면, 영덕해맞이공원은 비극을 극복한 역사와 세계적 지질 가치라는 독보적인 서사를 더한,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인 셈이다.
2억 년의 시간이 빚은 자연의 조각품

공원의 상징인 창포말등대는 주변 경관과의 조화를 극대화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영덕의 특산물인 대게의 집게발이 붉은 태양을 힘껏 밀어 올리는 형상으로, 단순한 등대 기능을 넘어 예술적 조형미를 뽐낸다. 이곳 전망대에 서면 전면의 푸른 동해와 후면의 넓은 초지, 해송 조림지가 한 폭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이곳이 왜 유네스코의 선택을 받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해안가에 노출된 거대한 바위들은 약 2억 년 전, 뜨거운 마그마가 식어 굳어진 화강섬록암이다.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고 다듬어진 바위 표면은 지구의 시간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특히 두 개의 바위가 새끼손가락을 걸고 있는 듯한 모습의 ‘약속바위’는 지각운동으로 생긴 암석의 틈이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낸 지질학적 경이의 산물이다. 연인과 가족들이 이곳에서 변치 않는 약속을 다짐하는 명소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공원 곳곳에 설치된 두 군데의 전망 데크는 동해를 가장 완벽한 구도로 조망할 수 있는 장소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코발트블루 빛 바다, 그리고 파도가 만들어내는 하얀 포말은 그 자체로 완벽한 예술 작품이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열린 공간, 실용 정보 가이드

이 모든 경관과 가치를 경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없다. 영덕해맞이공원은 연중무휴, 24시간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료 모두 무료다. 총 3개소의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의 편의를 돕는다.
또한, 이곳은 총 770km에 달하는 동해안 트레일 ‘해파랑길’의 일부이자, 영덕의 대표적인 도보 여행 코스인 ‘영덕 블루로드’ B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공원 산책만으로 아쉽다면, 해안을 따라 대게원조마을까지 이어지는 환상의 바닷길을 걸으며 동해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다.
한때 검은 잿더미로 뒤덮였던 절망의 땅이 이제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희망의 상징이자, 세계가 인정한 자연유산이 되었다.
단순히 멋진 사진을 남기는 것을 넘어, 자연의 위대한 복원력과 시간의 흔적을 느끼고 싶다면 이번 주말, 영덕해맞이공원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떠오르는 해를 보며 과거의 아픔과 현재의 가치, 그리고 미래의 희망을 동시에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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