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자작나무숲
순백의 나무들이 그린 단풍 수채화

가을이 깊어지면 숲은 붉은색으로 타오른다. 하지만 익숙한 붉은 단풍잎 대신, 새하얀 도화지 위에 노랗고 붉은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한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있다.
바로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의 깊은 골짜기에 숨어있는 영양 자작나무숲이다.

서리가 내릴 준비를 하는 이즈음, ‘숲속의 귀부인’이라 불리는 자작나무들은 순백의 수피를 더욱 빛내며 가을 채비를 한다.
1993년에 인공 조림되어 이제는 20m 높이로 훌쩍 자란 나무들 사이로 알록달록한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단풍 명소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감동을 선사하는 곳, 전국 최대 규모의 ‘비밀의 숲’을 탐색해 본다.
“당신을 기다립니다”… 하얀 숲을 물들인 가을빛

이 숲이 특별한 이유는 ‘대비’에 있다. 빼곡하게 수직으로 뻗은 나무들의 하얀 줄기 사이로, 가을볕을 받은 잎사귀들이 노랗고 붉게 빛난다. 영양군 측은 “하얀 수피들 사이로 피어오른 단풍은 일반적인 단풍나무와는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고 전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단풍 든 자작나무 잎이 흔들리고, 그 사이로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가 더해지면 숲 전체가 살아있는 설치미술처럼 느껴진다. 이는 자작나무의 꽃말인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메시지처럼, 먼 길을 찾아온 방문객에게 고요하고도 강렬한 위로를 건넨다.
“출발은 ‘숲길 안내센터’, 초보자도 걷는 1.5km 코스”

영양 자작나무숲은 그 규모(30.6 ㏊)가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숲(약 6 ㏊)의 5배에 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이다. 축구장 40~42개 크기에 달하는 이 거대한 숲은 2020년 산림청으로부터 ‘국유림 명품 숲’으로 선정되며 그 가치를 공식 인정받았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한 핵심 정보는 바로 ‘접근법’이다. 숲이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탓에, 방문객은 내비게이션에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527-2에 위치한 ‘산림청 숲길 안내센터’(또는 인근 ‘죽파 장파경로당’)를 목적지로 설정해야 한다.

이곳 안내센터가 바로 숲으로 향하는 ‘전기차 출발지’이다. (전기차 운행 시간 및 요금은 현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전기차를 이용해 숲 입구에 닿으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명품 트레킹 코스가 기다린다.
탐방로는 1코스(1.49km)와 2코스(1.52km)로 나뉘어 있으며, 모두 경사가 완만해 초보 산악인이나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도 무리 없이 숲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등산로를 따라 완만하게 오르다 보면 고도 800m를 훌쩍 넘기는 전망대에 도착하는데, 이곳에서 조망하는 자작나무숲의 전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가을의 끝자락, 흔한 단풍 여행에서 벗어나 하얀 숲이 빚어내는 특별한 가을 풍경을 마주하고 싶다면, 국내 최대 규모의 영양 자작나무숲이 그 완벽한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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