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부석사,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품은 국보 5점과 1,300년 화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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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무료 개방, 겨울 설경 명소로 재조명

부석사 전경
부석사 전경 / 사진=영주시

1월의 소백산은 봉황산 능선을 따라 하얀 눈을 뿌리고 있다. 그 깊은 산자락 한가운데, 1,300년 전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종 근원지가 자리한다.

부석사는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곳 중 하나이며, 국보 5점을 품은 특별한 공간이다.

게다가 2023년 5월부터 입장료가 완전히 폐지돼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명소가 됐다. 이 덕분에 최근 겨울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설경이 가장 아름다운 지금이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인 셈이다. 겨울 설경이 만든 고요한 풍경 속으로 떠나는 천년 고찰의 여정을 소개한다.

676년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남긴 전설

부석사
부석사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석원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에 위치한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종 사찰이다. 한국 화엄종의 근원지로 평가받는 이곳은 1,30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한국 불교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름에 담긴 ‘부석(浮石)’은 ‘떠 있는 돌’이라는 뜻으로, 창건 설화 속 선묘라는 여인의 전설에서 비롯됐다.

선묘는 의상대사를 흠모했으나 대사가 당나라 유학길에 오르자 용으로 변해 그를 지켰다고 전해진다. 이 덕분에 부석사에는 선묘를 기리는 선묘각이 지금도 남아 있으며, 천년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인 셈이다.

특히 겨울철 눈 덮인 경내를 걸으면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 옛 선비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한편 주차장에서 경내로 오르는 계단 양옆으로는 오래된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 첫 발걸음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하는 편이다.

배흘림기둥이 만든 고려 건축의 정수

부석사 무량수전
부석사 무량수전 / 사진=영주시 공식 블로그

부석사의 핵심은 국보 제18호 무량수전이다. 고려 우왕 2년(1376년)에 중창된 이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로, 고려 시대 목조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건립 연대는 13세기경으로 추정되지만, 현재의 모습은 1376년 중창 당시의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배흘림기둥이다.

기둥 아래에서 1/3 지점이 가장 굵고 위로 갈수록 점차 가늘어지는 이 기법은 시각적 안정감을 주며, 건축미학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과도 비교되는 고대 건축 기법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미적 감각이 닿는 지점이 유사함을 증명하는 셈이다.

반면 무량수전 내부에 모셔진 국보 제45호 소조여래좌상(높이 2.78m)은 우리나라 소조불상 중 가장 크고 오래된 작품이다. 서쪽 불단 위에 모셔진 이 불상은 흙으로 빚어 만든 소조 기법으로 제작됐으며, 신라 시대의 뛰어난 조각 기술을 보여준다.

한편 무량수전 앞마당에 서면 소백산 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지는데, 이 풍경은 ‘국보급 경치’라 불릴 만큼 사계절 내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겨울철 눈 내린 능선과 무량수전의 처마선이 만드는 조화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국보 5점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품격

부석사 풍경
부석사 풍경 / 사진=영주시 공식 블로그

부석사는 국보를 무려 5점이나 보유한 문화재의 보고다. 무량수전 앞 국보 제17호 석등은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보살상 4구가 섬세하게 조각돼 있다.

8각의 간주석에 새겨진 보살상들은 천년의 세월을 견뎌내며 지금도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모습이다. 국보 제19호 조사당은 고려 우왕 3년(1377년) 건립됐으며, 내부의 국보 제46호 조사당벽화는 고려 시대 가장 오래된 사찰 벽화로 평가받는다. 이 벽화는 당시의 색채 감각과 회화 기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인 셈이다.

이처럼 신라부터 고려까지 이어진 예술품들이 한곳에 모여 있어 한국 불교 건축과 미술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2018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한국의 13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산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쾌거였다. 특히 겨울철 설경 속에서 보는 무량수전의 처마선과 소백산의 조화는 해인사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 편이다. 안양루에서 바라본 무량수전의 전경 역시 부석사를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무료 입장에 연중무휴, 겨울 방문 완벽 가이드

부석사 겨울
부석사 겨울 / 사진=영주시 공식 블로그

부석사는 2023년 5월 4일부터 입장료가 완전히 무료화됐다. 운영 시간은 하절기(4~10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동절기(11~2월)에는 오후 5시까지이며 연중무휴로 개방된다.

주차비 역시 무료여서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해가 일찍 지므로 오후 2~3시 이전에 도착하는 편이 좋다. 특히 일몰 무렵 무량수전에서 바라보는 소백산 능선의 풍경은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꼽힌다.

주차장에서 경내까지는 도보로 5분 남짓 걸리지만, 계단과 경사로에 눈이 얼 수 있어 미끄럼 방지 신발을 착용할 것을 권한다. 노약자나 어린이와 함께라면 천천히 오르는 게 안전하다.

영주역에서 택시로 약 30분, 영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 27번·55번을 이용하면 약 3045분 소요된다. 한편 풍기역에서도 택시로 약 20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풍기역은 KTX 이음이 운행돼 서울 청량리에서 약 1시간 30분이면 닿는다.

부석사 겨울 전경
부석사 겨울 전경 / 사진=영주시 공식 블로그

부석사는 천년의 시간과 국보급 문화재, 그리고 소백산의 설경을 동시에 품은 특별한 공간이다. 배흘림기둤이 만든 고려 건축의 정수와 유네스코가 인정한 산사의 품격이 여행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셈이다.

무량수전 앞에 서서 소백산 능선을 바라보는 순간, 천년 전 의상대사가 이곳을 택한 이유를 비로소 이해하게 될 것이다. 겨울 소백산맥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천년 고요를 마주하고 싶다면, 눈 내린 봉황산 자락으로 향해 한국 불교 문화유산이 선사하는 특별한 감동을 경험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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