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평이 전부 억새밭이에요”… 낮엔 은빛, 밤엔 별빛 흐르는 가을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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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민둥산
단풍보다 눈부신 억새의 가을 축제

정선 민둥산 억새
정선 민둥산 억새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깊어가는 가을, 산행을 부추기는 유혹이 있다. 지천에 핀 흔한 억새라지만, 산 정상 약 66만㎡(20만여 평)를 통째로 뒤덮은 은빛 군무는 차원이 다른 황홀경을 선사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강원특별자치도 정선의 민둥산이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등산은 덜컥 겁부터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 가을만큼은 그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눈부신 억새 군락을 향해 걸어볼 이유가 생겼다.

해발 1,119m의 이 산이 왜 ‘민둥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그 거대한 비밀을 품은 지질학적 경이와 제30회를 맞아 사상 최초로 펼쳐지는 야간 개장의 비밀까지, 2025년 민둥산의 모든 것을 파헤쳤다.

“나무 대신 억새가 뒤덮은 20만 평의 비밀, 돌리네”

정선 민둥산 억새축제
정선 민둥산 억새축제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2025 제30회 민둥산 은빛억새축제가 열리는 이곳(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 일원)은 이름 그대로 정상부에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다. 흔히 화전으로 인해 나무가 사라진 자리라고 알려졌지만, 이 거대한 억새밭의 근본적인 비밀은 발밑의 ‘지질’에 있다.

민둥산 정상부는 석회암 지대다.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은 빗물이나 지하수에 쉽게 녹아내리는 ‘용식 작용’을 겪는다. 이 과정이 수만 년간 반복되며 땅이 움푹 꺼지는 독특한 분지 지형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지질학적 용어로 돌리네(Dolline)라고 부른다.

돌리네 지형은 물이 고이지 않고 지하로 바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깊게 뿌리를 내려야 하는 큰 나무(교목)가 자라기 어렵다. 나무와의 생존 경쟁에서 자유로워진 억새가 이곳의 우점종이 되어, 약 66만㎡(20만 평)라는 압도적인 규모의 단일 군락을 이루게 된 것이다.

정상부에 펼쳐진 움푹 꺼진 땅과 그 위를 출렁이는 억새의 조화는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신비로운 초원의 호수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제30회의 하이라이트: 억새와 별빛의 만남, 최초의 야간 개장”

정선 민둥산 가을 억새
정선 민둥산 가을 억새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올해 민둥산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축제 30주년을 맞아 사상 최초로 야간 조명길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2025년 10월 2일(목)부터 11월 15일(토)까지 이어지는 축제 기간 내내, ‘억새와 별빛의 만남’을 주제로 한 새로운 경험이 등산객을 기다린다.

지금까지 민둥산의 절경은 ‘해질녘 햇빛이 억새 끝을 붉게 물들이며 선사하는 하루의 마지막 장관’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제는 일몰 후에도 황홀한 은빛 물결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정상부 능선길 약 1.5km를 따라 조성된 조명은, 밤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를 또 다른 생명체처럼 빛나게 한다.

낮에는 은빛 파도를, 밤에는 별빛 바다를 선사하는 이 특별한 이벤트는 왜 올해 민둥산을 다시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제시한다. 축제 기간 주말에는 민둥산 운동장(정선군 남면 자뭇골길 24)을 중심으로 향토 예술단 공연, 억새밭 포토 콘테스트, 전통음식 시식 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아이와 함께라도 괜찮아, 코스별 완벽 공략법”

정선 민둥산 가을
정선 민둥산 가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해발 1,119m라는 높이에 주저할 필요는 없다. 민둥산은 등산객의 체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두 개의 대표적인 코스를 제공하며, 두 곳 모두 주차비와 입장료는 무료다.

1. [초보자/가족 코스] 능전마을 코스 (주소: 남면 억새꽃길 252-3)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나 등산 초보자에게 압도적으로 추천되는 코스다. 총 길이 2.5km로 비교적 짧고, 무엇보다 임도를 따라 오르는 완만한 길이 이어져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정상부 억새밭에 닿을 수 있다. 주차장에서 들머리까지 택시(약 4km)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차 후 천천히 걸어 오르기에도 부담이 적다.

2. [중급자/경치 코스] 증산초교 코스 (주소: 남면 무릉리 800-1) 가장 대중적인 코스로, 총 길이 2.7km에 중간 난이도다. 코스 초반부는 급경사 구간이라 다소 숨이 찰 수 있지만, 고도를 높인 만큼 능선에 오르면 시야가 시원하게 열리는 장점이 있다. 정선 기차여행을 통해 ‘민둥산역’에 하차한 도보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정선 민둥산
정선 민둥산 / 사진=ⓒ한국관광공사 임태진

어떤 코스로 오르든, 정상부 능선길에 도착하면 사방이 탁 트인 전경이 펼쳐진다. 발아래로 정선읍과 남면의 들판이 내려다보이고, 바람 소리와 억새의 속삭임이 함께하는 1.5km의 능선 산책은 가을의 정서를 오롯이 느끼게 한다.

민둥산 억새의 절정은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다. 축제는 11월 15일까지 계속된다. 더 늦기 전에, 낮에는 20만 평의 지질학적 경이를, 밤에는 30주년 기념 최초의 별빛 억새를 만나러 정선으로 떠나보자. 더 자세한 축제 프로그램 정보는 민둥산억새꽃축제추진위원회(033-591-9141)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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