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난으로 12월 31일까지만 운영한다 예고
“우리는 어디서 일하나” 지역 상인 반발

추위가 시작되는 겨울에는 온천과 야외노천탕, 온수 풀이 있는 장소 수요가 급증합니다. 훈훈한 공기와 따뜻한 물 혹은 차가운 공기와 뜨거운 물의 조화를 찾는 분들이 많아지지요.
온천을 가기 위해 해외로 가시는 분들도 많지만, 해외 못지않은 시설을 운영하는 국내에서도 온천 여행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입니다.
경북 울진군 온정면에 위치한 백암온천은 신라시대에 사냥꾼이 사슴을 쫓다가 이 신비로운 온천을 발견했다는 설화가 전해지며, 일제강점기 때부터 온천장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개업 당시 백암온천의 정식 명칭은 시라이와온센칸이었고 이 상호에서 백암이라는 명칭을 따와 백암온천이라 불리게 된 것입니다.
해방이후 시라이와온센칸에서 백암온천으로 명칭이 바뀌고 1979년 국민관광지,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백암온천은 ‘온천에 몸을 담가 병을 고쳤다’는 얘기가 최초로 나온 곳으로 조선 중기 문신 이산해가 지은 ‘온탕정’이라는 시에서 ‘백암산 아래에 온천이 있어 한 바가지 물로도 모든 병이 낫는다네’라는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백암온천은 만성 피부병, 천식, 신경통, 호흡기 계통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따르면 조선시대까지 지역민이 아픈 곳을 치료하는 용도로 쓰이다가 일제강점기부터 온천여관으로 개발이 된 것입니다.
해방 이후 백암온천은 지역 관광 명소로 자리 잡으면서 수많은 여행객을 불러 모았고 수십 년간 지역 상권 경제가 돌아갈 수 있는 주춧돌이 되어주었습니다.
울진군에 따르면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을 이용한 여행객은 작년 8만 2,565명,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는 9만 7,153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울진군 전체 인구를 합쳐도 두 배 이상 많은 숫자로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이전에는 이용객이 연간 18만 명에 달했던 적도 있을 만큼 대단한 인기를 자랑하는 지역 명소였습니다.
운영난으로 ‘12월 31일’까지만 운영한다 예고

그런데 현재 백암온천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한화리조트가 올해 12월 31일 자로 폐쇄를 급작스레 예고하면서 울진군 온정면 주민들의 민심이 들끓었습니다.
대부분의 지역 주민이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주변에서 관광업과 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어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한화리조트가 백암온천 운영 중단을 선언한 이후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구 63빌딩)에 경북 손병복 울진군수와 간부 직원들이 방문했습니다. 63스퀘어 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본사 김형조 대표이사를 만나기 위함인데요.
손 군수는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운영 중단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했습니다. 이어 울진 민심을 전하며 “소통 없이 이방적으로 리조트 운영 중단을 발표해 유감”이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서 “시대 화두가 된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지금까지 한화가 보여준 사회적 책임을 이번에도 실천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일하나” 지역 상인의 울부짖음

백암온천 운영 중단이 선포된 뒤 울진군 곳곳에는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운영 중단 결정을 규탄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렸습니다.
현수막 내용으로 ‘한화의 지역 사회공헌이 영업 철수인가?’, ‘한화 콘도 철수하면 일하고 있는 우리 면민은 어디 가서 일하나?’ 등 강한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은 1988년 10월 개관되었습니다. 총 250실이 운영되는 대규모 리조트호텔로 레스토랑, 온천 사우나, 온천 체험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가족여행으로도 특화된 관광지였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여행객이 줄어들었지만, 백암온천관광특구 경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튼튼한 지역 기반이 되어주었습니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측은 수익성 악화로 더 이상의 운영은 어려우며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역경제 영향을 고려해 객실 리모델링 등 수익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영업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강봉희 온정면 주민자치위원장은 “백암온천관광특구 안에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을 제외하면 시설이 노후하고 규모가 작은 숙박시설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리조트가 문을 닫게 되면 관광특구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주민은 물론 이웃한 후포면, 평해읍 나아가 울릉도, 독도 관광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는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강 위원장은 “한화리조트 백암온천이 지역에서 수십 년간 동고동락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는데 주민에게 한 마디 상의조차 없이 영업 중단을 결정해 아쉽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수익성 악화로 어쩔 수 없이 영업을 중단하더라도 다른 업체에 시설을 매각하는 등 대책을 고민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화그룹의 기업이념인 신용과 의리에 걸맞은 일일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운영난으로 줄줄이 폐업하는 전통 온천시설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후 폐업한 온천은 백암온천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우리나라 최초 자연 용출 온천수로 3만 년 전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는 수안보온천 관광특구는 전통적인 온천 휴양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었는데요.
한화리조트는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났고 경영학과가 되었다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폐업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지역 대표 관광시설 중 하나였던 지리산온천랜드 경우 온천복합시설로 손꼽히며 2015년에는 29만 명의 여행객이 방문하는 등 성수기를 이뤘지만 5년 만에 86%가 줄어 2020년부터는 운영난으로 인한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지리산온천랜드의 휴업은 지리산 지역 전체 상권의 몰락을 가속화시켰고 현재 온천 랜드 주변 상가 및 숙박시설 대부분이 잠정 휴업하거나 폐업을 한 상태입니다.
한때 전성기를 맞이하며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던 대한민국 최초 워터파크 경남 창녕군 부곡하와이 주변으로 여러 온천 호텔이 들어섰고 주변 지역 상권은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워터파크가 들어서면서 수요가 감소하고 부곡하와이를 중심으로 한 상권이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도 이용객이 계속 줄어들자, 부곡온천은 2017년 영업 종료 결정을 내리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한화리조트 측
“추후 준비 중인 프리미엄 사업에 집중할 것”

한국온천협회 관계자는 “국내 온천은 개발할 만큼 해 거의 포화 상태.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시설이 낡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온천 위주로 이용객이 감소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부지 개발 및 매각 등 구체적 계획은 미정인 상태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모든 자원을 프리미엄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측은 “코로나19 시기에도 여수 벨메르, 양양 브리드 호텔, 마티에 오시리아 등 신규 시설을 지속 오픈해 회원 가치 및 고객 편의를 높여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추후 준비 중인 프리미엄 사업들로 고객 만족도를 지속 향상시킬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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