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영랑호 벚꽃축제
석호 위에 핀 봄빛 향연

분홍빛이 수면에 내려앉는 계절이 왔다. 강원도 동해안의 봄은 유독 짧고 선명한데, 그 절정을 매년 한 호수가 온몸으로 품어낸다. 겹겹이 피어난 벚꽃이 수면에 반영되는 순간, 호수는 하늘과 땅의 경계를 지워버린다.
이 호수에는 특별한 산책로가 있다. 땅이 아닌 물 위를 걷는 400m 부교가 호수 안쪽으로 이어져 있어, 방문객은 꽃비가 내리는 수면 바로 위에서 봄을 온몸으로 맞는다. 사방이 벚꽃으로 둘러싸이는 경험은 어지간한 명소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렵다.
영랑호 일원에서 열리는 벚꽃 축제의 무대

2026 속초영랑호벚꽃축제는 속초시 금호동 610번지 영랑호 잔디광장 일원에서 펼쳐진다. 영랑호는 설악산에서 흘러내린 퇴적물과 바다가 만나 형성된 자연 석호로, 수면 주변으로 벚나무가 호수를 감싸듯 자라 있어 봄이면 꽃과 물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완성된다.
동해안의 거센 바람을 설악산 줄기가 막아주는 지형 덕분에 속초 시내 한복판에 자리하면서도 고요함이 유지되는 공간이며, 석호 특유의 잔잔한 수면이 벚꽃 반영을 또렷하게 담아낸다는 점에서 다른 벚꽃 명소와 뚜렷이 구별된다.
물 위를 걷는 400m 부교와 야간 벚꽃 조명

영랑호수윗길은 이 축제를 다른 벚꽃 명소와 구별 짓는 핵심 요소다. 호수 안쪽으로 이어진 길이 400m의 부교는 수면과 눈높이를 맞춰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벚꽃 개화기에는 꽃잎이 발아래 물 위로 흩날리는 장면이 연출된다.
축제 기간에는 체험 프로그램과 버스킹 공연이 잔디광장 일원에서 진행되며, 벚꽃 포토존이 곳곳에 설치된다. 해가 지면 야간 조명이 호수 일대를 감싸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벚꽃 야간조명은 꽃잎의 투명함을 살려 빛을 부드럽게 퍼뜨리기 때문에, 낮 방문 일정을 마친 뒤 저녁까지 머무르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다.
설악산 벚꽃터널과 상도문 돌담마을 연계 코스

영랑호에서 차로 이동하면 목우재 터널 입구 삼거리 일대에서 설악산 벚꽃터널을 만날 수 있다. 산을 배경으로 늘어선 벚나무 아래를 지나는 드라이브 코스로, 영랑호와는 결이 다른 웅장한 봄 풍경을 선사한다.
한편 상도문돌담마을은 500년 역사를 간직한 전통 마을로, 낮게 쌓인 돌담 위에 참새·고양이·부엉이 등 친숙한 동물을 새긴 스톤 아트가 골목 곳곳에 이어져 사진 명소로 꾸준히 주목받는다. 벚꽃의 화사함과 돌담의 고즈넉함이라는 전혀 다른 결의 풍경을 하루 동선 안에 함께 담을 수 있어, 속초를 처음 찾는 방문객에게도 알찬 코스가 된다.
축제 일정과 영랑호수윗길 이용 안내

2026 속초영랑호벚꽃축제는 4월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축제 관련 문의는 033-639-2545로 가능하다. 영랑호수윗길 부교는 축제 기간 외에도 연중무휴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료로 개방되므로, 축제 전후 일정에 방문하더라도 수면 위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주변 주차 공간이 빠르게 찰 수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이른 시간에 도착하는 편이 여유로운 관람에 도움이 된다. 기상 변화에 따라 벚꽃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늦어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속초시 공식 채널을 통해 개화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영랑호는 봄이 오면 잠시 다른 시간대로 이동한 듯한 풍경을 내어준다. 꽃이 물 위에 내려앉고 빛이 수면을 물들이는 이 짧은 계절을, 부교 위에 서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경험은 사진 몇 장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
올봄 동해안으로 발길이 향한다면, 4월 둘째 주 속초로 일정을 맞춰보길 권한다. 수면 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봄의 감각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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