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유네스코가 인정했구나”… 하루종일 힐링하기 좋은 천년 된 사찰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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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부석사
천년의 지혜가 빚은 풍경

영주 부석사 전경
영주 부석사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라이브스튜디오

누구나 한 번쯤 그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영주 부석사. 교과서에서 본 배흘림기둥과 무량수전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저 오래된 유명 사찰이겠거니 짐작하기 쉽다.

하지만 막상 그 공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모든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간다. 이곳은 일반 종교 건축물이 아니라, 소백산의 거대한 자연을 한눈에 담아내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특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방문을 넘어, 천년의 지혜가 오롯이 담긴 공간의 서사를 제대로 체험하는 여정을 떠나본다.

산 위에 뜬 돌 위에 세워진 천년의 염원

부석사 삼층석탑
부석사 삼층석탑 / 사진=ⓒ한국관광공사 라이브스튜디오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는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봉황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의상대사가 화엄 사상을 펼치기 위해 창건한 이래, 대한민국 화엄종의 본찰로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부석사라는 이름은 무량수전 서쪽의 거대한 바위가 아래 바위와 붙지 않고 떠 있다는 ‘뜬 돌(浮石)’ 전설에서 유래했다. 이는 의상대사를 흠모한 선묘낭자가 용이 되어 그를 수호했다는 애틋하고 신비로운 창건 설화와 맞닿아 있다.

부석사 탐방은 보통 두 갈래 길에서 시작된다. 정석대로 일주문부터 오르막길을 따라 오르는 방법과, 상부 주차장을 이용해 무량수전 근처에서 시작하는 방법이다.

부석사 범종루
부석사 범종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어린이를 동반했다면 상부 주차장(승용차 기준 3,000원)이 편리하지만, 부석사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조금 숨이 차오르더라도 일주문에서부터 걸어 오르기를 권한다.

이 길은 단순한 오르막이 아니라, 108개의 계단을 밟으며 속세의 번뇌를 내려놓고 점차 정토의 세계로 나아가는 상징적인 순례길이기 때문이다.

관람 시간은 계절에 따라 달라 하절기(4~10월)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동절기(11~3월)에는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소정의 문화재 관람료(어른 2,000원)는 천년의 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데 쓰인다.

소백산맥을 압도하는 건축의 미학, 무량수전

부석사 무량수전
부석사 무량수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범종루를 지나 안양루(安養樓)의 계단을 오르면, 눈앞에 거짓말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멀리 겹겹이 이어진 소백산의 능선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그 장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국보 제 18호 무량수전이 고요하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건축사학자들이 왜 그토록 부석사를 극찬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고려 시대에 지어진 무량수전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 중 하나로,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주심포 양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가운데가 볼록하게 솟은 ‘배흘림기둥’은 시각적인 안정감을 줄 뿐 아니라, 목조 건축의 구조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선조들의 탁월한 미적 감각을 증명한다. 무량수전 앞에서서 서서 바라보는 소백산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산수화다.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네스코는 2018년 부석사를 포함한 7개 사찰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에 등재하며 주변의 뛰어난 경관을 건축물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개방적이고 조화로운 배치를 그 탁월한 보편적 가치 중 하나로 꼽았다. 무량수전은 바로 그 가치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핵심 공간이다.

내부에는 흙으로 빚은 국보 제 45호 소조 아미타여래좌상이 온화한 미소로 앉아 있다. 특이하게도 불상은 법당 중앙이 아닌 서쪽을 향해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는 서방 극락정토에 머무는 아미타불의 교리를 건축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부석사로 오는 법은 대중교통 이용시, 고속버스와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고속버스는 강남센트럴터미널(호남선)과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면 된다. 영주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길 건너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부석사행 버스를 탈 수 있으며, 진우 경유와 풍기 경유 모두 부석사까지 간다.

기차는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며 약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도착역은 영주역 또는 풍기역 중 선택할 수 있다. 풍기역에 내리면 역 바로 앞에서 부석사행 버스를 탈 수 있고, 영주역에 내린 경우에는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이동한 뒤 부석사행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국보와 보물이 들려주는 천년의 이야기

부석사 안양루
부석사 안양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석사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문화재를 품고 있다. 무량수전 앞을 지키는 국보 제17호 영주 부석사 석등은 단아하고 비례가 완벽해 통일신라 시대 석등 중 최고로 꼽힌다.

의상대사의 진영을 모신 국보 제19호 조사당은 고려 시대 건축물로 소박하지만 기품이 넘치며, 그 안에서 발견된 국보 제46호 조사당 벽화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벽화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영주 여행을 계획한다면, 하루쯤은 온전히 부석사를 위해 시간을 내어보자. 빠르게 둘러보고 사진만 남기는 여행 대신, 일주문에서 무량수전까지 천천히 걸으며 공간의 변화를 느끼고, 안양루 누각에 걸터앉아 소백산의 바람을 맞아보는 깊이 있는 체험을 추천한다.

천년의 세월이 응축된 이 공간에서, 우리는 잠시 일상의 시름을 내려놓고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진정한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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