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37만 명이나 다녀갔구나”… 단 17일만 열리는 가을 국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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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국향대전
17일간 펼쳐지는 국화의 향연

함평 국향대전 항공
함평 국향대전 항공 / 사진=함평 공식블로그

가을 여행의 정석은 무엇인가. 아마 대부분은 붉게 타오르는 단풍이나 은빛으로 물결치는 억새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만약, 가장 활기찬 축제 한복판에서 ‘낮잠 자기’가 최고의 즐길 거리가 되고, 국화로 만든 거대한 회전목마가 단풍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면 어떻겠는가.

여기, ‘가을=단풍’이라는 낡은 공식을 유쾌하게 파괴하며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내는 축제가 있다. 20년의 내공으로 37만 명의 마음을 훔친 대한민국 국향대전의 성공 방정식, 그 비밀을 파헤쳐 본다.

‘축제에서 낮잠 자기’의 의미

함평 국향대전 성곽
함평 국향대전 성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대한민국 국향대전의 무대는 전라남도 함평군 함평읍 곤재로 27, 함평엑스포공원이다. 올해 ‘마법의 국향랜드’라는 테마로 꾸며진 이곳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볼거리로 가득하다. 하지만 수만 송이 국화로 치장한 대관람차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바로 ‘낮잠 자기 대회’다.

이는 단순한 이색 이벤트가 아니다. 온갖 소리와 볼거리가 넘쳐나는 축제라는 공간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평화롭고 고요한 ‘쉼’을 상품으로 제공하는 역발상 기획이다.

함평 국향대전 축제
함평 국향대전 축제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이는 ‘관람’에서 ‘경험’으로, ‘더 많이’에서 ‘더 깊이’로 변해가는 여행 트렌드를 정확히 꿰뚫은 전략이다. 방문객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구경꾼이 되길 원치 않는다.

국화 향기를 맡으며 잠시나마 평화로운 오수에 빠지는 경험은, 수십 장의 단풍 사진보다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나만의 스토리’가 된다. 함평은 꽃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꽃과 함께하는 ‘시간’과 ‘경험’을 파는 데 성공한 것이다.

숫자가 증명하는 20년의 혁신

함평 국향대전
함평 국향대전 / 사진=함평 공식블로그

이런 과감한 시도가 단지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20년 넘게 쌓아온 역사와 데이터에 있다. 2004년, ‘사계절 관광 함평’의 완성을 목표로 시작된 국향대전은 매년 스스로를 부정하며 진화해왔다. 초기에는 정교한 국화 작품 전시에 집중했다면, 점차 방문객의 동선을 분석하고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체험 요소를 과감히 도입했다.

그 결과가 바로 2023년 기준 37만 명 이상의 방문객 유치라는 놀라운 성과다. 이 숫자는 단순한 흥행 성공을 넘어, 함평의 전략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지표다. 꽃 축제가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정적인 가을의 서정이 동적인 판타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아름다움을 넘어선 철학

함평 국향대전 조형물
함평 국향대전 조형물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함평의 혁신은 축제장 안에서 멈추지 않는다. ‘일회용품 없는 축제’ 선언은 이 축제가 추구하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다회용기 사용을 권장하고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노력은, 자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꽃’을 주제로 한 축제로서 당연한 책무라는 철학이 담겨있다. 이는 환경을 중시하는 최근의 가치 소비 트렌드와도 맞물리며 축제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먹거리 장터 역시 마찬가지다. 방문객은 신선한 지역 농산물을 맛보고,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다. 축제의 즐거움이 지역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는 국향대전이 단지 며칠간의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모델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올해의 마법은 2025년 10월 24일부터 11월 9일까지, 17일간 펼쳐진다. 입장료는 성인 7,000원이며, 사전 예매 시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뻔한 가을 여행에 싫증이 났다면, 올해는 함평에서 국화 향기와 함께 가장 깊고 평화로운 가을을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마 당신이 알던 가을의 정의가 완전히 바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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