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량이 무려 99% 증가했다고?”… 캄보디아 대신 떠난다는 안전한 겨울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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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대신 떠나는 겨울 해외여행지
중국 베이징·일본 오타루·미국 몬탁

인천공항
인천공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이 시작되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흰 눈이 눌어붙은 오래된 골목, 바람이 파도를 몰고 오는 적막한 해안, 주황빛 조명이 흐르는 낯선 도시의 밤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장면을 찾아 동남아의 따뜻한 해변으로 향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인의 겨울 여행 지도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납치·감금·스캠 범죄가 2022년 20건도 안 되던 수준에서 2024년 220건, 2025년 8월 기준 330건 이상으로 폭증하면서 일부 지역에는 3단계 철수권고와 4단계 여행금지 경보가 내려졌다.

이런 소식이 반복되자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캄보디아 상품은 눈에 띄게 위축됐고, 대신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여행지를 찾는 수요가 일본과 중국, 미국으로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

불안한 동남아 대신 찾는 곳

캄보디아
캄보디아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겨울 여행지를 고를 때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은 ‘분위기’보다 ‘안전’이다. 특히 캄보디아처럼 일부 지역에서 스캠과 강제노동, 인신매매 문제가 집중적으로 터져 나온 사례를 접한 뒤에는 “이번엔 괜찮겠지”라는 낙관보다, 여행경보 단계와 치안 뉴스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런 배경 속에서 주목받는 곳이 중국·일본·미국이다. 세 나라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 여행경보와 범죄 통계, 여행자 후기 등을 종합했을 때, 최소한 ‘극단적인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을 굳이 선택하진 않겠다’는 기준을 세운 사람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마음이 덜 불안한 선택지로 여겨진다.

베이징에서 마주하는 세계유산의 겨울 얼굴

베이징 자금성
베이징 자금성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 도시 중 베이징은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닿을 수 있는 겨울 영화 배경지다. 인천에서 비행기에 오르면 2시간대 중반에서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하고, 2024년 말 시작된 한국인 무비자 입국 정책이 2026년 말까지 연장되면서 관광·비즈니스·친지 방문 목적의 30일 이내 여행은 사전 비자 없이 가능해졌다.

도시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자금성이다. 명·청대 황실의 궁전이었던 이곳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뒤 지금은 박물관으로 개방되어 있다.

겨울에 찾으면 붉은 성벽과 금빛 기와 위로 눈이 소복하게 쌓이고, 서늘한 공기 속에서 광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숨결이 흩어진다.

오타루의 눈 내리는 운하

일본 오타루 겨울 풍경
일본 오타루 겨울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 일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홋카이도 작은 항구도시 오타루의 운하 위로 눈이 조용히 내려앉고, 가스등과 노란 조명이 물결처럼 번지는 밤이다.

일본이 겨울 시즌 항공편과 호텔 검색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국내 여행사 예약 비중에서도 1순위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특히 오타루가 다시 조명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타루는 영화 ‘러브레터’의 대표적인 배경지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낮에는 유리공예 상점과 오르골당이 만들어내는 반짝이는 풍경이 눈길을 끌고, 저녁이면 조용해진 운하 위로 조명이 떨어지며 도시 전체가 한 톤 낮은 색감의 영화처럼 변한다.

뉴욕 끝의 겨울 바다

미국 몬탁
미국 몬탁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으로 눈을 돌리면, 뉴욕 동부 해안의 겨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항공 검색 점유율이 전년 대비 약 45% 늘어난 미국 가운데서도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 노선의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그 흐름을 따라 롱아일랜드 끝에 자리한 작은 해안 마을 몬탁이 조용히 떠오르고 있다.

몬탁은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지명을 가진다. 영화 속 반복되는 대사 는 단순한 장소 언급을 넘어,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을 상징하는 말처럼 남았다.

실제로 몬탁 해변에 서면 왜 이곳을 배경으로 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파도 소리, 회색 하늘 아래 흔들리는 풀잎, 바람에 깎여 나간 절벽과 자갈 해변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묵직한 감정을 끌어낸다.

미국 동부 역시 대도시와 해안 지역에서 치안 상황이 지역별로 다르고 관광객을 노리는 소규모 범죄가 완전히 사라진 곳은 아니므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 겨울 풍경
중국 겨울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겨울, 많은 한국 여행자들이 캄보디아 대신 다른 도시의 이름을 검색창에 입력하고 있다. 검색량 99퍼센트 증가, 항공 검색 점유율 45퍼센트 상승 같은 숫자는 결국 사람들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 뒤에 있는 자신의 이유다.

오래 꿈꿔온 세계유산의 겨울 풍경을 보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눈 내리는 운하를 배경으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혹은 파도와 바람이 가득한 등대 앞에서,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올겨울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세 도시의 풍경을 하나씩 떠올려 보자. 자금성의 붉은 성벽 위로 내리는 눈, 오타루 운하에 반사된 수천 개의 불빛, 몬탁 등대 아래로 밀려오는 파도의 리듬 가운데 어디에서 나만의 엔딩 장면을 찍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 답을 찾는 순간, 이미 당신의 겨울 여행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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