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 80팀만!”… 매년 9,000명 이상 몰리는 ’90분의 휴식’ 대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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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수교 한강 멍때리기 대회 5월11일 개최

잠수교 분수
잠수교 / 사진= 뚜벅뚜벅 축제 공식홈페이지

세상은 빠르게 흐르고,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산다. 하지만 그런 일상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가장 값진 휴식이 될 수도 있다.

다가오는 5월 11일, 반포한강공원 잠수교 위에서 열리는 ‘한강 멍때리기 대회’는 그런 시간을 선물하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말도, 핸드폰도 없이 ‘멍한 상태’로 90분을 보내야 하는 이 대회는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현대인에게 깊은 쉼을 선사한다.

멍때리기 대회 참가자
멍때리기 대회 / 사진=서울시 공식블로그

이 이색 대회의 시작은 하나의 물음에서 비롯됐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 낭비일까?” 번아웃을 겪은 예술가 ‘웁쓰양’의 기획으로 2014년 탄생한 이 대회는, 이제 서울을 대표하는 힐링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참가자들은 반포한강공원 잠수교 위에서 90분간 말없이, 핸드폰도 없이 ‘비움’에 집중해야 한다. 졸거나, 말하거나, 핸드폰을 보면 실격이며, 전통 복장의 심판이 직접 ‘퇴장’을 선언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대회의 본질은 ‘느림의 미학’이다. 속도에 익숙한 우리에게 ‘멍한 나’를 들여다보는 이 시간은 가장 아이러니한 치유의 순간이 된다.

멍때리기 대회 카드
멍때리기 대회 / 사진=서울시 공식블로그

언어 없이 카드로만 소통하는 방식도 이 대회의 색다른 매력 중 하나다.

참가자들은 말 대신 색깔 카드로 요청을 전달한다. 예를 들어, 빨간 카드는 마사지를 원할 때, 노란 카드는 부채질을 요청할 때, 파란 카드는 물이 필요할 때, 검정 카드는 기권하거나 기타 요청을 전할 때 사용된다.

요청을 받은 진행 요원들은 흰 가운을 입고 조용히 다가가 이를 수행함으로써, 참가자가 ‘멍한 상태’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세심한 운영 방식은 이 대회를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선 진정한 ‘무(無)의 예술’로 만들어준다.

멍때리기 대회
멍때리기 대회 / 사진= 뚜벅뚜벅 축제 공식홈페이지

이 독특한 대회에 참여하려면 신청 일정을 잘 확인해야 한다. 올해는 총 80팀이 참가할 수 있으며, 팀당 최대 3명까지 지원 가능하다. 신청은 4월 18일 오전 10시부터 26일 정오까지, 공식 누리집인스타그램에서 진행된다.

단순한 선착순은 아니다. 매년 3,000팀 이상 지원하는 만큼, 신청 사유와 참가자의 다양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연령, 성별, 직업 등을 고려해 참가자를 선정하며, 결과는 4월 28일 오전 10시,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표된다.

탈락하더라도 현장 결원 발생 시 즉석 지원으로 충원될 수 있으니 희망을 놓지 않아도 된다.

한감쉼표 명상
한강 쉼표 요가 / 사진= 뚜벅뚜벅 축제 공식홈페이지

대회가 끝난 후에는 깊은 휴식을 위한 힐링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한강쉼표 명상’은 저녁 7시부터 40분간 잠수교 위에서 요가, 아로마테라피, 싱잉볼 명상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총 5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신청은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공식 누리집에서 가능하며, 짧은 시간이지만 도심 속에서 진정한 쉼을 경험할 수 있다.

한강 쉼표 요가
한강 쉼표 요가 / 사진= 뚜벅뚜벅 축제 공식홈페이지

‘멍하게 있는 시간’은 게으름이 아니라, 의도적인 쉼이다. 말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그저 존재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나만의 속도를 되찾고 싶다면, 이 90분의 정적에 몸을 맡겨보자. 그곳엔 말보다 더 큰 위로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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