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닌데 중국 경찰이 순찰하는 ‘태국’

태국 정부가 주요 관광도시에 중국 경찰을 배치하기로 하면서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중국인 대상으로 한 범죄 우려로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줄어든 데 따른 특단의 조치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태국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 유입을 다시 활성화하고 중국인 관광객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를 내놨다는 분석이며, 단지 순찰을 위해 독립 국가 태국 영토에 타국 경찰을 데려온다는 것은 주권 침해라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이유?

태국은 관광업이 국내총생산 GDP의 20%를 차지할 만큼 관광업이 가지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특히 인구가 매우 많고 가까운 중국인은 태국 관광산업의 큰 손이라 불릴 만큼 매년 수많은 중국인이 태국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기 전인 2019년에는 태국 전체 외국인 여행객 4,000만 명 중 28%(약 1,100만 명)가 중국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2023년 11월 초까지 태국을 찾은 중국인은 280만 명에 그치는 등 그 수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태국 정부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 내년 2월까지 일시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비자 면제 영구화도 검토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데요.
중국인의 태국행 기피를 부추기는 일련의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당분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10월 3일 태국 인기 관광지 중 한 곳인 유명 쇼핑몰 시암 파라곤에서 14세 소년이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중국인 관광객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는데요.
심지어는 국경 지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등 범죄 공포까지 확산하면서 중국인 여행객들의 태국 여행 선호도 회복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결국 태국 정부가 “중국인에게 태국은 안전하다”라는 걸 직접적으로 드러내 안전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중국 경찰 동원 카드를 꺼낸 셈입니다. 한껏 위축된 관광객 유입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한 방책이기도 합니다.
논란 속 태국 경찰·중국 경찰 합동 순찰

2023년 11월 13일 태국 매체 네이션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타빠니 끼얏파이분 태국관광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찰이 주요 관광지뿐 아니라 비교적 관광객이 적은 지역까지도 태국 경찰과 합동 순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태국 세타 타위신 총리와 티빠니 청장이 외국 관광객의 태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논의를 거친 직후 발표한 내용이었는데요.
세타 타위신 총리의 경우 지난 10월 베이징을 공식 방문했을 때 중국 정부와 이와 같은 문제를 앞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티빠니 청장은 “이미 자국 주재 중국 대사관 관계자들과 관련 방안을 논의했다. 이런 종류의 국가 간 치안 협력이 이탈리아에서도 매우 성공적으로 시행됐다”고 설득했습니다.

주저하는 중국 여행객에게 태국이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입니다.
이후 태국 정부는 11월 15일부터 주태국 중국대사관과 중국 경찰 파견 방안을 협의할 예정 소식도 함께 전해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차이 와차롱 정부 대변인은 “중국 경찰 배치는 태국 경찰이 제안한 아이디어로 정치적인 이유는 없다.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우선 시행하는 수준이다”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태국 언론 타이거는 이를 “우호의 만리장성을 쌓는 조치”라고 표현하며 “중국인들은 평소 경찰을 존경하기 때문에, 중국 치안 담당자들의 태국행은 안전을 보장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중국 매체들도 “양국 신뢰를 높이는 결정”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을 실은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태국 시민들의 거센 반발
태국 정부 후퇴

이와 같은 발표가 일어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주권 침해 논란이 뜨겁게 끓어올랐습니다. 독립 국가 태국 영토에서 타국 경찰이 순찰 활동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지, 주권 침해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이들은 태국 경찰이 무능함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으로는 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반체제 인사를 잡아내기 위한 중국 비밀 단체 기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의혹도 확산하였습니다.
태국 누리꾼들은 “치안권을 중국에 넘겨야 할 만큼 태국 경찰이 무능력하냐”, “독립된 주권국에서 타국 경찰이 순찰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다양한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졸지에 무능한 인사가 된 태국 경찰들도 불만 섞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토르삭 수크비몰 태국 경찰청장은 “우리 경찰은 관광객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난티왓 사맛 전 태국 국가정보국 부국장도 “태국 경찰의 뺨을 때리는 행위”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습니다. 사방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태국 정부는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11월 14일 현지 시각 수다완 왕수파키코솔 태국 관광체육부 장관은 “태국 관광객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많다. 중국 경찰과 합동 순찰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뒤집었습니다.
수다완 장관은 “태국 경찰의 역량은 이미 충분하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상태인 타위신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태국 내 범죄 네트워크에 대한 정보 교환에 대해서만 중국 경찰과 협력할 것. 태국에 중국 경찰을 배치 하지는 않겠다”는 초기와 반대되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탈리아, 중국 경찰과 합동 순찰
"중국 비밀경찰서 설립" 거센 비판에 종료

태국보다 먼저 중국 경찰과 합동 순찰을 진행한 나라가 있었는데요. 지난 2015년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 정부와 합동 순찰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 인기 유럽 여행지 3곳에서 자국 경찰과 중국 경찰의 공동 순찰 활동을 허가했습니다.
중국 여행객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인 여행객의 안전을 확보하고 만일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공동 순찰 협동을 맺은 것입니다.
2016년 5월, 중국 경찰 4명은 로마와 밀라노에 파견되었습니다. 중국 경찰은 중국인 관광객과 이탈리아 경찰과의 교류에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이탈리아 경찰은 중국의 상하이와 충칭 등에서 이탈리아 여행객을 위한 합동 순찰에 참여했습니다. 이와 같은 이탈리아-중국 합동 순찰은 2022년 공식 종료가 되었는데요.
합동 순찰 협정이 맺어지며 이탈리아 내 “중국 비밀경찰서”가 설립되었다는 폭로가 제기되며 유럽 내 반체제 인사 탄압을 위한 중국 공안의 중심 거점이 되는데 거들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면서입니다.

한편 국제 인권 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53개국에 102개의 중국 비밀경찰서를 개설했다고 폭로했습니다.
해당 비밀경찰서에서는 해외로 도망친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압박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강제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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