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순천만 부럽지 않네”… 작년에만 15만 명 몰린 황금빛 갈대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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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
남해선 개통으로 접근성 좋아진 20만 평 황금빛 축제

강진만 갈대축제
강진만 갈대축제 / 사진=강진군 공식 블로그

황금빛 갈대가 파도처럼 일렁이는 풍경. 해 질 녘이면 온 세상이 주황빛으로 물드는 가을의 낭만.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이 장면을 위해 기꺼이 먼 길을 떠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대한민국 남쪽 끝자락에 숨겨진 보석 같던 그곳이, 이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닿을 수 있는 ‘열린 비경’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교통의 대변혁과 함께 완전히 새로워진 가을의 전설, 그 장엄한 서막이 오르는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를 안내한다.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대한민국 생태 여행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현장이다.

제10회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

제10회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 포스터
제10회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 포스터 / 사진=강진문화관광

제10회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의 무대인 강진만생태공원전라남도 강진군 강진읍 남포리 510 일원에 자리 잡고 있다. 작년에는 축제 기간동안 총 14만7천699명이 방문했다. 올해 유독 특별한 이유는 바로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강진을 경유하는 남해선 철도의 개통은 단순한 교통망 확충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전국을 4×4 고속철도망으로 잇는 국가 핵심 간선철도망의 일부가 완성되면서, 강진은 심리적, 물리적 변방에서 남도 여행의 새로운 허브로 급부상했다.

이는 곧 20만 평에 달하는 광활한 자연을 더 많은 사람이, 더 편안하게 누릴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축제는 2025년 10월 25일(토)부터 11월 2일(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9일간 펼쳐진다.

20만 평의 생태 보고

강진만 갈대
강진만 갈대 / 사진=강진문화관광

강진만이 선사하는 감동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곳은 탐진강과 남해 바다가 만나 생명을 잉태하는 기수역으로, 무려 1,572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거대한 보고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환경부가 공식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이기도 하다. 축제를 즐기는 것은 곧 국가가 인정한 청정 자연의 한복판을 거니는 특별한 경험과 같다.

축구장 약 92개 크기에 달하는 20만 평의 갈대 군락 사이로 4.16km에 이르는 생태 탐방로가 뻗어 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허리춤에서 서걱이는 갈대의 속삭임을 듣고, 머리 위로는 유유히 날아가는 철새들의 군무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은 큰고니를 비롯한 겨울 철새들이 찾는 국내 최대 조류 관찰 지역 중 하나로, 살아 숨 쉬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입장료 무료이기에, 이 모든 자연의 선물을 부담 없이 만끽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매력이다.

가을밤의 히든카드 갈대 로드 달빛 야행

강진만 갈대축제 행사
강진만 갈대축제 행사 / 사진=강진문화관광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의 백미는 단연 밤에 있다. 낮 동안 황금빛으로 빛나던 갈대밭이 해가 지면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축제의 히든카드인 ‘갈대 로드 달빛 야행’은 은은한 야간 조명이 비추는 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가을밤의 정취를 오롯이 느끼는 프로그램이다.

작년에는 손태진, 코요태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수들의 공연이 가을밤을 수놓았던 만큼, 올해 출연진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비록 2025년 라인업은 아직 미공개 상태지만, 지역 축제 관계자의 자신감은 남다르다.

김종원 이사장은 ”누가 초청되던 강진은 ‘이야기가 있는 문화역사 고장’, ‘추억과 낭만이 가득한 감성 충만 고장’으로 기대 이상의 기쁨을 안겨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갈대뿐만 아니라 가을꽃의 대명사인 코스모스와 국화로 꾸며진 화훼 정원 역시 또 다른 볼거리로, 가을의 끝자락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현명한 축제 공략법

강진만 갈대축제 모습
강진만 갈대축제 모습 / 사진=강진군 공식 블로그

20만 평의 넓은 공원을 효율적으로 둘러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자전거를 선택해야 한다. 축제장에서는 방문객들을 위해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 준다.

잘 닦인 자전거길을 따라 페달을 밟으면, 걸어서는 보기 힘든 갈대밭 깊숙한 곳의 풍경까지 시야에 담을 수 있다. 살랑이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노을 지는 갈대밭 사이를 달리는 경험은 강진만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물론, ‘갈대열차’와 같은 유료 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해 편안하게 공원을 둘러보는 방법도 있다.

새로운 길과 함께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온 강진의 가을. 이번 주말, 기차표 한 장으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황금빛 위로를 선물하는 것은 분명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삶에 만남과 위로가 필요한 순간, 강진만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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