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의 2배를 기부했다고?”… 50년 정성으로 가꾼 무료 힐링 단풍 숲

입력

50년 가꾼 석포숲공원
맑은 공기 속 가을 산책 힐링 명소

석포숲공원 한반도 테크로드
석포숲공원 한반도 테크로드 / 사진=용인시공식블로그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자리한 석포숲공원은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가을 힐링 명소다. 정상의 팔각정과 ‘한반도 데크로드’에서 내려다보는 탁 트인 가을 풍경은 20~30분 남짓한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할 만큼 청량하다.

하지만 이 공원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입장료와 주차비가 ‘무료’라는 점에 있지 않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약 200만 평의 이 거대한 숲은, 한 개인이 50여 년간 피땀 흘려 가꾼 사유림을 국가에 온전히 기부한 ‘위대한 유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가벼운 산책을 넘어, 한 사람의 숭고한 나눔 정신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용인 석포숲공원

석포숲공원
석포숲공원 / 사진=용인시공식블로그

석포숲공원의 ‘석포(石圃)’는 개성 출신 실업가였던 고(故) 손세기 선생의 아호다. 그리고 이 숲을 국가에 기부한 이는 바로 그의 아들인 손창근 선생이다.

손창근 선생은 1960년대부터 용인과 안성 일대의 임야 약 200만 평(662ha)에 잣나무, 낙엽송 등을 심으며 50여 년간 정성으로 숲을 가꿨다. 이 숲은 서울 남산 면적의 2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그는 이 거대한 사유림을 2012년 4월 5일 식목일에 아무런 조건 없이 국가(산림청)에 기부했다.

석포숲공원 팔각정
석포숲공원 팔각정/ 사진=용인시공식블로그

그는 2020년, 값을 매길 수 없는 국보급 문화재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국가에 기증해 큰 감동을 주었던 바로 그 인물이다.

숲을 기부한 이유에 대해 그는 “산림 보존이 난개발보다 낫다고 판단했으며, 후세에 온전하게 가꿔지길 바랄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석포숲공원은 단순한 휴식처가 아닌, 개인의 철학이 담긴 살아있는 기념물이다.

정상까지 두 가지 코스

석포숲공원 정상가는길
석포숲공원 정상가는길 / 사진=용인시공식블로그

공원 정상부에는 기부자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진 ‘기념공원’과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한반도 데크로드’, 그리고 팔각정 전망대가 있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두 가지 코스 중 선택할 수 있다. 주차장 종합안내도 뒤편의 숲길은 경사가 가파른 대신 빠르게 오르는 ‘짧은 코스’다.

일부 방문객은 “산책이라기보다는 짧은 산행에 가깝다”고 평할 정도로 숨이 찰 수 있지만, 성인 기준 약 15~20분이면 정상의 기념비에 닿을 수 있다.

석포숲공원 등산로
석포숲공원 등산로 / 사진=용인시공식블로그

반면, 주차장에서 임도를 따라 애덕 고개 방향으로 천천히 오르는 ‘긴 코스’는 경사가 완만하다. 시간은 약 30~40분 정도 소요되지만, 숲의 정취를 느끼며 여유롭게 걷기 좋다. 자전거를 이용해 임도를 오르는 방문객도 종종 볼 수 있다.

어느 코스로 오르든, 정상의 한반도 데크로드에 서면 모든 풍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화려한 단풍 명소와는 결이 다르지만, 겹겹이 이어진 용인의 산세와 가을 하늘이 어우러져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함을 선사한다.

방문 전 필수 확인

석포숲공원 기념비
석포숲공원 기념비 / 사진=용인시공식블로그

석포숲공원 방문을 계획한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팁이 있다. 바로 주소와 주차 문제다.

먼저, 주차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공원 입구 등산로 옆에 약 8대 정도만 주차할 수 있는 무료 공간이 전부여서, 주말이나 방문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주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내비게이션 주소다. 이 공원의 공식 주소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이원로640번길 96’이다. 하지만 이 주소로 검색하면 차가 가기 힘든 산 중턱 어딘가로 안내하는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석포숲공원 정상
석포숲공원 정상 / 사진=용인시공식블로그

헛걸음을 방지하기 위해 내비게이션에는 ‘석포숲공원주차장’ 또는 지번 주소인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묵리 176-1’을 입력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안전하다.

울긋불긋한 단풍은 덜할지 몰라도, 맑은 공기 속에서 조용한 사색을 즐기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이번 가을, 200만 평의 숭고한 나눔이 담긴 숲길을 걸으며, 복잡한 마음을 비워내는 ‘진짜 힐링’을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