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 기지시줄다리기축제, 인류무형문화유산의 현장

봄볕이 충남 들녘을 고르게 적시는 4월, 어딘가에서 묵직한 함성이 대지를 흔든다. 수천 명의 손이 하나의 줄을 잡고 온 힘을 모으는 그 순간, 500년의 시간이 현재와 겹친다. 해마다 이맘때면 당진 송악 땅이 들썩이는 이유다.
1982년 국가무형문화재 제75호로 지정되고,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른 이 행사는 단순한 민속놀이를 넘어선다. 윗마을이 이기면 한 해의 평안을, 아랫마을이 이기면 풍년을 점치는 줄다리기는 공동체의 염원을 담아온 살아있는 의례다.
4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2026 기지시줄다리기축제는 그 오랜 전통과 현대적 볼거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500년 전통이 깃든 기지시 마을의 역사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충남 당진시 송악읍 안틔로 54)과 기지시 마을광장 일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축제는 조선 시대부터 이어온 마을 공동 의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윗마을(수상)과 아랫마을(수하)로 나뉜 주민들이 각자의 승리를 기원하며 줄다리기를 벌이던 풍습이 현재까지 살아 전해지며, 공동체의 결속과 한 해의 안녕을 비는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
5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기지시 마을의 이 전통은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보존되어 있으며, 유네스코가 그 가치를 세계에 공인한 셈이다.
직경 1m, 무게 40t의 줄이 만드는 장면

축제의 핵심은 단연 줄의 규모에 있다. 암줄과 숫줄 각 100m, 합산 총 길이 200m에 이르는 이 줄은 직경 1m, 무게 40t에 달한다.
짚 6,000단을 재료로 삼아 2026년 2월 25일부터 약 35일간 매일 20여 명의 보존회원이 손으로 직접 꼬아 완성했다.
거대한 줄이 마을광장에 펼쳐지는 순간, 그 압도적인 물리적 존재감은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달라붙어 이 줄을 잡아당기는 본 행사는 12일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다.
나흘간의 프로그램과 야간 볼거리

축제는 9일 오후 2시 당제, 용왕제, 마을기원제로 시작해 전야제 공연으로 문을 연다. 이튿날인 10일에는 유아부 줄다리기대회와 개막식, 드론쇼가 이어지며, 11일에는 시민 줄다리기대회와 전국스포츠줄다리기대회, K-팝 페스티벌이 열린다.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시민 줄다리기 결승에 이어 기지시줄다리기 본 행사가 펼쳐지고, 지역 가수 공연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한편 축제 기간 중에는 야간 미디어전시 ‘빛의 정원’도 운영되어 낮과 밤 모두 볼거리가 풍성하다.
방문 전 꼭 확인해야 할 교통 정보

입장료는 무료이며, 교통 이용 시에는 3일차인 11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송악읍 가교1리 입구에서 기지시 고가 입구 구간에 차량 통제가 실시된다는 점을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이 시간대에는 상행 241번, 하행 244번·242번 버스가 우회 운행하며, 가교리·본당리·청금리·상오리 등 일부 지역은 미운행 구간이 발생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통제 시간대를 피하거나 우회 노선을 사전에 확인하는 편이 좋다.
500년의 기원이 40t의 줄 한 가닥에 담긴 축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장면을 선사한다. 봄바람이 남아 있는 4월, 유네스코가 인정한 이 공동체의 의례 앞에 서면 전통이 살아있다는 것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당진 기지시 마을로 향한다면 12일 본 행사를 놓치지 않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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