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2025년 양곡은행나무축제 완벽 가이드

가을이 되면 대한민국은 온통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지만, 유독 짙은 황금빛으로 여행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한, 경이로운 풍경.
많은 이들이 ‘인생 최고의 가을’을 만났다고 주저 없이 고백하는 그곳은 바로 충북 괴산의 문광저수지다. 하지만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눈에 보이는 황금빛 터널 너머, 47년의 세월과 한 사람의 나눔에서 시작된 깊은 이야기에 숨겨져 있다.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양곡은행나무축제
“은행잎이 만든 2km 황금터널”

공식 명칭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은 충청북도 괴산군 문광면 양곡리 16에 자리하며, 약 2km에 달하는 저수지 둑길을 따라 4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장대한 행렬을 이루고 있다.
이 길의 시작은 1978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수지 준공을 기념해 당시 마을 주민이었던 김환인 씨가 300여 주의 은행나무 묘목을 기증했고, 여기에 마을 사람들이 힘을 보태 지금의 황금빛 터널을 일구어냈다.
한 사람의 선한 뜻이 씨앗이 되어,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자라나 이제는 매년 수십만 명의 발길을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 가을 명소라는 거대한 숲을 이룬 셈이다.
이곳이 다른 은행나무 명소와 격을 달리하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물’과 ‘안개’의 존재다. 특히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해가 뜨기 직전인 오전 6시 30분부터 8시 사이는 사진작가들에게 ‘마법의 시간’으로 불린다.
2025 양곡은행나무축제

이 경이로운 풍경의 절정에서 펼쳐지는 축제가 바로 양곡은행나무축제다. 2014년부터 시작되어 지역의 대표 가을 행사로 자리 잡은 이 축제는, 화려한 공연보다는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소박하고 정겨운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예년 기준으로 볼 때, 올해 역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10월 18부터 11월 16일까지 개최된다. 축제 기간 동안 방문객들은 은행알 멀리 던지기, 전통 새끼 꼬기 등 향토색 짙은 체험을 즐길 수 있으며, 갓 구워낸 고소한 은행을 맛보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축제장 인근 논에는 유색벼를 심어 거대한 그림을 그려내는 ‘논 그림’ 또한 특별한 볼거리로, 매년 다른 주제의 작품이 공개되어 재방문객에게도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로 운영되어 부담 없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더 완벽한 방문을 위한 실용 정보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정보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단풍의 절정기는 기후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보통 10월 마지막 주에서 11월 첫째 주 사이로, 이 시기 주말에는 극심한 혼잡이 예상된다.
주차 공간은 크게 세 곳으로 나뉜다. 가장 가까운 ‘괴산소금랜드 주차장’은 공간이 협소해 이른 아침이 아니면 만차일 확률이 높다.
조금 더 넓은 ‘문광낚시터 주차장’이 현실적인 대안이며, 극성수기에는 저수지 입구 맞은편 공터도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된다. 가급적 평일 오전에 방문하거나, 주말에는 동이 트기 전에 도착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유사한 명소인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이 직선으로 시원하게 뻗은 웅장함을 자랑한다면, 문광저수지는 저수지를 따라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길과 수면 위로 어른거리는 반영이 어우러져 한층 더 입체적이고 서정적인 풍경을 자아낸다는 차이점이 있다.
어느 곳이 더 낫다고 할 수 없지만,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인생 사진’을 원한다면 문광저수지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한 개인의 나눔으로 시작된 작은 묘목들이 47년의 세월을 견디며 만들어낸 황금빛 터널. 그 아래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함께 가을의 절정을 마주하는 경험은 분명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위대한 예술 작품 속으로 떠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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