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황매산 억새축제
1,000m 고원에 펼쳐진 은빛 바다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 마음속에는 어김없이 은빛 풍경 하나가 떠오른다. 하지만 모든 억새가 같은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도시의 빌딩 숲 사이에서 자란 억새와,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고원에서 태초의 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억새는 그 격이 다르다. 대한민국 가을 풍경의 정점이자, 아는 사람만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비경, 황매산의 거대한 은빛 파도가 마침내 절정을 맞이했다.
“지도에도 없던 비경, 1,000m 고원에 펼쳐진 은빛 바다”

2025 합천 황매산 억새축제가 경상남도 합천군 가회면 황매산공원길 331에 위치한 황매산군립공원 일원에서 2025년 10월 18일부터 26일까지 단 9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로 개방되어, 가을의 절정을 아낌없이 모든 이에게 선물한다.
오늘날 전국 최고의 억새 군락지로 손꼽히는 황매산이지만,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은 산악인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알려진 숨겨진 땅이었다.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관광 지도나 산행 서적에서도 찾기 힘들었던 덕분에, 황매평전의 수십만 평에 달하는 억새 군락지는 인위적인 훼손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완벽하게 간직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 마주하는 풍경은 단순한 억새밭이 아니라, 수십 년간 고이 지켜온 자연의 거대한 유산인 셈이다.
축제의 서막을 여는 개막식은 10월 18일 오후 3시에 열리며, 가수 지원이와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세미가 해발 1,108m 고원에서 자연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주말에는 색소폰 연주와 퓨전 국악 공연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억새의 은빛 물결에 감성을 더한다.
실패 없는 황매산 정복, ‘주차와 코스’가 전부다

황매산의 감동은 아는 만큼 보이고, 준비한 만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가장 큰 관문은 바로 주차다. 축제 기간에는 덕만, 은행나무, 정상주차장 세 곳이 무료로 운영되지만, 가장 인기 있는 정상주차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일출과 운해를 담으려는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새벽 3시의 법칙’이라 불릴 정도로, 주말에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만차가 된다. 편안한 산행을 원한다면 해가 뜨기 전 도착할 각오를 하거나, 아래쪽 주차장을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바로 이때, 주말 교통 대란을 피할 비장의 무기가 등장한다. 바로 덕만주차장과 은행나무주차장 사이를 오가는 유료 셔틀버스(요금 2,000원)다. 주말에만 운행되는 이 셔틀버스는 아래쪽에 여유롭게 주차한 뒤 편안하게 산행 시작점까지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선택지다.
주차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제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선택할 차례다. 가장 대중적인 코스는 정상주차장에서 출발해 철쭉계단, 전망대, 하늘계단을 거쳐 별빛언덕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왕복 3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은빛 억새의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특히 하늘계단 정상에서 황매평전 전체를 내려다보는 순간, 왜 이곳이 대한민국 최고의 억새 명소라 불리는지 온몸으로 깨닫게 된다.
황매평전 전망대에 서면 시야는 더욱 광활해진다.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억새의 파도 너머로 멀리 합천호의 물빛과 장엄한 지리산 능선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일몰 시간대, 서쪽 하늘의 붉은빛이 억새의 은빛 물결 위로 스며드는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주말, 인파에 떠밀리는 평범한 가을 나들이 대신, 약간의 부지런함과 전략으로 태초의 자연이 선사하는 압도적인 풍경을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
황매산의 은빛 억새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고고한 산의 능선과 푸른 가을 하늘이 함께 빚어낸 대자연의 교향곡이다. 축제와 관련된 자세한 문의는 합천군 관광진흥과(055-930-4758)를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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