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0일간 열려요”… 100만 송이 해바라기 물드는 특별한 여름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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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성벽에 핀 평화의 약속

통일바라기 축제 포스터
통일바라기 축제 포스터 / 사진=연천군 공식블로그

한반도의 허리, 임진강이 굽이쳐 흐르는 경기도 연천의 고구려 성곽에 노란 물결이 일렁인다. 한결같이 태양을 향하는 100만 송이의 해바라기가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토성(土城)을 배경으로 장관을 이룬다.

이곳은 단순한 꽃밭이 아니라, 평화와 통일의 염원이 역사의 현장에서 피어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연천 통일바라기 축제 전경
연천 통일바라기 축제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는 7월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간, 사적 제467호 호로고루 일원에서 ‘제10회 연천 장남 통일바라기 축제’가 그 성대한 막을 올린다. 2014년 주민들의 손으로 시작된 작은 염원이 어느덧 10년의 역사를 쌓아, 이제는 경기 북부를 대표하는 여름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축제의 의미는 남다르다. 초기 삼국시대, 고구려가 남진을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삼았던 호로고루에서 평화 통일을 기원한다는 것 자체가 역설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통일해바라기 축제
통일해바라기 축제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덕현 연천군수는 “통일바라기 축제는 단순한 여름꽃 축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여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해바라기 밭 속에서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개막식은 11일 오후 4시, 통일바라기 합창단의 공연과 초청가수 구수경의 무대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축제 기간 내내 만개한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정원이 관람객을 맞이하며,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연천 해바라기
연천 해바라기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축제는 드넓은 해바라기 군락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가득하다. 축제 기간 상시 운영되는 페이스페인팅, 목공예, 떡 만들기 체험 등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한다. 주말인 12일, 13일, 19일, 20일에는 마술쇼와 즉석 노래자랑, 버스킹 공연이 펼쳐져 축제의 흥을 돋운다.

또한, 지역 농가들이 직접 재배하고 판매하는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는 연천의 신선하고 품질 좋은 먹거리를 만날 기회다. 축제장 한편에 마련된 고랑포구역사공원 홍보 부스에서는 연천의 또 다른 역사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연천 호로고루
연천 호로고루 / 사진=ⓒ한국관광공사 정규진

연천 통일바라기 축제는 단순한 계절 축제가 아니다. 고구려의 기상이 서린 역사적 현장에서 평화 통일의 메시지를 전하고, 지역 주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며, 이제는 장애물 없는 환경 조성으로 사회적 가치까지 실현하고 있다.

이는 해바라기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 역사, 문화, 공동체, 그리고 미래를 잇는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올해 축제는 방문객 편의를 위한 인프라 개선이 돋보인다. 연천군은 최근 국고보조사업을 통해 호로고루의 주차장을 대폭 확장하고 화장실을 신축, 고질적인 불편함을 해소했다.

연천 통일바라기 축제 해바라기
연천 통일바라기 축제 해바라기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여름, 역사와 자연,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곳은 그 어떤 연천 가볼만한 곳 리스트에서도 첫손에 꼽힐 자격이 충분하다.

천년의 성벽을 지키는 해바라기의 노란 물결 속에서,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평화를 만끽하며 미래의 통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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