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7일만 열린다”… 6만 평 억새밭에서 공연·체험·야경 다 즐기는 가을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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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억새축제
해발 98m 정상에서 즐기는 억새 축제

서울억새축제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거대한 은빛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풍경. 도심의 소음은 멀어지고 오직 억새의 서걱임만이 귓가를 채우는 순간.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이곳이 불과 수십 년 전, 서울의 모든 쓰레기가 쌓이던 거대한 산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상처와 오염의 땅이 경이로운 생명의 공간으로 거듭난 기적의 장소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가장 찬란한 가을 축제가 막을 올린다.

서울억새축제

하늘공원 억새
하늘공원 억새 / 사진=서울시 공식 블로그

제24회 서울억새축제 <억새, 빛으로 물들다>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하늘공원로 95 (상암동)에 자리한 하늘공원 전역에서 개최된다.

이곳은 본래 난지도 제2매립지, 즉 서울 시민들의 쓰레기를 매립하던 거대한 산이었다. 15년간 쌓인 쓰레기의 높이는 무려 해발 98m에 달했고, 안정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와 침출수로 인해 오랫동안 생명이 살기 힘든 불모지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이곳은 극적인 변화를 맞는다. 서울시는 이 거대한 쓰레기 산을 안정화시킨 뒤, 그 위에 흙을 덮어 생태 공원으로 복원하는 대역사를 시작했다.

하늘공원 댑싸리
하늘공원 댑싸리 / 사진=서울시 공식 블로그

하늘공원이라는 이름처럼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이 공원의 핵심 식물로 ‘억새’가 선택된 데에는 깊은 이유가 있다. 억새는 척박하고 건조한 토양에서도 뿌리를 깊게 내리며 잘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약 6만 평(약 198,000㎡)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에 심긴 억새는 토양 유실을 막고 땅의 기력을 회복시키는 선구자 역할을 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은빛 장관은 바로 이 치유와 재생의 역사가 만들어낸 살아있는 증거인 셈이다.

빛과 예술, 억새와 만나 가을밤을 수놓다

서울억새축제 야간개장
서울억새축제 야간개장 / 사진=서울시 공식 블로그

올해 축제는 ‘억새, 빛으로 물들다’라는 부제에 걸맞게, 특히 야간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축제 기간 10월 18일(토)부터 24일(금)까지 공원은 평소보다 운영 시간을 연장해 밤 9시까지 방문객을 맞이한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은 10월 18일 토요일 저녁 6시부터 7시까지 열리며, 미디어 영상 상영과 김소영 작가의 캘리그래피 퍼포먼스, 가수 정승원의 축하공연으로 화려한 막을 올린다.

개막식 이후 매일 저녁 7시부터 8시 30분까지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미디어아트 쇼가 펼쳐진다. 억새밭 중앙 산책로가 거대한 캔버스가 되어 미디어 파사드와 경관조명, 고보 라이트가 빚어내는 환상적인 빛의 파노라마를 경험할 수 있다.

억새밭 곳곳에는 박여주, 아쏘드(김찬기), 정지연 작가가 참여한 아트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자연과 예술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빛과 패턴이 교차하는 작품 내부에 직접 들어가 보거나, 은빛 억새와 어우러진 LED 설치 작품을 배경으로 특별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오감만족 체험부터 귀가 즐거운 공연까지

하늘공원 코스모스
하늘공원 코스모스 / 사진=서울시 공식 블로그

축제는 단순히 눈으로만 즐기는 곳이 아니다. 기간 중 매일 오후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 부스가 운영된다.

‘하늘 억새 꽃다발 만들기’, ‘원데이 가든드로잉’ 등 현장에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부터, ‘모시빗자루 만들기’, ‘누름꽃 석고방향제 만들기’ 등 사전 예약이 필요한 새활용 워크숍까지 총 15종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일부 인기 프로그램은 조기 마감될 수 있으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축제장 중앙 무대와 곳곳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열려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클래식, 재즈, 어쿠스틱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총 26회에 걸쳐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며 방문객들의 귀를 즐겁게 할 예정이다.

또한, 서부공원사진사들이 기록한 공원의 사계절을 담은 야외 사진 전시회도 축제 기간 내내 감상할 수 있다.

하늘공원 방문 200% 즐기기

맹꽁이차
맹꽁이차 / 사진=서울시 공식 블로그

서울억새축제는 입장료 없이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다만, 축제 기간에는 매우 혼잡하므로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을 강력히 권장한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로 나와 약 30~40분 정도 걸어 올라가거나, 난지천공원 주차장에서 유료 맹꽁이 전기차를 이용하면 정상까지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맹꽁이차 요금은 성인 기준 왕복 3,000원, 편도 2,000원이다.

억새 축제를 즐긴 후 시간이 허락한다면, 인근의 문화비축기지에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은 과거 석유를 비축하던 거대한 탱크들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시킨 곳이다.

도심 한복판, 버려졌던 땅이 스스로를 치유하며 피워낸 장엄한 은빛 바다. 서울억새축제는 단순한 가을 나들이를 넘어, 자연의 위대한 회복력과 도시 재생의 감동적인 서사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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