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의 중심지, 크로아티아
‘한국인 사랑’으로 다시 태어난 지중해의 보석

한때 ‘낯선 유럽 여행지’로 불리던 나라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붉은 지붕이 이어지는 아드리아해의 해안 도시들, 맑은 호수와 폭포가 맞닿은 숲의 나라, 그리고 곳곳에서 들리는 한국어 인사.
크로아티아는 이제 한국인 여행자들이 가장 오래 머물고 가장 많이 소비하는 아시아 1위의 인기 관광국으로 부상했다.
2024년 한 해에만 약 160억 유로, 한화로 23조 원이 넘는 관광 수익을 올리며, 유럽 경제의 숨은 ‘미소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크로아티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크로아티아는 한국인에게 다소 생소한 목적지였다. 하지만 최근 수치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인 관광객의 총 체류일수는 20만 박으로, 중국인의 15만 9천 박을 훌쩍 넘어섰다. 단순한 방문이 아닌 ‘체류’ 중심의 여행 패턴이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이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소비 트렌드’의 전환이 있다. 한국인 여행자의 하루 평균 소비액은 155유로, 약 23만 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인 관광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현지 숙박업과 음식점, 체험형 투어 산업에 막대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크로아티아 관광청은 이러한 소비 패턴 덕분에 2024년 한국인 방문객이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고 밝혔다.경제적 파급효과는 눈에 띄게 커졌다. 크로아티아 전체 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한국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두브로브니크가 ‘천국의 도시’라 불린 이유

크로아티아 남부의 두브로브니크는 그야말로 여행자들의 심장을 사로잡는 도시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지상낙원을 보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고 말한 이유를 직접 마주하게 된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도시는 오렌지빛 기와지붕이 푸른 바다 위로 끝없이 이어진다. 약 2km 길이의 성벽을 따라 걸으면, 과거 라구사 공화국 시절의 번영과 독립의 역사를 품은 건물들이 이어진다.
고딕과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건축물들은 마치 시간을 되돌려 놓은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체험’을 원한다. 좁은 골목길의 향기, 성벽 위에서 마주하는 아드리아해의 바람, 저녁이 내릴 때 붉게 물드는 구시가지의 풍경은 어느 순간 여행자들을 ‘이 도시의 일부’로 만들어 버린다.
자연이 만든 걸작

두브로브니크가 인간의 손으로 세운 낙원이라면,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은 자연이 스스로 그려낸 걸작이다. 1979년 크로아티아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이곳은 16개의 호수와 90여 개의 폭포가 층층이 이어지며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석회암 지대가 오랜 세월 물에 의해 침식되며 만들어진 지형은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색을 띤다. 봄에는 에메랄드빛 호수 위로 새싹이 피어나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물소리가 어우러진다.
가을에는 황금빛 낙엽이 폭포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겨울에는 얼어붙은 폭포가 눈꽃처럼 빛난다.
특히 벨리키 슬라프라 불리는 크로아티아 최대의 폭포 앞에 서면, 자연의 압도적인 스케일에 숨이 멎을 정도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자연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보다 훨씬 깊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유럽의 경계가 열린 나라

2023년 1월, 크로아티아는 유로존과 솅겐조약에 동시에 가입했다. 이제 여행자는 유로화를 그대로 사용하고, 국경 검문 없이 주변 유럽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슬로베니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과 맞닿은 지리적 이점 덕분에 ‘크로아티아+동유럽 일주’ 코스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티웨이항공이 인천–자그레브 직항편을 주 3회 운항하면서 거리의 장벽도 사라졌다. 단 하루면 아드리아해의 햇살 아래 도착해, 성벽을 걷고 호수를 건너는 여유로운 일정을 즐길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교통 편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크로아티아는 이제 ‘유럽 속 한국인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관광 산업의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2024년 약 160억 유로의 관광 수익은 국가 GDP의 약 25%를 차지했으며, 국제 신용평가사 BMI 리서치는 2028년까지 매년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인이 사랑한 나라, 세계가 주목한 이유

크로아티아의 부흥은 단순한 여행 붐이 아니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을 잇는 진짜 여행의 가치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론리플래닛은 크로아티아를 ‘2024년 세계 10대 여행국’으로 선정했고, 완들러스트 트래블 어워드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유럽 여행지’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정부는 여름철 관광 집중 현상을 줄이기 위해 사계절 여행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지역별 균형 발전을 위한 ‘지속 가능한 관광 정책’을 추진 중이다.
덕분에 크로아티아는 이제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사계절 내내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살아 있는 유럽의 낙원’으로 거듭났다.
두브로브니크의 성벽을 따라 걷고, 플리트비체의 물결을 바라보며, 아드리아해의 바람을 맞는 순간 깨닫게 된다.
“지상낙원을 보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지금 가장 빛나는 유럽의 미소, 크로아티아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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