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막을 올린 세계 3대 마임 축제 ‘춘천마임축제’

도심 한복판에서 물줄기가 쏟아지고, 누군가는 몸을 던져 춤을 추며 환호한다. 시민도, 예술가도, 외국인 관광객도 모두 하나가 되는 이곳은 다름 아닌 강원도 춘천이다.
세계 3대 마임축제 중 하나로 자리잡은 ‘춘천마임축제’가 2025년 5월 25일, 다시 한 번 화려한 막을 올렸다. ‘아!水라장’이라는 이름 아래 춘천의 중심가가 물과 예술, 자유로운 몸짓으로 물들며 8일간의 예술 대장정을 시작했다.
도심을 적신 개막난장, 주인공은 바로 시민들

춘천 중앙로터리에서 강원일보사까지 이어지는 약 1km 구간이 통째로 축제의 무대가 되었다. 차량이 통제된 도로는 곧 ‘물의 거리’로 변모했고, 수천 명의 시민과 예술가들이 이곳을 자유롭게 누비며 퍼포먼스를 펼쳤다.
“아스팔트를 물들이다”, “몸을 해방하다”는 구호와 함께 개막난장이 시작되자 도심은 거대한 물놀이터가 되어 버렸다.

시민들은 물총과 양동이, 고무호스를 들고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물장구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고, 그 속에서 마임이스트들은 다양한 퍼포먼스로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특히 한국마임협의회가 준비한 ‘싱크로나이즈드 마임수영단’은 도로 한복판에서 펼쳐진 유쾌한 공연으로 시원한 웃음을 자아냈고, 일본의 마임이스트 메리코는 ‘야채장수 오시치’를 통해 섬세한 아크로바틱과 감성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예술과 시민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2025년 춘천마임축제의 주제공연은 ‘Under Water – 유영하는 몸’. 이 공연의 특별함은 ‘관객이 없다’는 점이다.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무대를 만들고, 감정을 표현하며, 일상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퍼포먼스는 정형화된 시나리오 대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되었고, 즉흥적인 몸짓과 자유로운 표현이 어우러지며 축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묻게 했다.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과 욕망을 표현했고, 물이라는 상징을 통해 해방과 일탈의 기쁨을 온몸으로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춘천마임축제가 36년간 지켜온 ‘시민은 관객이 아닌 참여자’라는 철학이 오롯이 구현됐다.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시민단체 ‘깨비짱’은 축제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에 함께하며, 춘천마임축제가 단순한 공연이 아닌 시민 공동체의 축제로 거듭날 수 있게 했다.

춘천은 지금, 물로 젖은 도시가 아니다. 예술로 깨어난 도시다. 1989년 시작된 춘천마임축제가 세계 3대 마임축제로 인정받기까지, 그 중심엔 언제나 시민이 있었다.
‘아!水라장’을 통해 시작된 이번 축제는 단순한 행사 그 이상이다. 도심을 무대로 삼고, 물을 예술로 바꾸며, 몸으로 표현하는 자유를 통해 춘천은 다시 한 번 ‘예술의 도시’, ‘참여의 도시’로 거듭났다.

2025 춘천마임축제는 오는 6월 1일까지 커먼즈필드 춘천, 석사천 산책로, 레고랜드 코리아 주차장 등 춘천 전역에서 이어진다.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물을 맞으며 웃고 있고, 누군가는 몸짓으로 감정을 이야기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카메라 너머로 그 자유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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