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게 아니네”… 강물이 새겨 넣은 200m 핵심 지질 명소

수만 년 동안 흐른 주천강 물줄기가 빚어낸 영월의 신비로운 화강암반 지형에서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고요한 정취를 만납니다.

영월 요선암 돌개구멍
영월 요선암 돌개구멍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핵심 요약

  • 강원고생대 국가지질공원인 영월 요선암 돌개구멍은 천연기념물 제543호로 지정된 약 200m 구간의 화강암반 포트홀 지형입니다.
  • 주천강 수위가 낮아 포트홀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마 전 6월이 최적의 방문 시기이며 연중 상시 무료로 개방됩니다.
  • 도로변 공터에 무료 주차 후 산책로를 따라 5분만 걸으면 닿을 수 있고 차량 20분 거리의 한반도 지형과 연계하기 좋습니다.

주천강 위로 한낮의 빛이 수직으로 내리꽂히면, 강바닥 암반에 뚫린 수십 개의 둥근 구멍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모습을 드러낸다.

물이 닳히고 또 닳혀 만들어낸 이 구멍들은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채 수만 년을 그 자리에 있었다.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과 침묵하는 화강암반 사이, 자연이 새겨 넣은 조각품이다.

흑운모 화강암이 깔린 강바닥 약 200m 구간에 크고 작은 항아리 모양 구멍이 빽빽하게 들어선 이 지형은 2013년 국가가 천연기념물로 공식 지정했다. 하천 지형 연구에서도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 곳이다.

주천강 화강암반에 새겨진 포트홀의 형성 원리

요선암 돌개구멍 전경
요선암 돌개구멍 전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요선암 돌개구멍(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도원운학로 13-39)은 주천강이 영월군 수주면에서 주천면으로 흘러가는 하상 약 200m 구간에 펼쳐진 지형이다.

이 일대의 기반암은 흑운모 화강암으로, 강원고생대 국가지질공원의 핵심 지질 명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천연기념물 제543호로 지정된 면적은 약 35,927.5㎡에 이른다. 포트홀, 즉 돌개구멍은 하상 기반암의 오목한 틈에 자갈과 모래가 끼어들어, 빠른 유속과 소용돌이 속에서 반복 회전하며 암반을 마모해 만들어지는 지형이다.

사암이나 화강암처럼 등질성 단단한 암석에서 잘 발달하며, 깊은 항아리 모양의 원형 또는 타원형이 주를 이룬다. 요선암 일대 포트홀은 깊이가 최대 약 2m에 이르는 것도 있으며, 하천 수위 변화에 따라 노출 높이가 다른 세 개의 지형면으로 구분된다.

신선을 맞이하는 바위, 인문 역사와 문화유산이 겹친 공간

요선정과 무릉리 마애여래좌상
요선정과 무릉리 마애여래좌상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요선암이라는 이름은 ‘신선을 맞이하는 바위’에서 비롯됐다. 조선시대 문인 봉래 양사언이 평창군수로 재직하던 시절 이곳 경치를 즐기며 암반에 직접 ‘요선암’이라는 글자를 새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기암 위에 정자 하나가 얹혀 있는 풍경은 그 이름과 꼭 맞아떨어진다.

강변을 내려다보는 자리에 세워진 요선정은 1915년 무릉리 지역민의 계 조직인 요선계를 중심으로 건립됐으며, 1984년 도 지정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현재까지 관리되고 있다.

요선정 동쪽 커다란 바위면에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무릉리 마애여래좌상이 새겨져 있다. 높이 3.5m에 이르는 이 불상은 양감이 풍부한 얼굴과 사실적인 손 표현이 특징으로, 요선암 돌개구멍과 함께 영월 10경 제10경을 이루는 복합 문화 경관의 한 축이다.

장마 전 6월이 돌개구멍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시기

한반도 지형
한반도 지형 / 사진=ⓒ한국관광공사 정주애

요선암 돌개구멍은 주천강 수위가 낮아지는 갈수기에 포트홀이 더 많이 드러난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6월 전후가 암반 위 구멍들을 가장 또렷하게 감상하기에 좋은 시기로 꼽힌다.

반면 비가 내린 직후에는 수위가 높아져 바위가 잠기거나 미끄러워질 수 있어, 방문 전 날씨와 강 수위를 반드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강변 화강암반과 포트홀 주변은 물기와 이끼로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바위 위를 걸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영월 시내 한반도 지형과는 차량 20-30분 거리에 있어, 두 명소를 하루 일정으로 묶으면 영월의 하천 경관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다.

무료 개방·5분 도보로 닿는 이용 정보

요선암 돌개구멍 모습
요선암 돌개구멍 모습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요선암 돌개구멍과 요선정 일대는 별도 출입 통제 없이 연중 상시 무료 개방되며, 입장료는 부과되지 않는다.

요선정 입구와 도로변 공터에 무료 주차가 가능하고, 주차 후 산책로를 따라 약 5분이면 강변 돌개구멍 지형에 닿는다.

영월시외버스터미널과 영월역에서는 차량으로 약 40분 거리다. 관련 문의는 영월군청 문화관광 부서(033-370-2913 또는 033-370-2140), 강원고생대 국가지질공원(033-560-2931)으로 하면 된다.

요선암 돌개구멍 풍경
요선암 돌개구멍 풍경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지질 명소로서의 학술적 가치와 천 년을 넘긴 문화유산이 한 강변에 공존하는 곳은 흔하지 않다. 요선암 돌개구멍은 그 두 가지를 무료로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의 밀도가 유독 높은 장소다.

강물이 불기 전, 지금이 이 구멍들을 가장 온전히 볼 수 있는 시간이다. 6월의 주천강은 기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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