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국화축제
국화와 율무가 빚어낸 오감만족 축제

만개한 국화가 발산하는 짙은 가을 향기는 그 자체로 완벽한 위로다. 하지만 그 꽃밭이 수십만 년 전 인류의 숨결이 깃든 땅 위에 펼쳐져 있다면 어떨까. 흔한 가을 나들이일 것이라는 예상은 경기도 연천으로 향하는 순간, 아득한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특별한 여정이 된다.
단순한 꽃 축제를 넘어, 역사와 생명력이 교차하는 현장. 여기에 연천의 특산물이 선사하는 미식의 즐거움까지 더해졌다. 구석기 유적지 위에서 펼쳐지는 두 개의 축제, ‘2025 연천국화축제’와 ‘연천 율무축제’의 모든것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구석기 유적과 어우러진 국화정원”

2025년 가을, ‘제7회 연천국화축제’가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양연로 1510에 위치한 연천 전곡리 유적 일원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올해 축제는 10월 17일(금)부터 10월 26일(일)까지 단 10일간 진행되며, 가장 큰 매력은 이 모든 장관을 입장료 무료로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축제장은 약 5ha(5만㎡, 약 1만 5천 평)에 달하는 드넓은 부지에 조성되었다. 방문객들은 정성껏 가꾼 작품국과 분재국은 물론, 매머드, 열기구, 열차 등을 형상화한 거대한 입체 조형물 사이를 거닐며 가을의 절정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연천군 관계자는 “선사유적과 어우러진 국화정원을 통해 연천의 자연과 문화가 지닌 매력을 한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아름다운 연천을 추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왜 ‘전곡리’인가? 세계 역사를 바꾼 땅의 힘

이 축제가 특별한 이유는 꽃이 피어난 ‘땅’ 그 자체에 있다. 축제가 열리는 연천 전곡리 유적(사적 제268호)은 세계 구석기 연구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고고학의 성지다.
1978년, 이 지역에 주둔하던 미군 병사 그렉 보웬(Greg Bowen)이 한탄강 유역에서 특이한 석기 4점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듬해 공식 발굴조사 결과, 이 석기들은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만 발견되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로 확인되었다.

당시 학계는 ‘모비우스 학설(Mobius Line)’에 따라 주먹도끼가 발견되지 않는 동아시아 지역을 구석기 문화의 변방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전곡리에서의 발견은 이 학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가 되었고, 동아시아 구석기 문화의 독자성과 우수성을 증명하는 세계사적 전환점이 되었다.
수십만 년 전 인류가 불을 피우고 사냥을 하던 바로 그 대지 위에서 오늘날 우리가 국화의 생명력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제4회 연천 율무축제

올해 연천의 가을이 더욱 풍성한 이유는 국화축제에 또 하나의 축제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국화축제 기간의 마지막 3일, 10월 24일(금)부터 10월 26일(일)까지 동일한 장소에서 ‘제4회 연천 율무축제’가 동시에 개최된다.
율무(Job’s Tears)는 연천군의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쌀쌀한 가을 날씨에 어울리는 따뜻한 율무차부터 율무로 만든 막걸리, 율무 두부, 율무 강정 등 다채로운 가공품과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보고 구매할 수 있다.
국화축제가 시각적, 후각적 만족을 준다면, 율무축제는 미각을 채워주는 ‘오감 만족’의 화룡점정이다. 특히 지역 농가가 직접 참여하는 농특산물 직거래장터는 연천에서 갓 수확한 쌀, 곡물, 과일 등 신선한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기회이기도 하다.
꽃 너머의 이야기

연천 전곡리 유적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꽃밭 옆에 자리한 전곡선사박물관 방문을 빼놓을 수 없다. 유적지에서 불과 도보 거리에 있는 이 박물관은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독특한 외관으로도 유명하다.
내부에는 전곡리에서 출토된 주먹도끼 진품을 비롯해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고고학 자료, 화석, 복원 모형 등이 입체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구석기 시대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최고의 교육 현장이 된다.
사실 연천 전곡리 유적은 매년 5월이면 ‘연천 구석기 축제'(2025년 32회)라는 또 다른 대형 축제를 치러낸다. 봄에는 원시 불 피우기, 석기 만들기 등 역동적인 체험으로, 가을에는 국화의 정적인 아름다움으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두 얼굴의 매력을 지닌 셈이다.
이번 주말, 아득한 시간의 층위 위에 피어난 국화와 고소한 율무의 향기가 공존하는 곳, 연천 전곡리 유적으로 특별한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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