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유럽 최대 한인타운 뉴몰든을 방문했습니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런던 근교에 위치한 한인타운을 최초 방문해 다양한 한국 문화를 체험했습니다. 지난해 9월 즉위한 영국 찰스 3세 국왕은 유럽 최대 한인타운 뉴몰든을 방문해 한인들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올해는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해로,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에 앞서 방문해 더욱 의미가 큽니다.

11월 8일 영국 찰스 3세가 한인타운이 조성된 런던 교외 지역 뉴몰든을 최초로 방문했는데요. 런던 킹스턴 구의 뉴몰든은 한인들이 특히 많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유럽 최대 한인타운으로 유명합니다.
국왕은 한국 상점 및 테이크아웃 매장이 즐비해 있는 서울광장 슈퍼마켓 밖 번화가에 모여있는 수많은 군중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찰스 3세 국왕의 방문은 올해 한영수교 140주년과 이달 윤석열 대통령 내외 국빈 초청을 계기로 마련된 행사입니다. 찰스 3세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의 환영을 받으며 뉴몰든 감리 교회에 입장해 한인 사회 각계 인사들과 만났습니다.
한인들과 찰스 3세는 11월 14일 예정된 왕의 생일을 앞두고 미리 준비했던 한식 생일상과 지역 박물관에 마련된 한영수교 140주년 기념 전시를 함께 둘러본 뒤 한인 합창단의 ‘아름다운 나라’ 노래와 고아한 한국 전통 무용 공연 등 한국 문화를 선보였습니다.
찰스 3세는 몰입한 표정으로 한인 무용가의 공연과 노래를 감상했습니다.

거리에서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K팝 음악이 흘러나왔고, 왕은 공연에 사용된 부채를 한껏 펼쳐보지만 잘되지 않자, 함박웃음을 터트리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K팝은 물론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보고 공수해 온 스티커 사진 기계까지 체험했으며, 외신은 찰스 3세가 한국 문화에 흠뻑 빠졌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국왕은 한인 단체 대표들과 긴밀히 인사를 나누며 여러 활동에 관한 설명도 들었습니다.
찰스 3세는 한인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노인회 가입 연령이 몇 살이냐?”고 물었고 65세라는 대답을 듣고 자신은 기준을 훨씬 넘겼다고 말하면서 현장에 웃음을 더했습니다.
전날 공수한 "생일 김치"
찰스 3세 식성에 맞춰 특별히 만들어

이날 한영문화교류(KBCE) 설립자 장정은 씨는 대한민국김치협회장 이하연 씨가 한국에서 직접 담가 인편을 통해 국왕 방문 전날 공수한 김치 한 포기를 작은 항아리에 정성스레 담은 뒤 보자기로 포장해 찰스 3세에게 건넸습니다.
그는 김치를 건네며 “식성에 맞춰 고춧가루를 절반만 넣고 고춧가루를 절반만 넣고 새우젓과 마늘은 끓여 냄새를 줄였다. 포기김치를 썰어 먹기 어려운 것을 감안해 한입 먹을 분량으로 잘라 김치 잎으로 싼 뒤 미나리로 묶었다”고 왕에게 설명했습니다.
평소 찰스 3세가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점을 고려해 김치를 포장은 보자기로 했으며 김치와 함께 김치 요리책을 선물했는데 이 김치 요리책은 뉴몰든 지역에서 전해지는 한국, 북한, 중국 연변의 김치 비법을 모아 KBCE가 영국복권기금 지원을 통해 제작한 요리책입니다.

평소 매운 음식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찰스 3세는 김치와 김치 요리책을 선물로 받고선 “이거 먹으면 (매워서) 머리가 터지는 거 아닐까? (머리가) 남아 있을까?”라고 영국식 농담을 던져 현장에 웃음보를 터트렸습니다.
현장에서 찰스 3세를 맞이한 윤여철 주영한국대사는 “국왕이 김치 선물을 받고 ‘배추로 만든 것이죠’라고 물어 ‘발효된 것’이라고 했더니 어떤 맛일지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찰스 3세는 이어 한인들이 직접 준비한 한식 생일상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윤여철 대사는 “김치 선물에 이어 생일상에도 여러 종류 김치가 등장하자 국왕이 인상적으로 여긴 듯 ‘한국인에게 김치가 모든 것이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고 전했습니다.
탈북민에 깊은 관심 보여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비에 헌화

행사가 진행하는 동안 소탈한 모습을 보인 찰스 3세는 탈북민 인권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국에는 1000여 명에 가까운 탈북 동포와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는데요.
현재 뉴몰든에 거주 중인 한인 2만여 명 중 500여 명이 탈북민입니다. 영국이 2000년대 초중반 탈북민의 영국 망명에 관대한 정책을 펼친 후부터 한국 외 제3국을 선택했습니다.
혹은 한국에서 임시 거주하다 해외 이민을 결심한 탈북 동포들이 영국으로 이주하면서 ‘리틀 평양’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행사장에는 이정희 재영탈북민총연합회 회장과 영국 의회 ‘북 문제에 관한 초당파의원 모임(APPG-NK)’의 티머시 조 사무국장이 참석해 찰스 3세 국왕과 만났습니다.
이정희 회장은 “국왕이 유독 우리 두 사람에게 여러 질문을 하며 관심을 보여 놀랐다. 줄곧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의 말을 경청하고 탈북민 상황에 우려를 드러냈다”고 전했습니다.
국왕은 탈북 동포들의 가족이 어디에서 살고 있으며, 어떻게 탈북했는지 직접적으로 물었습니다. 그에 “아직 가족들은 북한에 있다”, “겨우 살아남았다”라는 답을 듣고는 매우 놀라며 걱정 어린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이정희 회장이 “최근 중국이 탈북민을 많이 북송하고 있는데 영국 정부가 관심을 갖고 많은 힘을 써주시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제언하자 찰스 3세는 “아주 좋은 이야기다. 탈북민을 보면 가슴이 많이 아프다”라고 긍정적으로 응답했습니다.
또한 찰스 3세는 행사장 건너편에 마련된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비에 헌화한 뒤 뉴몰든 지역에 거주하는 참전용사들을 만났습니다.
왼쪽 가슴에 전몰자를 기리는 붉은색 양귀비꽃 배지를 착용하고, 흑인 참전용사를 따로 기리는 의미의 검은색 배지도 달았습니다.
영국 국왕 초청으로 윤 대통령 영국 국빈 방문

찰스 3세 국왕 한인타운 방문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을 앞두고 맞이하기 위해 다양한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예습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요.
이번 방문은 찰스 3세가 즉위한 이후 영연방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에 이은 두 번째 국빈 초청입니다.
21일(현지 시각) 영국 국빈 방문한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에게 지난 8일 뉴몰든 한인타운을 방문한 것을 언급하며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 감사드린다”고 마음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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