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국화축제
국화 향기 맡으며 온천 족욕 체험

가을이 깊어지면 도시의 풍경은 건조해지기 마련이지만, 대전 유성구에서는 오히려 색채의 밀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흔한 가을 축제려니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곳에는 공무원들의 1년 땀방울이 빚어낸 7천만 송이의 국화와 땅속에서 솟아나는 온천의 온기가 공존한다.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리는 곳.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와 진정성 있는 이야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무료로 누릴 수 있다는 반전까지 품은 유성의 가을 속으로 들어가 본다.
대전 유성국화축제

제16회 유성국화축제가 열리는 대전광역시 유성구 어은로 27 유림공원 일원은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거대한 캔버스다.
이 화려한 축제의 시작은 놀랍게도 2009년, 유성구청 공무원들이 청사 주변의 작은 유휴부지에 직접 국화를 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예산 절감을 위해 시작된 작은 노력이 시민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이는 곧 유성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규모 축제로 성장했다.
올해 ‘모두의 가을, 내가 사랑한 국화’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7천만 송이의 국화 물결은 단순한 전시용 꽃이 아닌, 공공의 땀과 정성이 깃든 살아있는 이야기 그 자체다.

유성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매년 봄부터 삽목과 순지르기를 반복하는 고된 과정이지만, 만개한 국화 정원을 거닐며 행복해하는 시민들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2025년 10월 18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는 유림공원을 두 개의 테마로 나누어 방문객을 맞이한다. 서편 ‘국화존’에는 시그니처 조형물인 ‘국화 유성이’를 비롯해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국화 궁전’과 ‘국화 책’ 등 대형 작품들이 화려함을 뽐낸다.
공간은 공원을 넘어 유성천변으로 확장된다. 메타세쿼이아 길을 따라 조성된 국화 산책로는 낮에는 화사한 꽃길로, 야간 조명이 켜지는 밤 10시까지는 낭만적인 빛의 터널로 변신해 낮과 밤의 매력을 모두 선사한다.
‘천국 족욕’의 특별함

이번 축제의 백미는 단연 동편 ‘온천존’이다. 유성의 핵심 자산인 ‘온천’과 축제의 주인공 ‘국화’를 결합한 ‘천국 족욕 체험장’은 전국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독창적인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이곳의 온천수는 단순한 따뜻한 물이 아니다. 지하 200m 이하에서 끌어올린 섭씨 27~56℃의 고온 약알칼리성(pH 7.5~8.5) 라듐 온천수로, 규소, 칼슘, 칼륨 등 60여 종의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충남대학교 분석 결과, 유성온천수는 신경통, 관절염 완화와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향기로운 국화꽃에 둘러싸여 따뜻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면, 코로는 국화의 아로마가, 피부로는 온천의 미네랄이 동시에 흡수되며 심신 이완 효과를 극대화한다.
주말의 특권, 음악과 낭만이 흐르는 국화정원

유성국화축제는 주말에 방문해야 할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국화 버스킹’이 상시 진행되며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10월 19일에 수천 개의 촛불이 정원을 밝히는 ‘캔들가든 콘서트’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소프라노 신현선과 DCMF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명곡 선율이 국화 향과 어우러져 가을밤의 낭만을 절정으로 이끈다.
축제장 접근성도 뛰어나다. 유림공원 자체 주차장 외에도 유성구청, 갑천변 공영주차장 등 넓은 주차 공간을 확보해 방문객의 편의를 돕는다. 일부 체험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이 모든 것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쉼표가 필요하다면, 이번 가을에는 대전 유성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정성으로 피워낸 7천만 송이의 국화와 과학이 보증하는 온천의 온기가 당신의 모든 감각을 깨우고,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할 것이다. 소문보다 훨씬 깊고 특별한 가을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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