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도마령
차로 오르는 840m 하늘길의 가을 파노라마

가을 단풍이 절정일 때, 등산의 수고로움 없이 정상의 절경을 마주하고 싶다면 충북 영동으로 향해야 한다. 그곳에는 용이 하늘을 오르듯 굽이치는 아찔한 도로, 도마령이 있다.
이곳은 단순한 고갯길이 아니다. 차로 편하게 오를 수 있는 해발 840m의 고갯마루이자, 뼈아픈 재난을 이겨낸 의지와 지역의 자부심이 깃든 특별한 전망대다. 불타는 가을 산의 파노라마 속으로, 사람의 이야기가 깃든 드라이브를 떠나본다.
“구절양장 840m, 차로 오르는 하늘길”

본래 도마령은 충북 영동군과 전북 무주군을 잇는 험준한 고개였다. 민주지산(해발 1,241m) 자락에 위치한 이 고갯길은, 과거 ‘칼을 든 장수가 말을 타고 넘었다’ 하여 ‘도마령’ 혹은 ‘답마령’이라 불릴 정도의 험한 비포장 산길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험준했던 길은 누구나 2차선 포장도로를 따라 편안하게 정상에 닿을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변모했다. 아찔하게 이어지는 커브 길은 운전자에게 적절한 긴장감을 주지만, 창밖으로 펼쳐지는 장엄한 산세와 불타는 단풍의 파노라마는 그 긴장감을 감탄으로 바꿔놓기에 충분하다.
“정상의 상징, ‘상용정’에 담긴 두 가지 이야기”

정상에 도착하면 충청북도 영동군 상촌면 고자리 산 56-17 주소지에 자리한 팔각정 ‘상용정’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정자는 단순한 쉼터가 아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첫째는 ‘극복의 상징’이다. 2002년과 2003년, 영동 지역은 연이은 태풍으로 거대한 수해를 입었다. 상용정은 이 재난을 극복하는 복구 사업의 일환으로, 군민의 의지를 모아 세워졌다. 험준한 산 정상에 다시금 아름다운 정자를 세운 것은 아픔을 딛고 일어서겠다는 다짐의 표현이었다.
둘째는 ‘정체성의 상징’이다. 정자의 건축미도 뛰어나지만, 핵심은 기둥을 받치는 화강암 초석에 있다. 이곳에는 ‘국악의 고장’ 영동을 상징하는 ‘대금’ 형상이 뚜렷하게 조각되어 있다. 전통 ‘이익공식 공포’ 양식의 웅장함과 더불어, 지역의 자부심을 하늘 가까이 아로새긴 것이다.
영화 집으로의 추억

이 고즈넉하고 수려한 풍경은 2002년 개봉한 영화 <집으로>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더욱 유명해졌다. 영화 속 순박한 시골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은 연중무휴, 24시간 상시 개방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라 언제든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정상 주차장에 차를 대고 상용정에 올라 맞는 해발 840m의 시원한 바람은 일상의 시름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민주지산의 숲길을 따라 산악자전거(MTB) 라이딩을 즐기기에도 최적의 코스다.

가을 단풍 드라이브를 계획 중이라면, 단순한 풍경을 넘어 극복의 역사와 문화적 자부심까지 만날 수 있는 도마령과 상용정은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더 자세한 정보는 영동군청 관광과(043-740-3206)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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