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수목원 들국화전시회
서울 근교 수목원에서 보는 들국화 향연

코끝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에 가을이 왔음을 직감하는 9월. 화려한 단풍보다 먼저 계절의 문을 여는 것은 소박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들국화다.
많은 이들이 가을꽃의 대명사로 국화를 떠올리지만, 그보다 더 깊고 은은한 한국의 미를 품은 ‘진짜 가을’이 경기도 가평의 한 정원에서 조용히 시작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단순한 꽃의 향연을 넘어, 한 식물학자의 철학이 깃든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 펼쳐지는 곳. 이번 주말, 우리가 몰랐던 가장 한국적인 가을의 민낯을 마주할 시간이다.
아침고요수목원 들국화전시회

아침고요수목원은 경기도 가평군 상면 수목원로 432에 자리한, 단순한 식물원을 넘어선 하나의 거대한 예술 공간이다. 1996년, 원예학자 한상경 교수는 황무지나 다름없던 축령산 자락의 돌밭을 손수 개간하여 한국의 선과 여백, 자연주의 미학을 담은 정원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이곳의 첫 삽을 떴다.
그 결과, 인위적인 화려함 대신 자연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20여 개의 주제 정원이 탄생했으며, 현재는 연간 13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 정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5,000여 종에 달하는 방대한 식물 유전자원 속에서도 백두산 자생식물 300여 종을 포함하는 등 우리 자연의 원형을 보존하려는 확고한 철학 때문이다.
그리고 그 철학의 정수가 올가을, ‘들국화가 핀 것을 보니 이젠 가을’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특별 전시회에서 응축되어 폭발한다.
40여 종의 토종 들국화

오는 9월 13일부터 10월 12일까지 수목원 내 ‘드라이가든’에서 펼쳐지는 이번 들국화전시회는 감국, 단양쑥부쟁이, 해국, 구절초, 울릉국화 등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들국화 40여 종을 한자리에 모은 귀한 기회다.
흔히 보는 개량종 국화의 화려함은 없지만, 작은 꽃송이들이 군락을 이뤄 만들어내는 은은하고 단아한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특히 올해는 작년보다 규모를 확장하여 다채로운 꽃길 포토존을 마련했으며, 각 꽃의 생태와 자생지에 대한 상세한 안내판을 설치해 교육적 가치까지 높였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우리 꽃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자연과 교감하는 ‘체험형 전시’를 지향하는 수목원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화려하지 않아 더 깊은 울림을 주는 들국화의 물결 속을 걷다 보면, 왜 이곳이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이 되었는지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한국의 지도를 품은 정원

아침고요수목원의 심장과도 같은 공간은 단연 하경정원이다. 이곳은 한반도 지형을 그대로 본떠 설계된 독특한 침상정원으로, 남북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꽃으로 아름다운 국토를 그려냈다. 전망대에 서서 정원을 내려다보면 익숙한 한반도의 곡선 위로 계절마다 다른 색의 꽃들이 피고 지는 장관이 펼쳐진다.
가을이 깊어지면 이 하경정원은 들국화를 비롯한 가을꽃들로 채워져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다. 고즈넉한 한옥과 정자가 어우러진 ‘한국정원’, 시원하게 뻗은 잣나무 숲 산책길 등 다른 테마 공간 역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아침고요수목원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하절기(3월 말~11월)에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입장료는 어른 11,000원, 청소년 8,500원, 어린이 7,500원이며, 주차는 무료로 이용 가능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10월 단풍철에는 단돈 5,000원에 한복과 액세서리를 대여해 주는 이벤트도 진행될 예정이라, 한국적인 정원에서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에도 좋다.
또한, 9월 19일부터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친구를 태그하는 ‘가을 풍경 소문내기 이벤트’에 참여하면 추첨을 통해 입장권을 받을 기회도 주어진다.
가을의 시작점, 복잡한 도심을 떠나 자연이 주는 가장 순수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주저 없이 가평으로 향해야 한다. 아침고요수목원의 들국화가 전하는 소박한 아름다움 속에서 비로소 온전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 귀한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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