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유산 속에 코스모스가 파도친다”… 입장료 전액 돌려받는 100만 송이 가을꽃 축제

입력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
3세대가 함께 즐기는 축제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 코스모스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 코스모스 / 사진=화순군청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는 으레 붉은 단풍이나 황금빛 은행나무를 떠올린다. 하지만 수천 년의 시간을 간직한 거석들 사이로 코스모스가 파도치고, 16미터 크기의 브라키오사우루스가 어슬렁거리는 풍경은 상상해 본 적 있는가?

고요해야 할 인류의 유산이 이토록 역동적이고 유쾌한 축제의 장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반전을 선사한다.

매년 10월이면 전라남도 화순은 이 모든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단순한 계절 축제의 공식을 깨고, 역사와 현대적 재미를 버무려 전 세대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창조해낸 현장으로 직접 들어가 본다.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 / 사진=화순군청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 고인돌1로 180에 위치한 화순 고인돌 유적지 전역에서 펼쳐지는 특별한 가을 이벤트다.

이곳은 2000년 12월,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 유적’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다.

유네스코는 이 유적들이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증거’라는 등재 기준(iii)을 충족하며, 선사시대의 기술과 사회상을 세계 어느 유적보다 생생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화순 유적지에서는 고인돌의 축조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채석장이 발견되어 그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 / 사진=화순군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 포스터 / 사진=화순군

화순군은 이 위대한 유산을 박제된 역사로 남겨두지 않았다. 포스트 팬데믹 이후 여행 트렌드가 개방된 공간에서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로컬 힙’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다.

그 결과, ‘가을만화(滿花): 가을꽃이 만개하다’라는 서정적 주제 아래, 역사적 공간의 의미를 극대화한 ‘고인돌(DM) 유니버스’라는 독창적인 세계관을 축제에 도입했다.

이는 유산을 보존하는 소극적 의무를 넘어, 방문객이 청동기 시대를 직접 느끼고 상상하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담대한 시도다. 축제 기간10월 17일 부터, 10월 26일까지 진행한다.

K-축제의 새로운 공식, ‘고인돌 유니버스’에 빠지다

축제 행사 안내
축제 행사 안내 / 사진=화순군 공식 블로그

이번 축제의 핵심인 ‘고인돌 유니버스’는 청동기 시대를 테마로 한 체험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확대로 구체화되었다.

화순에서 출토된 국보 팔주령 모양 틀로 ‘팔주령 비누’를 만들고, 핑매바위 형상의 ‘고인돌 빵’을 맛보는 경험은 오직 이곳에서만 가능하다.

MBTI를 활용해 나만의 청동기 시대 이름을 지어주는 ‘고인돌 작명소’나 선사시대 의복 체험 등은 MZ세대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고인돌 가을꽃 축제 모습
고인돌 가을꽃 축제 모습 / 사진=유튜브(화순군청)

인생 사진을 남길 포토존 역시 고정관념을 깼다. 다른 가을 축제들이 꽃 자체의 아름다움에 집중한다면, 화순은 ‘황금 고인돌’과 형형색색의 ‘컬러 고인돌’, 그리고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거대한 공룡 조형물을 설치해 역사적 배경과 판타지를 결합한 독특한 촬영 명소를 제공한다.

물론 축제의 기본인 가을꽃의 향연도 빼놓을 수 없다. 코스모스, 해바라기, 국화 등 7종의 가을꽃이 광활한 유적지를 수놓으며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게 한다.

축제의 흥을 돋우는 공연은 세대별 맞춤 전략이 돋보인다. 시그니처 공연인 ‘DM(Dolmen Music) 콘서트’는 발라드부터 레트로, 댄스,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초청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도곡 주무대와 춘양 잔디광장에서는 축제 기간 내내 관현악, 밴드, 지역 예술인 공연 등 60회가 넘는 무대가 쉴 틈 없이 펼쳐진다.

사실상 무료입장, 지역과 상생하는 착한 축제

가을꽃 축제 전경
가을꽃 축제 전경 / 사진=유튜브(화순군청)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의 가장 놀라운 점 중 하나는 바로 입장료 정책이다. 1인당 5,000원의 입장료를 받지만, 전액 화순사랑상품권으로 즉시 환급해준다.

이 상품권은 축제장 내 먹거리, 농특산물 부스는 물론 화순군 전역의 상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사실상 무료입장이나 다름없다.

이는 방문객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직접 기여하는 현명한 상생 모델이다. 또한, 2,000면 이상의 넓은 임시 주차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모든 음식 부스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의무화하여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제를 지향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고인돌 가을꽃 축제 코스모스
고인돌 가을꽃 축제 코스모스 / 사진=유튜브(화순군청)

조형채 화순군 관광체육실장은 “올해 가을꽃 축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고유의 자산에 재미와 상상력을 더해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했다”면서 “풍요로운 가을, 꽃과 이야기가 만발한 화순에서 평생 잊지 못할 많은 추억거리를 남기시고, 또 가득 담아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선사시대의 숨결과 만개한 가을꽃의 서정, 살아 움직이는 공룡이 주는 역동적인 즐거움까지. 역사와 현재, 상상이 공존하는 특별한 가을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