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춘향제, 95년 전통이 빚어낸 사랑의 축제

4월 끝자락, 남녘에서 연둣빛 신록이 완연해지는 시기가 오면 전북 남원에는 특별한 설렘이 깔린다. 오래된 사랑 이야기가 해마다 이 계절에 되살아나며, 연못 위 누각 주변으로 봄빛이 물드는 풍경 속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여드는 것이다.
1931년 단오에 처음 제사를 올린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진 이 축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공연예술형 지역 축제다. 춘향전의 무대가 된 공간에서 매년 봄 열리는 까닭에, 이야기 속 정취와 현재의 활기가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올해는 ‘춘향의 멋, 세계를 매혹시키다’라는 슬로건 아래 제96회를 맞이한다. 600년 누각의 야경이 자개빛으로 빛나는 메인 포스터와 봄 낮의 정취를 담은 서브 포스터 2종도 이미 공개됐다.
조선의 누각이 품은 축제의 무대, 광한루원

광한루원(전라북도 남원시 요천로 93)은 1419년 조선 세종 원년에 황희 정승이 광통루를 세운 것이 시작이다.
1444년 정인지가 ‘광한루’로 고쳐 부른 뒤 춘향전의 배경 무대가 되었으며, 현재 대한민국 명승 제33호로 지정된 국가 지정 문화유산이다.
축제는 이 광한루원을 중심으로 요천 일원, 남원예촌, 사랑의 광장 일원에 걸쳐 펼쳐지며, 봄 한가운데 도시 전체가 무대로 변하는 셈이다. 조선의 건축미가 살아 있는 정원에서 600년 가까운 사랑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지역 축제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린 춘향전의 저력

춘향전은 1892년 홍종우와 J.H. 로니가 공역해 『Printemps Parfumé』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출간된 바 있다.
한국 문학 최초의 서양어 번역 단행본이라는 기록이며, 한류의 원류를 이 작품에서 찾는 시각도 이 때문이다.
지금 남원시는 춘향제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보호 모범사례로 등재하기 위한 추진단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올해 축제의 슬로건 역시 그 문화적 자부심을 담아 세계를 향한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글로벌 춘향선발대회와 다채로운 시민 참여 프로그램

축제 첫날인 4월 30일 오후 7시 30분, 요천로 특설무대에서는 글로벌 춘향선발대회 본선이 열린다. 진(1등) 상금은 1,500만 원이며, 이날 같은 날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는 제10회 글로벌 시니어 춘향선발대회도 함께 진행된다.
내국인은 만 60세 이상 여성, 외국인은 만 55세 이상 다문화·외국인 여성이 참가 자격을 갖추며, 접수는 4월 3일 남원시노인복지관(☎063-625-9988)에서 마감된다.
모든 공연 관람은 무료이며, 낮에는 전통 체험, 밤에는 광한루원의 야경과 빛의 연출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운영 정보와 방문 전 확인 사항

제96회 춘향제는 2026년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7일간 운영되며, 춘향제 동안 열리는 모든 공연은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공식 운영시간은 10:00~21:00다.
서울에서는 센트럴시티터미널 버스로 약 3시간 10분, KTX로는 약 2시간 10~20분이 소요된다.
전주역에서 출발하면 기차로 약 30분이면 닿는다. 문의는 춘향제전위원회(☎063-620-5780) 또는 공식 홈페이지(www.chunhyang.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봄볕 아래 600년 된 누각과 연못 사이를 거닐며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 이야기의 무대를 직접 밟아보는 경험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밤이 되면 자개빛 야경이 물가에 번지며 낮과 전혀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4월의 마지막 날 남원으로 향한다면, 오래된 이야기가 살아 있는 풍경과 봄의 절정이 겹치는 순간을 함께 만나게 될 것이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