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주만 열려요”… 9천 평 정원에 해바라기 활짝 핀 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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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교동도 난정 해바라기 정원 축제
입장료 2천 원 돌려주는 혜택

강화 교동도 난정 해바라기 정원
강화 교동도 난정 해바라기 정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뜨거운 여름의 끝자락에서 선선한 가을의 문턱으로 넘어가는 지금, 우리에게는 단 3주만 허락된 풍경이 있다. 온통 세상을 노랗게 물들일 듯한 해바라기의 황금빛 물결.

그러나 이 장관이 흔한 관광지의 상업적 계산이 아닌, 한 마을 주민들의 땀과 시간으로 빚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발걸음의 깊이는 달라진다. 겉모습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진정한 가치를 찾아 떠나는 여정, 바로 강화 교동도다.

교동도 난정 해바라기 정원 축제

교동도 난정 해바라기 정원 축제
강화 교동도 난정 해바라기 정원 축제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교동도 난정 해바라기 정원 축제가 열리는 이 곳은 인천 강화군 교동면 난정리 741-3에 위치해 있으며, 난정저수지 근처다. 이곳은 단순한 꽃밭이 아닌, 한 해의 시간이 고스란히 겹쳐진 땅이다. 난정1리 마을 공동체는 2019년부터 매년 이 축제를 열어왔다.

놀라운 점은,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6월, 이 자리가 푸른 물결 넘실대는 청보리밭이었다는 사실이다. 주민들은 청보리 정원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그 땅을 다시 일궈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다.

한 해에 두 번, 계절의 흐름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정원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난정 해바라기 정원 해바라기
난정 해바라기 정원 해바라기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배경은 약 3만㎡에 달하는 광활한 공유수면을 가득 채운 해바라기 군락에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태양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든 수만 송이의 꽃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던 주민들의 염원과 노력의 결실이다.

특히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시간,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빛이 황금빛 해바라기 정원에 내려앉는 순간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방문객들은 북녘을 향해 시원하게 트인 저수지 둑방길을 따라 걸으며, 다른 대규모 축제에서는 느끼기 힘든 공동체의 진정성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동시에 체험하게 된다.

입장료 5천 원 내면 2천 원이 마을 상품권으로

해바라기정원 모습
해바라기정원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을의 인심은 축제 운영 방식에서도 엿보인다. 2025년 8월 23일부터 9월 14일까지 열리는 축제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방문객을 맞이한다. 1인당 5,000원의 입장료가 있지만, 그중 2,000원은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이 상품권은 행사장 내 먹거리 장터나 지역 특산물 판매장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어, 방문객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상생의 방식이다.

행사장에는 출출함을 달래줄 전통 주막과 시원한 음료, 꼬치, 과자 등을 파는 먹거리 장터가 활기를 띤다. 교동도에서 나고 자란 신선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특산물 장터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여기에 제기차기, 췻놀이, 투호 던지기 등 전통놀이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 정원 곳곳에 마련된 아기자기한 포토존은 이 특별한 순간을 ‘인생 사진’으로 남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교동도 난정 해바라기 정원 모습
교동도 난정 해바라기 정원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온다면, 저수지 바로 앞 난곳정미소 정류장까지 오면 되지만 배차간격이 길기 때문에 자동차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박용구 난정1리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주민들의 손길로 일군 해바라기 정원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며 방문객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박용철 강화군수 역시 “지역 자원을 활용해 주민이 직접 만든 뜻깊은 축제”라며 “교동도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축제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가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를 잠시 벗어나보는 것은 어떨까. 주민들의 땀방울이 황금빛 결실을 본 교동도 난정저수지에서라면, 단순한 눈요기를 넘어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진짜 가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3주간의 짧은 허락, 그 특별한 시간에 동참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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