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 딛고 다시 일어서는 안동

갑작스레 덮친 대형 산불이 경북 안동을 뒤흔들었다. 주택 1400여 채가 파손되고 11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이번 재해는 지역 경제의 중심축인 관광업에도 큰 타격을 남겼다.
봄마다 활기를 더하던 축제들은 줄줄이 취소되었고, 안동을 찾던 발걸음은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안동은 멈추지 않았다.
문화유산을 지켜낸 저력을 바탕으로 ‘착한 관광’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회복을 선언하며, 여행을 통해 다시 일어서려는 발걸음을 시작했다.
지역 경제까지 얼어붙은 안동시

2025년 봄, 안동은 유난히 조용하다. ‘차전장군노국공주축제’, ‘안동벚꽃축제’,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 등 대표적인 사계절 축제가 일제히 취소되었고, ‘안동시민체전’은 잠정 연기됐다. 당초 40만~50만 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했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산불 이후,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지금 안동을 찾는 것이 괜찮을까’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관광의 부재는 지역민들의 생계와도 직결된다. 관광업 종사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지역 경제는 얼어붙었다.
이에 안동시는 단순한 복구를 넘어, 관광을 통한 회복이라는 방향을 명확히 설정했다. ‘산불 피해 극복! 특별한 여행 캠페인’을 내세워 착한 소비와 연대의 가치를 담은 관광 활성화 정책을 본격 추진 중이다.
여행이 곧 기부라는 인식

안동시가 내세운 회복 전략의 핵심은 ‘착한 관광, 안동으로 여행 기부’ 캠페인이다.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 자체를 하나의 기부 행위로 인식시키는 접근법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와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먼저 단체관광객 유치 여행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100% 증액했고, 차량 없이 여행하는 뚜벅이 여행자들을 위해 ‘안동시티투어’와 ‘안동관광택시’ 할인 이벤트를 운영한다.

코레일관광개발과 협업해 KTX 이용객을 대상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탐방 프로그램도 준비됐으며, 전통주 체험, 수도권 현장 홍보, SNS 인플루언서 초청 행사 등 다양한 방식의 미디어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펼쳐진다.
이처럼 여행을 통해 안동에 방문하는 것 자체가 지역 사회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이 된다. 단순한 관광이 아닌, ‘의미 있는 소비’로서의 가치를 갖는 셈이다.
노력으로 보존한 문화유산

이번 산불은 예고 없이 찾아왔지만, 안동의 문화유산은 꿋꿋이 버텨냈다. 세계유산인 하회마을, 천년 고찰 봉정사, 비경의 정수 만휴정 등 주요 관광 명소는 시민과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무사히 보존됐다.
이러한 문화 자산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안동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도 같다. 관광객의 발걸음은 이들 유산에 생기를 불어넣고, 동시에 지역 사회 전체의 회복을 이끄는 실질적인 동력이 된다.

안동시가 어린이들의 정서적 회복을 위해 피해 지역 초등학교를 찾아가는 ‘POP-UP 자유놀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역시, 일상의 회복을 위한 섬세한 노력 중 하나다.
도시 전체가 함께 상처를 보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과정에서 외부인의 관심과 방문은 결코 작지 않은 힘이 된다.

산불이라는 시련 앞에서도 안동은 포기하지 않았다. 축제는 잠시 멈췄지만, 도시의 숨결은 여전히 살아 있다. ‘착한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이 떠나는 안동행 여정은 그 자체로 지역사회에 희망이 되고, 함께 나아가는 응원이 된다.
혹시 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관광 그 이상의 의미가 담긴 이 특별한 도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안동은 여전히 전통과 풍경,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당신의 여행이 누군가의 일상 회복이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따뜻한 길은 없을 것이다.

















딴나라 지역은 갈 생각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