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PEC 정상회의, 광역 관광 시너지
부산·경주 고속버스 예약 185% 폭증

올해 부산광역시가 사상 최초의 기록인 ‘연간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 유치’라는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 중심의 대한민국 관광 지형도를 뒤흔든 이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놀랍게도 최근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막을 내린 국제 행사가 결정적인 기폭제로 작용했다.

부산 관광 시장은 2025년 10월, 그야말로 ‘역대급’ 호황을 맞이했다. 이미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부산을 방문한 누적 외국인 관광객은 235만 4,267명에 달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소비 규모다.
같은 기간(1~8월) 이들이 부산에서 지출한 금액은 총 6,594억 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3.2%나 급증한 수치다. 지난 7월 말 역대 최단기간 200만 명 돌파라는 기세를 10월까지 이어오며 ‘꿈의 숫자’ 300만 명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이 폭발적인 성장의 배경에는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공식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자리하고 있다. APEC 개최지인 경주뿐만 아니라, 인접한 제2의 도시 부산까지 강력한 ‘광역 낙수효과’를 만들어낸 이 현상은 구체적인 데이터로 명확히 증명되고 있다.
유럽·미국 관광객의 ‘이동’ 185% 폭증

글로벌 여행 예약 플랫폼 클룩(Klook)이 발표한 데이터는 이번 APEC의 시너지 효과를 수치로 보여준다. APEC 정상회의의 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5년 10월 1일부터 23일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부산 및 경주행 고속버스 노선 예약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185%라는 경이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이 ‘이동’ 수요를 이끈 국적이다. 해당 기간 고속버스를 예약한 이들은 주로 유럽, 미국, 호주 등 장거리 관광객들이었다. 이는 APEC이라는 국제적 이벤트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이들이 서울에서 KTX를 타고 특정 도시로 직접 이동하는 대신, 고속버스를 이용해 경주와 부산 두 도시를 연계하며 합리적이고 편리하게 ‘광역 여행’을 즐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시아 관광객의 ‘체험’ 48% 급증

교통 접근성의 향상은 즉각적인 현지 관광 상품 소비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10월 1~23일 추정) 클룩을 통해 예약된 부산광역시와 경상북도 경주시 지역의 여행 상품, 즉 액티비티 예약 건수 역시 전년 대비 48% 급증했다.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 발견된다. ‘체험’ 수요의 국적은 ‘이동’ 수요와는 뚜렷이 구분되었기 때문이다. 인기 상품이었던 비짓부산패스,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티켓, 경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투어, 경주월드 입장권 등을 주로 예약한 국가는 대만, 싱가포르, 미국, 말레이시아, 홍콩 순이었다.
이는 유럽·미주 관광객이 APEC을 계기로 ‘경주+부산’이라는 새로운 지역 조합을 탐색하며 이동하는 동안, 전통적인 핵심 시장인 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관광객들은 이미 활발하게 현지 체험 상품을 소비하며 관광 시장의 볼륨 자체를 키우고 있음을 보여준다. APEC이 두 개의 다른 관광객 그룹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정부와 플랫폼의 ‘30% 할인’ 협력

이러한 시너지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정부와 민간 플랫폼의 시기적절하고 전략적인 협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클룩은 한국관광공사와 손잡고 지난 10월 1일부터 외래 관광객을 대상으로 부산·경주행 고속버스 운임을 30% 할인해 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오는 11월 30일까지 두 달간 진행되는 이 프로모션은 APEC 개최지인 경주와 인근 관광 허브인 부산을 하나의 벨트로 묶어 여행하도록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촉매제’가 되었다.

한 여행 업계 전문가는 “이번 APEC은 단순히 경주라는 도시 하나의 이벤트가 아니라, K-컬처의 중심지인 부산과 K-헤리티지의 중심지인 경주를 묶어 ‘가장 한국적인 광역 관광 루트’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부산의 300만 관광객 유치 목표는 이번 APEC 시너지를 발판으로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입증된 경주와 부산의 성공적인 ‘관광 연합’은, 향후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개최될 국제 행사들이 어떻게 인근 도시와 협력하여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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