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경으로 뽑힌 이유가 이거였구나”… 바다·노을 즐기는 1,800년 시간 품은 무료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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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1,800년 신화가 살아 숨 쉬는 공원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12월의 포항 동해안은 겨울 햇살이 수평선을 따라 길게 늘어지고, 파도 소리가 차가운 바람에 실려 온다. 그 해안선 끝자락에 자리한 한 공원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1,800년 전 신라의 전설이 현대적 공간으로 재탄생한 특별한 장소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한국 유일의 일월신화를 품은 이곳은 역사와 자연,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겨울 여행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는 포항 12경 중 8경으로 선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과연 어떤 매력이 이곳을 겨울 동해안 최고의 숨은 보석으로 만들었을까. 157년 신라시대부터 이어진 이야기와 함께 공원 곳곳에 숨은 감동을 살펴봤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풍경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풍경 / 포항시 공식 블로그 정유리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 호미로 3012)의 핵심은 그 이름에 담긴 설화에 있다. 동해 바닷가에서 해초를 따던 연오와 세오녀 부부가 바위에 실려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는 이야기는 삼국유사 권1에 기록된 한국 유일의 일월신화이며, 고대 태양신화의 한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신라 왕은 연오에게 돌아올 것을 청했지만 연오는 “하늘의 뜻”이라 거절했고, 대신 세오녀가 짠 비단을 보냈다. 왕이 그 비단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자 해와 달이 다시 빛을 회복했고, 이 제사를 지낸 곳이 영일현(迎日縣), 즉 지금의 포항 영일만 일대가 되었다.

공원은 이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입구의 벽화 거리부터 연오와 세오녀의 여정을 시각화했다. 한국뜰과 방지연못을 지나면 신라시대 제사 의식을 상징하는 솟대(목재 기둥)가 세워져 있어, 자연스럽게 1,800년 전 신라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귀비고 전시관

귀비고 전시관
귀비고 전시관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귀비고(貴妃庫)는 세오녀가 짠 비단을 보관한 창고를 뜻하며, 현대적 스토리텔링 전시관으로 재탄생했다. 지하 1층의 제1·2전시실에서는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애니메이션과 미디어 아트로 체험할 수 있고, 지상 1층의 일월영상관에서는 몰입형 영상이 상영되며, 일월라운지에서는 교육·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특히 VR 체험 코너에서는 바위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연오와 세오녀의 시점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지상 2층에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어 전시 관람 후 동해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귀비고는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포항지역의 역사성과 미학적 특성을 반영한 특화된 문화공간으로, 장소 특화 프로그램과 지역 연계 체험 활동도 정기적으로 운영된다.

신라마을부터 일월대까지

신라마을
신라마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공원 상단부에 조성된 신라마을은 신라시대 바닷가 마을을 초가집으로 재현한 공간이며, 영일댁·연오세오댁·도기야댁·대장간 등 여러 건물이 모여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초가집 앞 마당에서 동해 오션뷰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빈티지 스타일 촬영 명소로 인기가 높다.

공원 내 가장 높은 지점인 일월대는 영일만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로, 해질 무렵이면 바다가 금빛으로 변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겨울철 일몰 감상 명소로 손꼽히며,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순간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물드는 광경은 카메라에 담고 싶은 순간을 계속 만들어낸다.

공원 뒤편에는 연오랑뜰 광장과 철 예술뜰을 연결하는 약 400m의 등산로가 있다. 길이는 짧지만 입구의 급한 계단을 오르면 중간지점의 산마루 정자에서 탁 트인 바다 풍경이 펼쳐지며, 철 예술뜰의 조형물들과 함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해안둘레길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 포항시 공식 블로그 정유리

공원과 연계한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은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로, 기암절벽과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기 좋다. 완만한 경사로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며, 대부분이 평탄하여 가족 모두가 함께 산책하기에 적합하다.

길을 따라 걸으면 쌍거북바위와 여러 쉼터가 나타나며, 각 지점마다 다른 각도의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며, 겨울 햇살이 수면에 반짝이는 모습은 카메라에 담고 싶은 순간을 계속 만들어낸다.

공원 전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일이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다. 겨울철 방문 시에는 바다 근처의 강한 바람에 대비해 따뜻한 복장과 편안한 신발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일월대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일월대 / 포항시 공식 블로그 정유리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은 1,800년 전 신화를 단순히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여행객들이 그 속에 들어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재창조한 공간이다.

설화 이야기, 바다 풍경, 예술 작품, 현대 기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이곳은 포항을 찾을 때마다 발길이 향하게 되는 명소가 되기에 충분한 셈이다.

겨울 동해안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신라의 역사를 걷고, 일몰 무렵 바다가 보랏빛으로 물드는 광경을 마주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향해 무료로 즐기는 특별한 여정을 시작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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