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만 평이 전부 붉게 물들었어요”… 유네스코가 인정한 염전에서 열리는 함초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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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증도
140만 평 염전 위 붉게 타오르는 함초

신안 증도 함초
신안 증도 함초 / 사진=ⓒ한국관광공사 정태만

가을 단풍이 내륙의 산을 물들일 때, 대한민국의 바다는 갯벌에서부터 붉게 타오른다. 이번 주말(10월 24일~25일), 전라남도 신안군은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 증도에서 그 절정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를 연다. 바로 ‘제2회 보물섬 함초축제’다.

단순한 지역 축제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은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140만 평(약 462만㎡)의 광활한 염전이 배경이며, 그 무대 자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자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거대한 생태계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붉은 융단처럼 펼쳐진 함초 군락지를 걷는 경험은, 왜 지금 당장 신안 증도로 떠나야 하는지 증명한다.

“140만 평 염전, 11헥타르 붉은 융단”

신안 증도
신안 증도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축제의 공식 무대인 태평염전은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지도증도로 1083-4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1953년 조성된 이래,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염전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한국 천일염 생산의 심장부다.

하지만 증도의 가치는 소금 생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태평염전을 포함한 증도 일대는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되었으며, 이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과 람사르 습지로 연이어 등재되며 세계적인 생태 관광 명소로 공인받았다. 고려시대 해저 유물이 발굴된 ‘신안 해저선’의 역사를 품은 곳이기도 하다.

신안 증도 태평염전
신안 증도 태평염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축제는 이 거대한 140만 평 염전 중에서도 핵심 구역인 약 11헥타르(㏊) 규모의 ‘염생식물 자생지’에서 펼쳐진다.

11헥타르라는 면적은 축구장 약 15개를 합친 크기로, 가을이 깊어지며 온통 붉게 물든 함초 군락이 끝없이 펼쳐진 장관을 연출한다. 방문객들은 축제를 즐기는 동시에 드넓은 갯벌과 염생식물 군락을 한눈에 조망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축제의 주인공 ‘함초’, 붉게 물든 이유

신안 증도 함초축제
신안 증도 함초축제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춘배

축제의 주인공인 함초는 이름 그대로 ‘짠 풀’이라는 뜻을 가졌다. 하지만 이 식물의 공식적인 우리말 이름은 ‘퉁퉁마디’다. 줄기가 통통한 마디 모양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염분이 많은 갯벌이나 염전 주변에서 바닷물의 미네랄을 흡수하며 자라는 대표적인 염생식물이다.

함초는 사계절 내내 붉은색이 아니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광합성을 위해 짙은 녹색을 띤다. 8~9월경 작은 꽃이 피었다가, 9월 중순 이후 가을이 깊어지면 줄기 속 색소(베타시아닌 등)의 영향으로 점차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해 늦가을에는 적갈색으로 변한다. 즉, 10월 말인 지금이 함초가 가장 선명하고 아름다운 붉은빛을 띠는 절정기다.

소금이 귀했던 시절, 이 퉁퉁마디를 빻아 가루로 만들거나 즙을 내어 간장 대용으로 사용했을 만큼 짠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최근에는 건강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번 축제는 갯벌의 천덕꾸러기 잡초에서 ‘갯벌의 산삼’으로 재평가받는 함초의 생태적 가치와 매력을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할 기회다.

소금밭 체험부터 노래자랑까지

신안 증도 함초 명소
신안 증도 함초 명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2회 보물섬 함초축제’는 생태 관찰과 문화 체험이 결합된 형태로 진행된다. 방문객의 편의를 위해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로 개방된다.

신안군이 발표한 주요 프로그램은 방문객의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축제 기간 내내 특별무대에서는 감미로운 선율의 색소폰 공연과 버스킹이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가장 주목받는 체험은 단연 ‘전통 소금밭 체험’이다. 국내 최대 염전인 태평염전에서 전통 방식으로 소금이 생산되는 과정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 된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선 참여형 이벤트도 풍성하다. 축제장 곳곳을 돌며 도장을 받는 ‘스탬프 투어’와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보물찾기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또한, 군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보물섬 노래자랑’도 열려 축제의 흥을 돋울 예정이다.

이번 주말, 느림의 미학 속으로

신안 함초
신안 함초 / 사진=신안군

신안군 관계자는 21일 공식 자료를 통해 “함초축제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태문화축제로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라며 방문을 독려했다.

태평염전 내에는 붉은 함초 군락지 외에도 국내 유일의 ‘소금박물관’과 염생식물원, 캠핑 및 카라반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단순한 축제 방문을 넘어선 ‘느린 여행’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번 주말, 복잡한 도심을 떠나 붉게 타오르는 갯벌 위에서 자연의 경이로움과 ‘슬로시티’가 주는 여유를 동시에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1년에 단 한 번, 가장 붉게 물든 함초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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