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들도 안 마신다는 ‘이것’”… 기내에서 피해야 할 음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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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물탱크 위생 논란
전·현직 승무원들의 엇갈린 증언과 전문가 분석

비행기 안
기내식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행 고도에 다다라 안정적인 순항이 시작되면, 많은 승객들은 따뜻한 커피나 차 한 잔으로 여행의 피로를 풀거나 여유를 즐긴다.

하지만 이 평범한 서비스에 대해, 정작 그것을 제공하는 승무원들이 조용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면 어떨까.

최근 미국 매체의 보도를 통해 항공기 물탱크의 위생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며, 기내 온음료의 안전성에 대한 오랜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생수
기내 생수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라이프스타일 매체 ‘서던 리빙’은 최근 다수 전·현직 승무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기내에서 제공되는 온음료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 승무원은 “항공기 물탱크 내부를 직접 본 이후로는 병에 든 생수 외에는 절대 마시지 않는다”고 고백했으며, 또 다른 승무원은 온수에서 나는 강한 소독제 냄새 때문에 커피를 기피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은 일부 객관적인 데이터로 뒷받침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과거 조사에서는 항공기 8대 중 1대가 식수 수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
기내 커피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한, 2019년 뉴욕시립대 헌터 칼리지 식품정책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복수의 주요 항공사가 기내 식수 위생 점검에서 낮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미국 연방법은 항공사에 연 4회 이상 물탱크 소독 및 세척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규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델타항공에서 35년간 근무한 한 베테랑 승무원은 “기내 물탱크에 대한 소문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그동안 커피를 마시고 실제로 건강 문제를 겪는 동료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기내 커피
기내 커피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십 년간 수많은 항공편에서 같은 물로 만든 음료를 마셔왔지만, 실제 문제가 발생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경험에 기반한 주장이다. 이는 기내 물탱크가 일반적으로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시각을 대변한다.

그렇다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항공 안전 전문가이자 승무원인 리처드 울프(Richard Woulfe)는 이 문제를 ‘확률’과 ‘개인의 선택’으로 설명한다.

그는 “차나 커피를 자주 마셔도 대부분은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잠재적 위험을 줄이는 쪽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즉,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0%는 아니라는 것이다.

기내 음료
기내 음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규제는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 항공사들 역시 국토교통부의 ‘항공기 운항기술기준’에 따라 정기적인 물탱크 소독 및 수질 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규정의 존재 여부와 별개로,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엄격하게 관리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논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항공기 내 온음료의 안전성 논란은 명확한 흑백논리로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엄연한 관리 규정이 존재하고 수많은 이들이 문제없이 이용하고 있다는 현실과, 일부 연구 결과 및 내부자들의 경고가 분명히 공존하기 때문이다.

기내 생수
기내 생수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국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주는 위안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만에 하나 존재할지 모를 위험을 피하고 밀봉된 음료를 택할 것인지는 승객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번 논란은 즐거운 여행을 위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고려하는 현명한 기내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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